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8,Thursday

한주필 칼럼 –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


 

베트남에 살다 보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오늘은 그런 베트남의 비상식적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고자 합니다.

푸미흥에 골프 연습장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많은 지역이라 골프 연습장 손님이 제법 많습니다. 손님이 많아지자 이 골프장, 한국처럼 시간제로 운영방침을 바꿉니다. 공을 얼마나 치든 간에 시간 단위로 과금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한 20년 전에 시작한 공급자 위주의 영업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친 공의 개수를 중심으로 가격을 정했는데 공을 너무 늦게 치며 시간을 끄는 고객들이 자신의 이익을 앗아간다고 생각했는지 고객이 공을 빨리 치건 말건 관계없이 시간 단위로 가격을 정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공급이 모자라는 한국의 골프 상황이 만들어 낸 영업장 위주의 못된 갑질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푸미흥에 있는 그 골프연습장은 한국의 멋진 아이디어를 베껴와 적용합니다. 결국 한 시간에 25만동이라는 가격을 정하고 영업을 하는데, 문제는 그 시간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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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가 연습장을 오랜만에 가서 체크인을 합니다. 체크인을 하고 타석에 가 연습을 마치고 시간제로 체크를 하니 좌석에 타임 버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제 끝났다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오랜만에 연습을 한 터라 좀 피곤하여 다음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연습하는 것을 앉아서 구경하며 한 10여분 쉬다가 내려와 카운터에 가서 계산하는데, 시간 적용은 계산을 하는 그 순간까지라고 하면서 한 시간을 좀 넘겨서 나온 청구 금액이 34만 동입니다. 이 무슨 행패입니까? 

타석에 있는 타임 버튼을 눌러서 종료를 알리고 순서를 기다리던 다음 손님이 공을 치고 있는 것을 보며 좀 쉬다가 화장실에 가서 땀도 좀 닦고 내려와 계산을 하려니까 그 모든 시간을 다 포함하여 요금을 내라는 것이 타당한 이야기 입니까? 그럼, 이미 자신의 타석에 들어와 다음 차례로 공을 치고 있는 사람의 계산은 그 시간만큼 빼주는 겁니까?

논리는 고사하고 삼척동자도 알만한 상식적인 부분을 이들은 애써 외면합니다. 더구나 그 골프장은 평일에 오후 1시까지는 32만동을 내면 무제한 연습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내 친구는 그렇다면 그것을 적용하여 32만동을 내자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답니다.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종업원과 싸울 수도 없고 결국은 포기하고 34만 동을 주고 절이 싫으면 안 가면 되지 하고 돌아섰다는 얘기입니다. 

이건 못된 장난입니다. 아마도 힘센 자국인에게는 절대로 그리 못 할 겁니다. 그저 만만한 게 한국인이죠. 어떤 식으로 떼를 써도 너희들이 다른 데 갈 데가 있는가 하는 배짱이죠. 한국 골퍼들, 앞으로도 자주 가셔서 그런 수모를 많이 겪으시기를 바랍니다. 수모로 극복되지 않을 삶은 없다고 하지요. 아주 훌륭한 훈련이 될 듯합니다. 이런 일을 당하면, 베트남에 오만 정이 떨어집니다. 지겹죠. 모든 베트남 인간이 이런 비상식으로 똘똘 뭉친 떼쟁이로만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베트남의 행패는 이렇게 작은 사기업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하노이의 어느 아파트는 분양이 잘 안되자 나중에는 분양가격을 30% 할인한다는 광고를 합니다. 궁금합니다. 그들은 이미 산 사람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그 차액을 무마했을까?  

하노이 정부와의 딜은 어떨까요? 

최근 하노이 정부는 77조에 달하는 남북 종단 철도 건설을 포함하여 국토 종합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국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는데, 한국기업이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기현상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최근 현대 건설이 수주했던 2억 달러 하노이 도시 전철 공사에 대한 대금이 지연되자 현대건설이 공사 중단을 선언한 것과 같이, 하노이 당국과의 계약도, 제대로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베트남 사업에 뛰어들기 싫다는 것입니다. 하긴, 호찌민 지하철 공사 역시 십 수년째 제자리 걸음 하는 중입니다. 공사 지연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가 난무하지요. 모두 약속과 다른 대금지불에 관한 문제입니다. 실재 지하철 운행되는 것을 죽기 전에 볼 수 있을런가 모르겠습니다. 베트남에서의 거래는 일반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제가 직접 당한 경험도 있습니다. 

베트남의 가장 전통 있는 골프장, 베트남 골프 컨트리클럽, 20여 년 전 일입니다. 이들은 처음에 18홀을 만들고 2만 달러에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후 18홀을 더 만들고 16,000달러 추가 요금으로 팔았습니다. 합계 36.000불을 내고 36홀 회원이 되었죠. 한 6 개월 후 예상과는 달리 추가 18홀 판매가 잘 안되자 16,000 달러였던 추가 가격을 9.000 달러로 무려 7천 달러나 낮추었습니다. 처음에 산 사람은 무슨 영문인가 하며 차액을 돌려 달라했지요 그런데 이미 산 사람은 안 된답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아마도 힘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다 돌려받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그때 소송을 해야 했습니다. 한국이나 외국 등 정상적인 사고가 통하는 국가라면 당연히 소송감이죠. 그런데 이들은 한 천불 상당의 바우처 등을 주고 입을 닦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쓴 웃음만 나왔습니다. 뭐 이런 개뿔 딱지 같은 나라가 다 있나 싶었지요.  

이런 불평을 하면 누군가, 왜 그런 나라에서 살면서 그런 수모를 당하는가 하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긴 그런 말을 들어도 마땅합니다. 스스로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지, 하며 한탄도 하지만, 뭐 언제 제 맘대로 돌아가던 삶이 있던가요. 늘 이렇게 기쁜 일에 웃음 짓고 슬픈 일에 눈물 닦고, 어이없는 소모도 당하며 쌓아온 일들이 모아져 지금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죠.

불평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알지요. 단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로 배운 것은 좀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절대 먼저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지요. 

한국 속담에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말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안 맞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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