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나는 탁월함에 미쳤다

공병호의 책은 우울하고 지쳐있을 때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음식으로 치자면 패스트푸드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서양 작가들의 생각이나 이론들을 자신의 것으로 숙성시키는 과정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공병호의 책을 읽지 않았다. 다만,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 저 많은 책들을 쓸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가지고 있었다. 다시 공병호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책이 자서전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9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썼지만 그중 내 삶이 깊숙이 드러나는 책은 한 권도 없었다” 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삶을 정리해보기 위해 쓴 자서전이며, “한 사람의 부단히 노력하는 삶의 역정(驛程)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큰 위안과 격려를 얻음과 동시에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제 1부의 1장은 “남자 나이 마흔, 정체성의 위기”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남자 나이 마흔을 기준으로 “중년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는 “생각을 많이 하거나 생각이 깊은 사람” 그리고 정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년의 위기”는 삶의 덧없음과 허무감 그리고 육체적 기능이 저하되는 것에서 오는 “상실감”과 직장에서 그리고 가정에 겪는 “과도한 책임”이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원인이 “중년의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며, 실제 주변에 이직이나 창업 등에 대한 고민으로 “사춘기”에 빠져있는 40대들을 종종 보게 된다. 멋지게 이겨나가길 응원한다.)

제1부의 서론을 시작으로 10대, 20대, 30대, 40대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열함”은 결국 “탁월함”을 향한 끝없는 열정이었고, 그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공병호”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반관반민 성격의 연구원 생활이 주를 이루었던 30대 시절 주어진 일을 하면서 느슨하게 살 수 있었던, 아니 실제로 대다수 연구원들은 그렇게 살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책소개와 칼럼 등 “조금이라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면 그전까지 전혀 해보지 않았던 것이더라도 시도”하면서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찾아가는 생활을 했다.

“전문가가 되는 지름길은 다른 사람과는 확실하게 차별될 정도로 업무시간을 높이는 것이다.”
“조직에서 혁신가 그룹에 속하는 사람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위 동료들에게 무언의 압박감을 제공할 수 있다.”

몇 구절만 보아도 저자의 성격이나 직장 생활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주변 사람이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하는, 그리고 동료애가 약간 결여된 개인주의 성향의 동료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낼까? 아니면 뒤에서 안주거리 마냥 씹고 있었을까?

하여튼 저자의 30대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였다. 축구 경기에 비유했을 때 나의 전반전은 어떠했을까? 관객들이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지금은 인생의 전환점인 하프 타임(half time) 중이다. 인생 후반전은 바른 전략을 가지고 후회없이 뛰어야겠다.

지은이 : 공병호
출판사 : 21세기북스
출판일 : 2011년 3월 21일

작성자 : 김형섭 – 호치민 한국국제학교 교사 (terry1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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