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한주필 칼럼-한국은 언제부터 선진국인가?

지난해 대한민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정식 인정되었습니다. UNCTAD라는 유엔 국제 무역 개발기구에서 한국을 정식으로 선진국 그룹 B로 격상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그 유엔기구가 만들어진 이후 최초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에 대하여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았죠. 당시 집권자들은 자신들이 한국을 선진국에 진입시킨 위대한 정권이라 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데 정치인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빈정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제 세계에서 손꼽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은 갑자기 선진국으로 진입한 것일까요? 

최근 들어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이 역시 최근 들어 갑자기 우리 문화가 성장을 한 것일까요? 지난 백 년간 세계인의 관심 밖이었던 한국이 지금은 그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높은 문화 수준을 보여주며 세계인의 시야를 끌어당깁니다.

이런 최근의 현상으로 세계인들은 한국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수출하는 듯이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우리의 진면모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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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표적 사례가 K- POP입니다. 한국이 돈을 벌기 위해 정책적으로 수출용 음악과 그에 맞는 가수들을 키워 제품을 팔듯이 음악을 수출한다고 일부 외국 언론에서 말합니다.  

그러나 음악을 포함한 모든 민족 문화는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이 한 순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통해 자연스럽게 축적된 민족의 정서가 쌓여 그 민족의 문화로 형성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우리를 늘 깔보고 누르려는 중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일부 사대주의와 식민지 사관에 빠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화란 정신을 기반으로 형성되고 발전합니다. 정신세계가 높은 사회가 높은 문화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정신문화를 표현하는 것이 문자입니다. 즉, 문명의 척도 중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문자와 그 활용이고 따라서 문자 활용이 가장 활발한 민족이 우수한 민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민족은 바로 그런 문자를 인쇄하고 출판하는 데 있어서 세계 최고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과 금속 인쇄물을 다 지니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은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금속활자만이 아니라 제일 오래된 목판 활자 역시 한국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런던 도서관에 가보면 인쇄출판에 관한 전시관이 있는데 그 전시관에 제일 먼저 소개되는 것이 바로 한국에서 1966년에 석가탑 내부에서 발견된 무구정관대다라니경이라는 목판 활자입니다. 이 문헌은 720년경 한지로 제작되었습니다.  

무려 1,500년 전에 만들어진 문언이 아직도 그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 조상이 만든 한지에 있습니다. 한지의 우수성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서양의 양지는 내구성이 200년 정도 임에 비해, 한지는 1,500여 년 전에 제작된 최고의 목판활자 무구정관대다라니경을 통해 그 우수한 내구성이 증명되었습니다. 내구성만이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별한 종이입니다. 최근에는 그 한지의 우수성이 알려져 세계 미술품이나 고가구 복원에 한지가 주로 쓰이며 세계 모든 박물관에서 한지를 찾으며 한국인의 지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한국은 결코 후진국이 아니었습니다. 조선 시대 중기까지만 해도 내노라하는 문명국이었습니다. 삼국시대의 찬란한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입니다. 세계에서 금관이 10개 발견되었는데 그 중에 7개가 한국의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볍씨가 한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벼농사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랑하는 한글은 한민족 문화의 화룡점정입니다. 

그러던 우리 한민족이 잠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죄로 백 년간 쭈그려 앉고 말았지만, 한국의 장구한 역사는 우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문화를 이룬 문화부국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한류가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결코 한 순간에 일어선 졸부가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문명국이었다는 것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손흥민이 몇 게임 골을 못 넣는다고 그 클래스가 바뀌지 않을 것처럼, 반만년 찬란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기개는 잠시 실족한 백 년 세월로 폄하될 수는 없습니다.  

한민족은 예로부터 그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수준 높은 문명국을 이룬 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우리 자녀에게도 한민족의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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