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February 7,Tuesday

한주필 칼럼- GOLF, 진짜 강한 것은 따로 있지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성질을 최고의 이상적인 경지로 삼으라는 노자의 말이다. 물처럼 부드럽고 약한 게 없는듯하지만, 물만큼 강한 것도 없다. 쇠를 잘라내는 데도 물을 고압으로 분사하여 자른다. 불이나 레이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섬세하다. 세상에 물을 이길 고형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단한 바위도, 쇠도 결국에 물에게 굴복한다. 물의 부드러움이 쇠나 바위의 강함을 이긴다.  

요즘 만나는 골프 동반자는 거의 다 골프 커리어가 2-30년을 훌쩍 넘은 장년층 골퍼들이다. 이들과 골프를 치면 마음이 편하다. 18홀 내내 그저 웃다가 끝난다. 그 누구도 남에게 무엇을 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설사 의견이 달라도 충돌하지 않는다. 마치 물이 흐르듯이 모든 게 여유롭다. 물이 흐르는 길에 큰 바위가 있다고 비켜달라고 할까? 스스로 비켜나간다. 자신이 흐르는 줄기에 다른 물이 들어온다고 그 물을 밀어낼까? 물은 그냥 다 합치고 화합하며 함께 흐른다.

언젠가 젊고 혈기 가득한 골퍼와 우연히 한 조가 되어 라운드를 돈 적이 있다. 이 골퍼는 골프를 도전과 극복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강한 타격, 돌아감이 없는 직선적 공격 그리고 엄격한 규칙 준수. 그는 자연과 싸움을 벌인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팔을 걷어붙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의로운 도전에 방해되는 일에는 엄청 예민하게 반응한다. 자신이 샷을 하는 시야에 캐디나 동반자가 걸리기라도 하면 바로 눈 레이저를 쏜다. 그린에서 자신이 퍼트하기 전에 먼저 나가면 예의 없는 인간이라며 나무란다. 30야드 뒤에서 소곤대는 소리에 반응하며 명예로운 도전을 방해한 무뢰한으로 치부한다. 페어웨이가 젖어 흙이 묻는 공을 닦으려 하면 룰에 어긋난 일을 하는 범법자가 된다. 연배고 뭐고 없다. 하긴 골프룰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더냐.

피곤하다. 무섭다.

가능한 멀리 떨어져 그와 동행하는 일이 없도록 피한다. 장년 골퍼들에게는 흔하게 외치는 멀리건도 달란 소리도 못 하고 친한 동반자에게만 살짝, “하나 더 칠게” 하고 티 내지 않고 얼른 친다. 내기가 아니라 다행이다. 그와 내기를 했다면 나는 아마도 병원에 실려 갔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 혈기 넘치는 도전자보다 한가하게 노니는 장년층 골퍼의 성적이 더 좋다. 성적 뿐만 아니라 기쁨도 만땅이다. 도전자는 늘 화를 내고 불만에 차서 씩씩거린다.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가엽다는 느낌도 들고, 아직 살날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필자도 젊은 시절 골프를 그렇게 했다. 도전하고, 강하게 때리고, 내기로 상대를 이기고, 자연을 극복하는 대상으로 삼으며 그들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이 사내가 가져야 할 기세라고 믿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 부질없는 일이더라.

나에게는 참 좋은 친구 몇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의견을 내기는 하지만, 주장하지는 않는다. 혹시 다른 의견을 만나면 아깝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접는다. 그려 그대가 하는 대로 갑시다 하고 흔쾌히 따른다. 그런데 묘하게 결국에는 그가 뜻하는 대로 일이 흘러간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 다는 세상을 살아보면 안다.

부드러움이 오래 가고 결국에는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자연의 조화이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특히 골프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도전하는 선수보다는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찾는 선수가 성적도 좋고 행복해 보인다.   

간신히 넘어갈 해저드를 앞에 두고 길 칼을 빼 드는 젊은 도전도 의롭지만, 해저드 앞에 공을 보낸 후 다음 샷으로 원 펏 거리의 핀을 노리는 도전 역시, 짜릿한 의기를 돋게 한다.

결과는 대체로 후자에게 미소를 던진다. 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다.

상대하기 가장 두려운 골퍼는 레이업을 하는 골퍼다. 공이 숲에 들어가면 늘 그랬듯이 망설이지 않고 페어웨이로 공을 처내는 골퍼는 뭔가 아는 선수다. 이런 선수와는 내기를 하지 않는게 좋다. 반면에 가장 쉬운 상대는 엄청난 장타를 자랑하는 골퍼다. 장타만으로 끝나면 되는데 장타임을 으스대는 선수는 스스로 부서지기 쉽다.

강한 상대는 어렵지 않고, 부드러운 상대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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