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5,Thursday

한주필 칼럼- 교민사회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비중

 

베트남 생활을 하면서 한국과 가장 다른 것 중의 하나는 골프입니다. 

한국에서는 골프가 개인적인 여가 운동으로 지극히 친한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즐기는 운동으로 일반 생활이나 단체 활동하는데 별다른 의미를 차지하지 않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골프가 대부분의 사교, 친목 생활에 막중한 의미를 갖습니다. 

일로 인한 만남이 아닌 개인 간의 관계는 대부분 골프를 매개로 친목을 다지고 있고 단체의 활동 역시 골프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회원 친목을 다지며, 골프 행사를 갖는 것이 단체의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인정되고 있는 묘한 상황입니다. 아마도 교민 모임 중 가장 많은 것이 골프 모임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베트남 생활에서 사람을 만나려거든 종교 생활을 하던가 골프를 치던가 하라는 말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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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베트남 생활 동안 꾸준히 골프를 즐긴 편이었는데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60이 넘으면서 드라이버 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지자 골프의 양상이 확 바뀝니다. 드라이버 거리가 줄어 세칸 샷에 아이언이 잡히지 않자 그동안 골프는 아이언 게임이라는 생각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양상에 그만 흥미를 잃고 한 5-6년여를 아예 골프채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일한 여가 운동이니 아예 관심을 접지는 못하고 늘 곁눈질 하다가 몸이 정신이 없이 불어나는 것을 핑계로 다시 시작해볼까 하던 참에 나타난 것이 코로나로 또 멈춰섰지요. 그리고 최근들어 다시 골프를 되 찾기는 했는데, 이제는 그동안 내버려 둔 몸이 부실해져서 생각같이 공이 맞질 않습니다. 이제 다시 골프를 잘 치기는 날이 샌 모양입니다. 그저 오랜 친구려니 하고 옆에 두고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면서 필드에서는 파와 싸우기는 멈춰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골프를 안 치던 5-6년 동안 인적 네트웍이 확 축소된 것을 느낍니다. 일로 만나는 사람 외에는 개인적 만남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베트남 생활이 너무 건조해진 것도 골프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왕 다시 시작한 골프, 좀더 관심을 갖기 위해 그동안 보지 않던 골프 중계를 다시 열심히 시청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미국에서 열린 미국 팀과 비유럽 인터내셔날 팀과의 단체 대항 골프 게임인 프레지던트 컵 대회의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 대회는 매 2년 홀수년에 열리는 대회로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일 년이 미뤄져 이번에 열린 것입니다. 

각 팀이 열 두 명씩 나오는데, 워낙 미국 팀의 전력이 막강합니다. 프로 골퍼들의 실력을 가름하는 기준을 세계 랭킹으로 본다면 미국팀 12명 중 가장 낮은 전력을 가진 선수 랭킹이 25위고 인터내셔날 팀에서는 가장 높은 전력을 가진 선수가 일본의 마쓰야마로 랭킹이 17위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내셔날 팀에 한국 선수가 4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독보적으로 많은 숫자입니다. 호주와 캐나다가 2명씩 뽑혔고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다 1명씩입니다. 한국은 김주형(20), 임성재(24), 김시우(27), 이경훈(31) 4명입니다. 선수 선발은 랭킹 순으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경주 선수가 인터내셔날 팀의 부단장을 맡아 선수들 인터뷰에서 통역 등 각종 지원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공을 치는 것을 보며 진짜 감탄이 나옵니다. 7,521야드 코스가 71타로 세팅되어있으니 웬만한 파 4홀은 500야드 내외입니다. 176야드 파 3홀을 9번 아이언으로 올리는 모습은 거리가 짧아져 한동안 골프를 접었던 인간에게는 더욱 자괴감을 던져줍니다. 그런데 결국 골프 게임의 승패는 퍼트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너나없이 빼어난 실력을 갖춘 골퍼들이니 그린까지 오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린 위에서의 퍼트 실력이 승패를 가름하는 것을 봅니다. 

아마추어 골프는 그것과 사뭇 다릅니다. 자기만족이 최우선인 아마 골프는 일단 드라이버가 속 시원히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퍼트는 잘 되는 날은 그저 운이 좋은 날일뿐이죠.  

우리 어린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고수들이 우글대는 그 대회에서 기죽지 않고 한국인의 기계를 잘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막내 김주형(Tom Kim, 20) 선수는 과감한 세레머니로 관심을 끌며 미국 pga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 한국 선수들은 개인전에서 3승을 올렸지만 인터내셔날 팀은 미국팀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한국선수는 팀이 거둔 12승의 절반인 6승을 기록하며 팀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한국의 남자 골퍼들이 그들을 따라 세계로 진출할 것입니다.   

요즘 베트남도 골프 붐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제가 한동안 골프와 멀리 있는 동안 베트남의 골프장에 엄청 많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덕분에 아직 가보지도 못한 골프장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보고 은근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 다녀 볼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죠. 그런데 그런 골프장 정보를 얻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저기 문의하고 홈페이지를 다녀봐도 그 골프장의 진면모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런 궁금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교민사회에 많은 단톡방이 있지만 골프로 특화된 곳은 없는 듯합니다. 새로운 골프장에 대한 정보와 베트남 골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골프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톡방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하는 궁리를 해 봅니다.

결국 골프에 묻혀 주말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역시 베트남의 교민생활에서는 골프가 막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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