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August 12,Friday

한주필 칼럼- 캐디와 멘토

어제 LPGA 에비앙 챔피언 쉽 파이널 라운드를 시청했다.

오랜만에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선수는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24살의 캐네디안 소녀 부르크 핸더슨이 우승을 했다.

어제 경기는 가르침이 많았다.

어제 경기를 내 나름대로 승부의 요인을 판단한다면, 캐디의 승부였다고 말할 수 있다.

어제 게임을 시작할 때 마지막 조는 17언더 핸더슨과 15언더 유소연이 1, 2등을 달리며 한 조를 이루었다. 오랜만에 챔피언 조에 나선 유소연은 긴장의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첫 홀 유소연이 버디를 잡고 핸더슨이 보기를 하면서 흐름은 유소연에게 넘어갔다. 2타차가 한 홀 만에 동타를 이루며 공동선두를 만들었다.

이대로 가면 이긴다 싶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맞다 유소연은 첫 홀 버디로 게임을 버렸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지만, 첫 홀 버디를 한 날, 잘 치는 날이 별로 없다. 버디를 하고 나면 그날의 게임에 대한 예기치 않은 기대로 맥박이 빨라진다. 프로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 바로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다.

그 순간 캐디의 역할이 필요했다. 유능한 캐디라면 그 순간 그녀를 쿨다운시키고 이제 시작이다, 아니면 그대로 두 타 차 승부라고 생각하라고 안정시켜야 했다.

그 후 핸더슨은 더욱 헤매며 3타를 잃어 유소연이 1위로 올라섰지만, 곧이어 위기를 맞은 유소연은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4퍼팅을 하며 순식간에 타수를 잃어버리며 나락에 빠지고 만다. 그후로는 다시 재기하지 못했다. 반면에 핸더슨은 비록 3타를 잃고 순위가 떨어졌지만 캐디 역할을 하는 친 언니의 도움으로 맨탈을 바로 잡으며 한타 한타 침착하게 따라 잡아갔다. 그녀의 언니는 미소를 잃지 않고 계속 동생을 안정시켰다. 결국 마지막 홀 버디를 하며 기필코 우승컵을 안아 올린다.

티브이로 시청하는 입장이라 상세히는 모르지만, 유소연이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 캐디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안절부절하며 어드레스를 하는 유소연을 보기에도 불안했다. 불안한 모습은 짧은 버팅을 두번이나 놓치게 만들었다. 그때 캐디가 공을 닦아주는 척하며 시간을 벌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남는 순간이었다.

또, 세계 골프 순위 128위였던 미국의 소피 슈베르트라는 선수가 2위를 했는데, 5홀 정도를 남기고 예기치 않은 공동 선두를 나섰을 때, 그녀 역시 흥분할 만도 한데 별다른 흔들림 없이 경기를 이어가는 게 노련한 선수의 모습처럼 보였다. 비록 마지막 홀 버디를 놓치며 상금 백만 불을 핸더슨에게 넘겼지만, 한 번도 10위내에 들지 못하던 선수치고는 흔들림없는 게임을 이어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그녀 역시 캐디가 자기 모친이었다. 긴장이 몰려오는 순간 모친의 역할이 빛을 발했다. 계속 웃어가며 긴장을 풀며 게임을 이어가는 모습이 안정적이었다. 그런 훌륭한 캐디의 도움으로 그녀는 프로 선수 커리어에서 가장 큰 상금인 580.000달러를 받았다.

골프가 힘든 것은 한 타를 줄이기는 너무나 힘든데, 타수를 까먹는 것은 한순간이다. 유소연도 그랬고, 16홀까지 잘나가던 김세영도 그랬다. 18홀 중 대부분의 홀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한 홀에서의 흔들림이 전체 게임을 망쳐버렸다.

아마도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로 평생 이룩한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흔히 본다. 쌓아 올리긴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참 쉽다. 그런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골프에서도 노련하고 훌륭한 캐디가 필요하듯이, 우리 인생에서도 참다운 조언을 하여 위기의 순간을 무사히 넘기게 만들고, 기회가 올 때 과감하게 잡을 수 있도록 조언을 건네는 멘토가 필요하다.

특히 세상의 흐름에 따라 부침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멘토가 필요하다. 일생을 살면서 성공의 기회가 그리 자주 오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한두 번이 고작이다. 그리고 나이가 차면 다시 기회를 만나기 힘들다.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일하겠다는 의욕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의욕이 사라진 곳에 기회가 피어날 리 만무다.

그러니 기회가 올 때 확실히 잡고, 위기를 맞을 때 적게 손해 보며 넘어가야 삶이 순조로워진다. 그런데 당사자 혼자의 생각으로는 지금이 기회인지, 위기인지,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멘토를 구하라, 자신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아도 흔쾌히 받아주는 사람으로, 자신보다는 인생의 경험이 많고, 도덕적으로 벗어나지 않는, 정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골프에서 경험 많고 침착하고 임기응변에 강한 캐디를 만나면 그 선수는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적어도 쌓아온 것을 한순간에 홀라당 잃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제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길고 긴 커리어나, 경험이나, 축적된 자금마저 3년여를 계속하는 코로나와 그의 여파가 대부분 앗아갔다. 부인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일해야 한다. 적어도 지난 3년여 사용하지 못한 에너지를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잠자던 기회를 다가올 수 있도록 사업의 열정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이럴 때 멘토가 있다면 그대는 행운이다. 마땅한 멘토가 없다면 가까운 친구와 논의를 해봐라. 논의하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과오도 발견된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한두 타만 잃고 넘어가면 성공이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일해서 버디를 낚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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