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한주필 칼럼- 한식의 특징, 채식과 발효

한식 이야기 계속합니다. 

한식의 특색이라고 짚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식의 특색을 꼽는다면 채식과 발효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어린 시절 우리 밥상을 주로 차지한 것은 대부분 푸른 채소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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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생선이라도 한마리 올라오면 입에 미소가 돌았고, 오랜만에 돼지 고기라도 올라오면 오늘은 무슨 날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시절이라 그랬습니다. 지금은 고기가 너무 자주 올라온다고 손사래를 치지요. 

아무튼 우리 식문화의 주메뉴가 나물이고, 요리법의 근본은 발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발효가 근본을 이루는 이유는 메인 반찬인 김치도 그렇지만, 모든 음식에 맛을 내는데 들어가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이 모두 발효식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전통 밥상은 채식과 육식의 비율이 8대2정도라야 이상적인 차림이라고 보았습니다. 아마 현대인의 이상적 식문화와도 유사하지 않을 까 싶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의 지혜가 어디까지 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한식에서 사용하는 나물 반찬의 재료는 모든 채소와 먹을 수 있는 나무의 새순, 풀 그리고 해초입니다. 

나물은 ‘남새’라 하여 밭에서 키우는 채소와 산에서 저절로 자라는 야채 즉 ‘푸새’가 있습니다. 순 우리말로 채소와 야채를 남새와 푸새라고 부릅니다. 남새는 배추, 무, 시금치, 고추, 마늘, 파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물이고, 푸새는 고사리, 더덕, 쑥, 두릅, 버섯 등이 있지요. 

우리가 나물을 먹는 식문화가 생긴 이유는 반도라는 특성상 한 곳에 정착하며 사는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화 되었을 테고, 고려시대에 숭불사상으로 육식이 금지된 것이 더욱 채식 위주의 식사가 정착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나물이 양식이 부족할 때 곡식 대신 먹을 수 있는 구황식품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밥상의 주인은 나물이 차지하게 됩니다.  

한민족이 나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것은 이렇게 빈곤이라는 슬픈 사연이 자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외부의 침입으로 인한 전쟁, 가뭄, 춘궁기 보릿고개 등 우리에게는 빈곤할 수 밖에 없는 아픈 역사가 숨어있는 탓에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식별해내는 감식력이 발달한 것입니다. 

또한 남북으로 길게 자리한 한반도의 지형과 4계절의 기후가 광범위한 식물을 자라게 만들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식물 중 먹을 수 있는 것이 80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식물만으로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니, 식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콩이 건강의 균형을 맞춰주는 식품으로 등장합니다. 

콩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식품입니다. 전남대 정규화박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콩 종자를 보유한 콩박사입니다. 세계 유수의 종자회사에서 유혹해도 안 팔고 우리 고유의 콩 종자를 보호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예로부터 콩은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우리의 모든 음식에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장, 간장과 된장의 원료도 전부 콩입니다. 

장은 콩을 발효시킨 메주로 담급니다. 발효의 진수가 담긴 식품이 바로 우리의 장을 만드는 메주입니다. 메주콩은 그야말로 단백질이 듬뿍 담긴 영양 덩어리에 항암효과마저 탁월합니다. 콩이야말로 신이 내린 완벽한 먹거리라고 합니다. 

콩의 원산지는 우리 고구려 영토인 만주지역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동의보감 같은 문헌에 보면 콩은 독이 없으며 오장을 보하고 경맥과 중초를 고르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하며, 또한 부종이나 신장질환,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19세기에 들어 콩이 서양으로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니 서양아이들이 콩을 발효한 된장식품을 낯설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의 치즈 썩는 냄새가 더 끔찍합니다. 아무튼 곡물의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천연효소는 우리 몸의 소화, 대사작용을 크게 도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한식은 건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식에는 참으로 깊은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것을 느끼며, 알면 알수록 더욱 자랑스러워지는 우리의 식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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