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August 19,Friday

한주필 칼럼 – 에너지 충전하기

 어느날 친구와 전화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친구가 말합니다. 

제 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요즘 올라오는 글이 예전과 다른데, 하며 시작하는 말이 송곳이 되어 가슴에 꽂힙니다. 한 마디로 매일 쓰는 어려움을 이해하겠는데 그런만큼 글의 내용이 부실해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가뜩이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매일 올리는 글에 대한 아슬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결국 터지고 맙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가까운 친구가 터트려 준 것이라 조금 아픔이 덜합니다.

글쟁이에게 가장 충격을 주는 얘기가 이런 얘기입니다. 정신없이 쓰느라 뒤돌아 볼 시간도 없는데 누군가 저를 대신하여 냉정하게 객관화된, 실체를 들려주면 정신이 번쩍납니다. 

그간 너무 쉽게 쓰곤 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르고 기억도 못하면서 매일 글을 써서 올렸지요. 맘에 들지 않았지만 관성적 물결을 타고 있는 터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친구의 말에 뜨끔해진 가슴으로 편집부에 연락을 해서 당분간 글을 못 올린다는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부터 마냥 쉬고 있습니다. 무엇을 기대하고 쉬는 것은 아닙니다. 결코 슬기로운 방안이 아닌 것은 알지만 일단 마음 속으로 스톱을 외치고, 사고를 세우고, 손을 놨습니다. 멈춰야 생각할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요즘은 달리며 생각하는 시대라는데 저같은 실버세대는 그게 안됩니다. 행동이 멈춰야 비로소 사고할 여력이 생겨납니다.  

이런 저런 책이나 보면서 뭔가 떠오를 때까지 버티는 겁니다. 

대책이 없을 때는 손을 빼야지요. 바둑에서도 별다른 대응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일단 손을 빼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나면 오히려 적절한 대응이 생각나곤 하지요. 

그냥 쉰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슬그머니 듭니다. 그런데 쉰다는 것은 에너지의 축적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돌리니 제법 쉬는 것에 대한 당위성도 생겨납니다. 그래  다시 일어날 에너지를 모으는 중이야 하고 말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제법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동안 적지않은 에너지를 충전도 않고 짜내 온 셈입니다. 정신적 에너지는 어디서 충전이 되나요? 저같은 경우는 독서나 멍 때리기 같은 사고의 집중으로 흩어진 에너지를 집합시키는 듯합니다. 에너지가 집합되면 아이디어도 생겨납니다. 

그런데 혼자서 집에서 하는 이런 행동은 이미 갖고 있는 에너지의 결집은 될 듯한데 새로운 에너지의 생성은 안되는 듯합니다. 독서가 그나마 간접적인 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리 오래 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간접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상태는 기존 에너지의 결집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듯합니다. 더 충만한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외부 에너지 충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외부에서 마주하는 세상과의 만남으로 발생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조직원으로 일상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통해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겠지만 이미 사회에서 은퇴하고 집에서 소일하는 시니어들에게는 사회생활을 통한 기초 에너지 충전 방법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 경우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운동으로, 누군가는 여행으로, 또 어떤 이는 쇼핑으로 외부 에너지를 흡수하겠지만, 그 마저도 여건상 여의치 않은 이에게는 어떤 방안이 있을 까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것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말입니다. 서로 마음을 나눌 통감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에너지를 취하는 효과는 나오리라 믿습니다.  인간은 인간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끔 부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양반들도 있으니 그것은 주의할 일입니다. 

벌써 6개월 동안 방콕생활을 하는 탓에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 베트남 출입이 자유로워 진 후 베트남의 안부를 담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연락이 되면 그들의 바쁜 시간을 훔쳐서라도 만납니다. 반갑게 만나서 떠들다 보면 그분들이 담고 온 에너지에 저도 자동 충전이 됩니다.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 일상을 찾고 싶은 욕망이 피어납니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 수다라도 떨고 오는 날에는 기분도 밝아지고, 뭔가를 해도 집중이 잘 되고, 잠도 잘 잡니다. 에너지가 새롭게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 덕분인가 봅니다. 다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앞으로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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