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5,Thursday

한주필 컬럼- 운전문화로 본 베트남의 수준

지난달 한국에 있을 때 지방에 갈 일이 있어 고속도로를 운전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한 셈입니다. 그렇게 국도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예전과 좀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도로가 잘 닦여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도로표지도 잘 정리되어있어 내비게이션의 내레이터가 말해주는 대로 길을 찾아가는 데 어떠한 어려움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길을 나설 때는 길을 찾아야 하는 긴장감이 조금이나마 있었지만, 목적지에 도착 후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아주 편안한 드라이빙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편안하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운전을 하는데 차는 100km를 넘어 달리는 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도로를 오가는 동안 운전하면서 전반적으로 너무나 편안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편안함을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 위에서 느끼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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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예전에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며 날 잡아봐라 하며 달리는 칼치기 차량, 굉음을 올리며 시속 150km는 예사로 달리며 헤드라이트를 번쩍 거리며 길을 비키라고 외치며 달리는 젊은 왕자들, 육중한 몸체로 추월선을 차지하고 비켜주지도 않은 트럭 등등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전반적으로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모두 교통법규와 예절을 잘 지키고 다니고 있는 탓인 듯 합니다. 대부분의 차들이 규정 속도 정도로 달리면서 다른 차량을 배려하며 운전하는 모습입니다. 비로소 내가 왜 이렇게 편한 운전감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 다 규정된 룰을 지키며 타인을 배려하는 숙련된 운전을 하고 있으니 나 역시 이렇게 편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과연 한국에 외형적으로만이 아니라 내형적 소프트웨어도 선진국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 베트남에서 와서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 거리를 다니는데 내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순간순간 놀라는 일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워낙 오토바이들이 시도 없이 끼어드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칩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운전기능이 많이 떨어져 보입니다.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어떻게 돌아야 하는지, 차선은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등 전반적인 운전기술이 수준급이 아닙니다. 그리고 때로는 앞 차가 지나치게 천천히 가는 바람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진짜 피곤한 운전입니다.   

베트남의 도로 사정은 접어두더라고 베트남인들의 전반적인 운전 기능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정체를 야기하는 요인의 하나입니다. 수동식인 경우 그들의 운전기술의 실상이 더욱 드러납니다. 속도에 맞게 기어를 바꿔야 하는데 늘 고단기어로 주행해야 기름이 덜 든다는 잘못된 상식으로 고단기어에 두고 저속으로 운행을 하니 순발력도 떨어져 위험에 대비할 수가 없고, 자동차도 단시간에 노후화됩니다.  

이것을 보면서 베트남인들의 일하는 기능 역시 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운전기능이 그 정도인 것처럼 일하는 기능도 그 정도입니다. 나라의 전반적 기능 수준이 운전기능과 유사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설비를 갖춰도 미숙한 운영으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하드웨어가 갖고 있는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운전 기술도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운전 중에 집중하지 않고 딴 청을 하는 운전자가 많은 것입니다. 옆 사람을 바라보며 대화하던가, 전화를 받으며 운전하던가 하며 산만한 운전으로 교통 흐름을 깹니다. 그런데 당사자는 개의치 않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기능도 떨어지면서 일에 집중도 잘 안 합니다. 틈만 나면 딴청을 하느라 일의 능률이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런 부주의로 인해 교통 흐름을 깨거나 업무에 지장을 주어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해도 본인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런 불편과 손실을 감수합니다. 자신도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에서 출발하는 공감대인지 모르지만, 그런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불편함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아예 없으니 개선이 안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베트남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 나라의 교통과 운전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전반적 수준을 가름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베트남에서도 운전 실력이 늘고, 다른 차량을 배려하며, 운전에 집중하고, 서로 양보하는 운전문화가 생길 때, 베트남은 비로소 격조있는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국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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