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한주필 칼럼-GOLF, 당 떨어졌어.

현재 달랏에서 골프 여행객을 위한 미모사 호텔을 운영하는 신도상 사장은 예전부터 교민사회에 알려진 골프 고수였습니다. 그렇게 한창 이름을 날리던 당시, 신 사장과 함께 라운드를 돌고 있는데, 전반 라운드에서 예의의 날카로운 샷을 뽐내던 신 사장이 후반 서너 홀을 지나서 갑자기 헤매기 시작합니다. 공이 제멋대로 달리며 와이파이 골퍼가 되는가 싶더니 결국 주저앉습니다. 얼굴이 허옇고 핏기가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듯한데, 당사자는 별로 당황하지 않습니다. 당이 떨어져서 그렇다며 가지고 다니던 사탕도 입에 물고는 그늘집으로 옮겨 오렌지 주스도 마시며 한 10여 분 쉬다가 다시 출발하는데 한 두 홀이 지나니 다시 예전의 골퍼가 돌아옵니다.  

알고보니 그는 당뇨환자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당뇨 치료의 부작용인 저혈당을 가끔 겪는다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 몸에 당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목격했습니다. 

포도당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학적으로 잘 몰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 엄청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새롭게 뭔가 배운 기분입니다만, 별로 배우고 싶지 않은 지식입니다. 개인적으로 가능하면 잡다한 의학적인 지식은 안 쌓으며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그런 의학 지식이 없이 살아도 될 정도로 건강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신 사장 덕분에 당이 신체에 작용하는 역할을 배운 후, 최근에는 당이 우리 몸에 작용하는 또 다른 역에 관하여 배웠습니다.   

user image

일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포도당은 우리의 의지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앞두고 시험에 입하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A 그룹)은 무설탕 레모네이드는 마시게 하고 한 그룹( B그룹)은 설탕이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마시게 하고 시험을 치르게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설탕 레모네이드 즉, 당이 없는 음료를 마신 그룹의 상당수가 난이도가 높은 시험에 혀를 내두르며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심한 경우 화를 내는 사람들도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시험에 임하는 태도가 불량한 반면, 설탕이 든 레모네이드를 마신 그룹은 대부분 그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인내심을 보이며 계속 시도하며 가벼운 불평 정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완연히 다른 의지력을 보인 것이다. 

이런 시험을 통해, 의지력이란 바로 포도당이라는 연료를 소모하는 에너지라는 것을 이해했고, 포도당이 몸에 충분히 있을 때는 의지력이 유지되는데, 당이 떨어지면 의지력이 무너지며 급격하게 기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당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사라져 면전에서 얘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라 합니다. 

이렇게 우리 몸에는 당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시험의 결과는 여러 유튜브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것을 알고 나니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당분과 당이 많은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기피합니다. 그 경우는 오히려 저혈당을 만들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저혈당으로 인하여 다이어트에 필요한 강력한 의지가 무너져, 어느 날 문득 폭식하며 다이어트를 망치는 결과를 낳습니다.  참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 듯합니다. 

지난해 한국에 머물면서 운동 부족으로 늘어난 체중으로 인해 음식 조절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도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최근 들어 글을 쓰는 것도 힘들고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지는 것이 아마도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 탓에 당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 일어나는 부작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골프 라운드에서 심각한 게임을 기피하고 명랑 골프만 추구하는 것도 당수치 저하가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얘기를 들은 후, 저는 골프 라운드를 갈 때 사탕과 일회용 꿀을 챙겨 갑니다. 공이 잘 안 맞아 게임이 재미없어진다 싶으면, 사탕을 물던가 꿀을 한 줄 빨아봅니다. 결과가 어떠했는지 일부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기분이 개선되었으리라는 기대를 합니다. 

그렇다면 골프 라운드 중 맥주를 한 잔씩 하는 것도 좋은 처방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맥주는 오히려 저혈당을 유도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할 듯합니다. 차라리 설탕이 든 음료가 의기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나나가 당도 보충하고 에너지도 돋우는 작용을 한다니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선수들이 가끔 필드에서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이해됩니다.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학생이 공부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만두고 싶어질 때,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한잔하며 당을 보충하고 기분을 전환하는 것도 성과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참 세상은 절묘합니다. 무엇 하나 부족해도 안 되지만 넘쳐서도 안 됩니다.  

과유불급이라, 지나치면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적절한 당분 섭취로 의지력을 유지하며 비만도 관리하는 슬기로운 자세가 필요한 현대인입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