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8,Thursday

한주필 칼럼- 한인회 단톡에서 일어난 시비

며칠 전에 한인회 단톡에서 좀 시끄러운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인회 단톡은 참여자가 1천 명 정도 되는 베트남 단톡방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 단톡방입니다. 

지난번 코로나로 봉쇄가 한창일 때 서로 만나지도 못하는 교민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데 긴히 사용된 것으로 압니다. 외부 외출도 못 하는 완전 봉쇄 시절에는 그야말로 긴요한 소통창구였습니다. 식품 구입정보를 나누고 백신 접종에 대한 안내, 특별 입국에 대한 정보 교환 등 순기능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 단톡을 통해 한인들이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창구로 사용되고 또한 한인회는 자신들의 활동을 그 단톡방을 통해 알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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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 단톡방에서 어느 교민이 사기를 당했다고 알리며, 그가 사기꾼이라고 지목한 한국인의 실명과 그와 함께 그의 사기 행각을 도운 베트남인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런 사람을 조심하라는 경고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자신 있게 실명과 사진 연락처까지 적시한 것을 봐서 확실한 증거를 나름대로 가진 것으로 보였고 그를 통해 그를 잡던가 더 이상 교민 사회에서 활동을 못 하도록 하겠다는 의사로 보였습니다. 한번 올리는 것으로 성이 안 찼는지 여러 차례 올렸던 것으로 압니다.  

문제는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올린 그 메시지에 대하여 한인회 홍승표 상임 부회장이 이 단톡방은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지 그런 피해 사례를 올리는 곳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올립니다. 범죄 피해방 등 성격이 맞는 단톡방에서 올리라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러자 난리가 납니다. 아니 한인회 단톡방에서 교민의 피해사례를 올리지 못 한다면 이런 단톡방은 무엇을 위한 창구냐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양쪽 다 일리가 있습니다. 어디 마땅하게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이국에서 황당하게 사기당한 억울함을 같은 교민들에게 알리고 또 다른 피해사례를 막겠다는 의도로 올린 사람의 입장도 이해하고, 그렇게 실명과 사진 등과 함께 특정인을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일방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한인회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그러면 한인회는 그냥 이곳에 올리지 말고 다른 방으로 가시오 하기 전에 범죄는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무죄를 추정하는 것이 한국의 법인데 이렇게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일방적인 범죄사실과 함께 여러 사람이 보는 공개된 곳에 올라오게 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잡음이 생길 수 있고,  그 책임은 그것을 올린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고, 이 단톡방 역시 면책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치민 한인회는 그동안 많은 곤란을 겪었습니다. 2016년부터 인가요, 한인회장임을 주장하는 인물이 두 명이 나타나며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사고 지역으로 지정되어 모든 공식행사가 취소되고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세월을 4년이나 보내고 난 후, 간신히 정리되어 김종각씨가 사고 후 정상적인 회장으로 선출되어 다시 기지개를 켜나 했는데 그때부터 코로나로 접어들어 백신 접종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공백의 세월이 길다 보니 교민들은 한인회에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저는 지난 코로나가 한창 피어날 때  백신을 구하기 힘들어 할 당시, 한인회의 주선으로 백신을 맞을 때 처음으로 한인회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지난 해부터 새로운 한인회장단이 출범했는데 사실 교민들은 그들에 대하여 그리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번 손인선 회장은 단일 후보로 출마하여 선거도 없이 당선되는 바람에 선거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었으니 교민 대다수는 한인회장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 분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희 씬짜오베트남에서는 그런 탓에 더욱 한인회의 행적을 빠짐없이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단순히 보도만으로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인회 자체가 교민이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일을 해야만 교민에게 인지도가 높아지리라 봅니다. 그러기 위하여는 교민들과의 소통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소통창구의 활성화를 강구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손댈 수 없는 귀찮은 일이라 하더라도 일단 귀는 열어두어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하노이 한인회에서 잘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노이 한인회에서는 긴급 전화 핫라인을 운영하여 교민들이 긴급한 일을 당했을 때 한인회의 핫라인에 연락하면 바로 조치를 위해주는 일을 함으로 교민들의 찬사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시행하는지는 몰라도 제가 본 한인회의 프로그램 중 가장 바람직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것을 시행하고 홍보함으로 하노이 한인회가 세계 최우수 한인회로 선정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한인회가 존재를 드러내기 위하여는 어려운 교민들의 손을 잡아주는 궂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손 댈 수 없는 일이라고 내쳐서는 안됩니다. 교민들의 생활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교민들과 가까이 해야 합니다. 일반 교민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사에 참여한 사진 몇 장의 홍보로는 단체의 존재감이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베트남에서 한인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참으로 궂은 일입니다. 아무도 회비는 내지 않으니 자비를 들여서 모든 활동을 해야 합니다. 회비도 내지 않는 회원들은 관심도 주지 않습니다. 그저 한인회장이라는 명예만으로 그 궂은일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합니다. 

아무튼, 이번 단톡방의 시비를 보며, 한인회가 어떤 일을 해야 교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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