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한주필 칼럼 – (GOLF) 동반자 구하기

아마도 인생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운동을 하나 고른다면 골프가 최우선으로 꼽힐 수 있을 것입니다. 골프가 우리 삶의 모습과 많이 유사한 이유는 골프에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골프에는 경쟁과 협력을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모습과 유사하게 보이기에 골프가 가장 우리 인생을 닮은 운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인 것처럼 골프에서도 가장 힘든 것이 좋은 동반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예로부터 전해오는 옛 오복이 있습니다. ≪서경(書經)≫에 나오는 옛 오복은 수(壽:장수하는 것), 부(富: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 강녕(康寧: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유호덕(攸好德: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하는 일) 및 고종명(考終命: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요즘 세대가 바뀌어 새롭게 지정된 신 오복이 있는데,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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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오복(五福)은 건강, 배우자, 재산, 일과 봉사, 친구를 의미합니다. ‘건강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백년해로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하며, 일정한 일이 있고, 친구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옛 오복과 신 오복은 표현이 다르지, 거의 같은 의미입니다. 단지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신 오복에는 옛 오복에 없는 ‘친구’라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친구라는 존재가 우리가 살아가며 누릴 수 있는 오복에 속한다는 얘기는 현대인의 삶이 예전보다 더욱 사회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인적 네트웍을 어떻게 갖느냐는 우리 삶의 기본적인 환경인 동시에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현대인의 삶은 골프와 쉽게 비교가 됩니다.

특히 신 오복으로 새롭게 등장한 친구의 존재는 골프에서는 동반자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골프에서는 혼자서 라운딩하는 경우, 골프 게임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냥 연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규 골프장에서는 1인 라운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혼자서 하는 홀인원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긴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골프장에 나서려면 제일 먼저 동반자를 찾아야 합니다. 동반자 없이 머리를 올릴 수도 없고, 100타를 깰 수도 없고, 싱글이나 홀인원이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동반자를 구하는 것, 이 작업은 실로 만만치 않습니다. 골프를 처음 배울 초기에는 그리 어려운 조건이 아닙니다. 대부분 누군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기 마련이니,
그때 자신에게 골프를 권유한 사람이 동반자가 되어 라운드를 함께 하게 되니 동반자를 자신이 직접 구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제 골프 입문 권유자로부터 독립되어 스스로 골프를 즐길 입장이 되면 동반자 역시 자신이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동반자가 되는 조건이 장난이 아닙니다.

우선 일정이 맞아야 합니다. 자신의 라운드 일정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동반자의 일정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사전 조율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고 하더라도 생활의 리듬이 다르다면 함께 필드를 나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주중에도 여유롭게 자기 시간을 낼 수 있는 사업자와 주중에는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직장인과는 생활 리듬이 다른 만큼 서로 동반자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동반자의 조건에는 이것 외에도 많습니다. 일단 연배도 비슷해야 합니다. 거기에 골프 실력도 유사하다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경제적 여건도 차이가 많지 않아야 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가치관도 유사해야 합니다. 특히 골프에 대한 가치관이 문제가 됩니다. 한편에서는 골프는 그저 즐기는 명랑 골프를 지향하는데, 한 쪽에서는 심각한 진성 골프에 엄격한 룰을 요구하는 성향이라면 이 또한 오래 같이 가기가 힘든 모양새입니다. 또한 폭넓은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정치적인 성향도 요즘은 문제가 됩니다. 자칫 정치 성향이 다른 것이 드러나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가히 배우자를 구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좋은 동반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가끔 만나는 즐거움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다면 그 경험은 기쁜 기억보다 아프고 슬픈 추억으로 남기 마련입니다. 그런 즐거움을 함께 나눌 골프 동반자는 우리의 삶을 구원해주는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각은 사실 지겹게 살았다 싶을 때 어렴풋이 깨닫는 점입니다. 아직 동반자가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살날이 많이 남은 청춘입니다. 베트남에서의 동반자는 그야말로 귀하고 귀한 친구입니다. 이국의 땅에서, 이 시간에, 위의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하고 만나는 귀한 동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친구를 만난 것이 오복 중에 하나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행운을 누리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주변에 있는 자신과 골프 라운드를 함께 했던 동반자들을 한번 돌아봅니다. 혹시 소원해진 동반자는 없는지 말입니다. 자신과 맞는 동반자가 있는데, 그저 멀리 두고 있다면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자신이 먼저 연락하는 것조차 마음이 쓰인다면, 남은 인생 외로움을 친구로 삼아야 합니다. 자주 연락하며, 동반자의 사정에 관심을 두고, 작은 일을 배려하고, 적극적으로 일정을 상의하고, 골프 경비도 인색하지 않게 먼저 쓰는 것이 좋은 동반자를 갖는 일이고, 자신에게 역시 좋은 동반자가 되어 골프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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