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August 18,Thursday

한주필 칼럼- 내 의견에 책임지는 법

 

6개월 만에 베트남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한국과 베트남을 20 여 년 동안 100여 번은 다녔을 만한데 이번만큼 감회가 깊은 경우가 없네요. 6개월 정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모의 수발을 직접 들면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또 가족들의 민낯도 만납니다. 정겹고 따뜻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결코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내 가족의 수준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니 그런대로 수긍할 만합니다.  

완벽한 인간은 없지요. 신은 인간을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바벨탑을 쌓으며 접근하는 인간을 재단한 후 신은 인간에게 정답을 앗아갔습니다. 인간의 삶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 생각하고 하나의 의견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것을 정답이라고 고집하며 인간관계에 칼을 던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 부분, 내가 틀릴 수 있고, 세상에는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누군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비로소 德을 아는 삶이 된다고 옛 성인들이 말합니다.  

나이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링컨이 한소리라고 하지요. 

40년을 살아왔다면 그 삶의 역사가 얼굴에 나타난다는 것이죠. 어떻게 표정 관리를 하느냐를 보고 그 삶의 행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장자에 보면 오십이 되면 자신의 지혜에 책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 40에는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는데, 그보다 더 나이가 들면 그때는 지혜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혜에 책임을 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요?

결국은 고집하지 않는다는 말이구나 싶습니다. 

내 생각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소리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내는 의견이나 사고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따라서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바로 어른으로서 책임 질 수 있는 지혜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하나의 의견이 항상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의견이든, 지혜든,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언제나 옳다고 책임질 수 있는 의견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틀릴 수 있다는 것만은 책임질 수 있지요. 

이런 사고는 숱한 실패와 갈등의 경험을 거친 후에 만들어지는 삶의 지혜인 듯 보입니다. 이런 사고가 생기고 난 후에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생겨납니다. 

德이란 나와 다른 것을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라고 장자는 말합니다. 

젊어서는 늘 주먹을 쥐고 살아왔습니다. 세상을 싸우며 살아왔습니다. 누군가 내 의견에 토를 달면 당장 자존심을 걸고 싸워대기 일쑤였죠.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고집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지요.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우습고 또 애처로울까요? 먼저 돌아가신 부친이 하늘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이가 들면 같은 세상에 계신 분보다 하늘에 먼저 가신 분들의 시선이 더욱 두렵습니다. 아마도 그들을 만날 날이 머지 않아 그러려니 합니다.  

이제는 손을 펴고 살아야 할 때인가 봅니다. 몸에 긴장도 풀고 세상을 흐르는대로 여유롭게 바라봐야 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삶입니다. 그래도 자꾸 되뇌이다 보면 언젠가 웃으며 세상과 화해할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나를 망친다. 

먼저 가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남기고 간 하늘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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