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February 7,Tuesday

몽선생(夢先生)의 짜오칼럼 – 한 걸음 더, CSR

 

 

본지 제469호(2022.08.14 발행)에 소개되었던 제1회 베트남학생건축문화대상의 작품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열 다섯 팀의 작품들이 심사대에 올라 경쟁했습니다. 준비로 치면 9개월만이었고 학생들에게는 2개월 간에 걸친 설계경쟁의 마무리였습니다.

9월 27일 심사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건축학과, 인테리어학과, 한국어학과의 교수들과 정림건축의 건축가로 구성된 심사진은 보다 나은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학생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선정된 작품들은 일정 기간 동안 전시가 될 것이고 시상식으로 행사의 클라이맥스를 이룰 것입니다. 한 해에 걸친 행군의 마지막 종착점이 건너다 보입니다.

어쩌면 행군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하지만 무모했습니다. 걸어야 하는 이들은 왜 걸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교수들을 독려하고 학생들에게 이 설계경기의 의의와 개념을 설명하기에도 벅찼습니다, 회사의 경영진을 설득하는 일도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니 갈등이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을 대체 왜 시작했을까 하는 자책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아도 무어라 할 사람이 없는데 굳이 사서 고생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돌아보면 한국의 건축가로서 베트남에 들어와 일을 하면서 우리가 활동하는 영역에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의 결과가 맺어졌다는 점에서 오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와중에서 이해가 되지도 않는 일을 함께 해 준 사람들이 기억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제안을 처음 꺼냈을 때 한치의 의심도 없이 끝까지 최고의 후원자가 되어준 Hiền 교수님과 같은 이들, 그런 사람들의 열린 마음과 믿음이 일을 만들어 가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나서 무언가를 하는 듯 보여도 베트남 사람들의 공감과 도움이 없이는 한 치의 일도 진행시킬 수 없음을 잘 압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늘날 무언가를 이뤘다면 절반의 공로는 그들에게 돌려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이 일이 상징하는 바가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학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생들만의 건축설계 경진대회를 만들었다는 것은 외부로 표현된 내용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CSR의 확장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CSR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주로 장학금의 전달이나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측면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30년을 넘어서는 지금에 이르러는 이러한 CSR의 방향성에 대한 개념의 확장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확장의 방향이라 함은 CSR의 주체가 되는 회사가 회사의 비전을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 분야와 유관한 영역에서 CSR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참여의 방식은 기업의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베트남학생건축문화대상은 이와 같은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저희는 건축가 집단이므로 재능기부로 설계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려면 플랫폼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플랫폼은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건축문화대상의 경우에 그러한 플랫폼의 초보적인 모형에 해당합니다. 장래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젊은 건축가들이 건축문화대상에서 주어진 주제를 통해 도시와 환경, 건축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와 문화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학교 내에서 배웠다면 그것이 실질적으로 건축가로서 어떤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회로 나가야 하는지 알게 하는 것입니다. 예쁘게 만들고 멋지게 짓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 사람의 생활과 활동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가, 문화적 정체를 어떻게 타자와 구별되게 하는 동시에 어우러지게 하는 그릇이 되게 하는지 고민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그리고 사회의 발전단계에서 이를 먼저 경험한 우리가 나서서 돕는 것입니다. 그렇게 일회성의 지원이 아닌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때 CSR의 지속가능한 새로운 지평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꿈을 이루는 일은 혼자서 할 수가 없습니다. 꿈이 힘을 얻으려면 함께 꾸는 꿈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이 ‘연합’입니다. 우리의 기업들은 탁월해서 독자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는 일을 잘 합니다. 그러나 연합해서 하는 일에는 좀 미숙한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 나와서도 무슨 연합회니 하는 모임이 많지만 대개 사교모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끼리 서로 연합하여 베트남에서 더불어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결의는 같은 업종 내에서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 듯이 연합은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연합이 가능하려면 먼저 시작한 이, 정보를 가진 이가 기득권을 버려야 합니다. 그러할 때 그것의 열매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 연합의 효과는 그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제 막 진출한 동일 업종의 회사가 있다면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아우라 안에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개별 기업이 비즈니스를 성공하기 위한 방안으로가 아니라 동종의 한국 기업끼리 서로를 파트너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건설환경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베트남 건설기업 사이의 틈새에서 방황하는 한국계 건설기업이 장래의 탈출구를 이런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바라기로는 우리 회사도 이 상을 우리만의 성과로 끌어안을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일하는 같은 업종의 한국 기업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의 숙제를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이 행사의 주최자가 된 대학에서는 행사의 외연을 넓혀 이름만이 아닌 진짜 베트남 학생들의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림건축은 이 행사를 서로의 도시와 건축의 문제에 대해 교감하고 교류하는 고민의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림’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한국 설계기업들의 연합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를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 사회와 도시를 건전하게 성장시킬 기회의 하나로 만들 책임을 다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학생건축문화대상의 심사를 마무리하며 하나의 기업이 어떤 대상을 돕는다는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연합하여 책임을 나누어 짐으로써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적인 CSR의 기능성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夢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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