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나의 화가-벨라스케스


오늘 칼럼의 주인공은 지난 호 ‘고정관념 깨기 – 피카소’ 에 잠깐 등장했었던 디에고 벨라스케스입니다. 벨라스케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들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벨라스케스가 그린 그림 중 한 작품에 제가 무진장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에 쏙 든 그 그림이 2007년도에 한국에 온 적이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덕수궁 미술관이 초등학생들로 바글바글 시끌벅적 했었고, 같이 들어가기를 거부한 엄마와 남동생은 야속하게도 밖에서 냉커피를 마시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지금 다시 그 전시회 팜플렛을 읽어보니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전’에 벨라스케스를 포함한 렘브란트, 루벤스, 반다이크, 티치아노 등등 어마무시한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작품들도 있었더라구요. 신기하게도 그 많은 거장들의 유명한 그림들은 모두 다 멀리 사라져 버리고 제 기억 속에는 유일하게 벨라스케스가 그린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만이 또렷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날 전 너무나 보고 싶은 그 작품을 넋을 놓고 감상하느라 시간의 흐름조차 까먹어서 엄마의 재촉 전화를 받았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뿌듯함과 행복감이 밀려올 정도랍니다. 자, 그럼 어떤 그림인지 그림을 먼저 보실까요?

도록에 있는 설명에 따르면 그림의 주인공인 마르가리타 테레사는 강력한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이미 두 살일 때 그의 삼촌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계승할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하기로 약조가 되었답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자라고 있던 마르가리타 테레사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에 의해 3세, 5세, 8세 때의 모습이 그려져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레오폴트에게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5세 때의 모습으로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 시녀들> 에 등장할 때와 의상 및 양식에서 거의 일치합
니다.

다음 그림은 ‘시녀들’ 입니다. 이 그림은 마르가리타를 포함한 11명이 모두 한그림 속에 등장하는 집단 초상화입니다. 대형 캔버스 뒤에 붓과 팔레트를 들
고 있는 벨라스케스도 보입니다. 벨라스케스가 자신을 그리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벨라스케스는 펠리페 4세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유일한 화가였으며, 기록에 따르면 펠리페 4세가 실제로 벨라스케스의 화실을 자주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림 속에 있는 거울이 미술사에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고 합니다.
거울 안에 보이는 이미지로는 국왕 부부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추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잠시 작업실에 들려서 화면 앞에 서서 작업을 지켜보는 중인지, 아니면 직접 모델을 서고 있는 것인지, 어떤 견해로는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 반사되어 거울에 비쳐 보인다고도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할 화가가 그림 속에 있다는 건 이 그림이 큰 거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죠?

마네에게는 평생의 스승이였으며, 클림트는 자신 있게 “이 세상에 화가는 두 명만 있다. 벨라스케스와 나” 라고 했다고 할 정도로 ‘화가 중의 화가(the painter of painters)’로 칭송 받는 벨라스케스!
이렇게도 벨라스케스는 후배 화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화가입니다. 그의 작품은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감(靈感)을 주었고, 많은 화가들이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을 그렸답니다. 요즘 가수들이 예전 가수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것과 비슷하겠죠?
아마도 그 시대의 고전적인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벨라스케스는 붓 터치를 과감하고 대담하게 써서 17세기에 이미 19세기의 인상주의를 예고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지 피카소는 16살 때 이 ‘시녀들’을 처음 만난 후 말년까지 50점이 넘는 작품을 따라서 그렸다고도 합니다.

그럼 다른 화가들이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재해석해서 다시 그린 작품들을 보실까요? (참고로 저도 벨라스케스의 ‘흰 옷의 어린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라는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이 있답니다. 감히 소개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가수가 있는 것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을 한 번 가져보는 것도 참 괜찮은 삶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지난호 ‘고정관념 깨기 – 피카소’내용중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편집되어 원문의 의미가 다르게 표현된 부분이 있어서 정정합니다.
본문 7째줄 ‘첫째. 아이는 ~’ 은 첫째 아이는 ~ 으로 ‘둘째.아이에겐 ~’ 은 ‘두 번째 아이에겐 ~’ 으로 정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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