2020,September 25,Friday

고정관념 깨기-피카소

대학 시절, 어떤 강의에서 한 교수님이 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미술 신동(神童)은 있을 수 있어도 제대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천재는 나올 수가 없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술 신동은 어떤 아이일까요? 어떤 대상을 실제와 똑같이 그려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아이일까요? 아니면 표현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두 아이 다 신동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두 아이가 그저 신동에 머무르지 않고 위대한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아이는 겉모습만 똑같이 따라 그리기보단 자기 만의 생각을 그림 속에 옮기는 교육이 필요하고, 둘째 아이에겐 자기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종이 위에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두 아이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나면 미술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그런 천재 화가를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천재 화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최고의 화가라고 불리는 거장 ‘피카소’. 그러나 피카소는 간혹 천재와 바보를 넘나드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을 비웃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유명한 그림이야’, ‘이런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이건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그리겠네’, ‘뭐 이리 쉬운 그림이 있어’ 등. 자 그러면 이 그림을 보실까요?


맨발의 소녀 (1895)
이 그림을 피카소가 몇 세에 그렸을까요? 25세요? 30세요? 놀라지 마세요, 겨우 14살에 그린 그림이랍니다. 이래도 피카소가 미술의 기초 없이 그저 아이들 장난처럼 그림을 그리는 쉬운 화가처럼 보이나요? 피카소는 입체파(1) 그림을 그리기 전인 학교에서 공부할 때(20세가 되기 전)에 이미 고전 기법을 다 마스터 했다고 합니다.

청색시대 _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1903) 장밋빛 시대_곡예사와 어릿광대(1905)
피카소는 살아있는 동안 약 5만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슬픈 청색 시대(1901~1904)와 행복의 장밋빛 시대(1904~1906)를 지나면 피카소의 걸작인 < 아비뇽의 처녀들>이 탄생합니다. 피카소는 이 그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작업한 후에 마티스에게 보여줬답니다. 그런데 이 획기적인 그림에 너무나도 놀란 마티스는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들었지만 약간의 질투심에 마구 혹평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시대의 일반 사람들의 반응 또한 좋았을 리가 없었겠죠. 이 그림 이 후에 피카소는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비뇽의 처녀들(1907)
자 그러면 피카소의 다른 작품도 한 번 볼까요? 그런데 피카소의 작품을 소개하기엔 너무나 많아서 대표작 몇 개만 소개해 드릴께요. 프랑스 여인 마리 테레즈의 22세 때 모습을 화폭에 담은 < 꿈> 과 자신의 딸 마야를 그린 < 인형을 안은 마야>입니다.

꿈(1932) 인형을 안은 마야(1938)
“그림은 아파트나 건물을 치장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적과 싸우며 공격과 수비를 행하는 하나의 전투 무기이다. 화가는 자신의 무기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피카소를 보니 유명세와 여자에만 관심이 있는 화가인 줄 알았는데 사회적 문제도 다룰 줄 아는 사명감 있는 화가였나 봅니다. 그리고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파리까지 독일군이 쳐들어 왔을 때에도 피카소가 피난을 가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린 일화는 유명하지요.

게르니카(1937)와 게르니카를 작업 중인 피카소
“나는 열 다섯 살에 벨라스케스(2)처럼 그렸다. 덕분에 나는 80년 동안이나 아이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피카소는 이렇게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에 매번 놀라곤 합니다. 혹시 피카소의 그림을 무시하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미래의 천재들을 무시하고 압박하고 계신 건 아니신지요? 혹시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의 그림을 평가하고 폄하하고 있지는 안으신지요?
어린 아이들이 그려내는 것은 그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것입니다. 사람을 그릴 때 얼굴을 너무 크게 그려 비례가 안 맞기도 하고, 눈만 큰 사람을 그리기도 하고 일부분만을 크게 그려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솔직해서 싫은 것과 좋은 것을 감추지 못한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크게 그리기도 하고 혹은 다른 것은 다 무시하고 그것만 그리기도n하니까요. 억지로 어른들의 사람으로 바꾸려 하지 마세요. 어른들의 시선으로 그림을 강제로 강요하게 되면 꽉 막힌 죽은 그림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림에도 감정이 있으니까요.

피카소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된 후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미술은 어린 나이에도 창작이 가능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이든 어른이든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답니다. 미래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위해서 아이의 그림은 그대로 존중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잠깐 용어
입체파 큐비즘(cubism) 1907~08년경 피카소와 브라크에 의해 창시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예술운동의 하나. 유럽회화를 르네상스 이래의 사실주의적 전통에서 해방시킨 회화혁명으로 지칭. 1908년에 브라크가 에스타크에서 그린 풍경화를 마티스가 < 큐브(cube, 立方體)> 라는 말로 평(評)한 것이 명칭의 시초가 됨.
벨라스케스 17세기 스페인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이며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 고야, 마네, 피카소, 달리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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