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4,Wednesday

한주필 칼럼-에이지 슈터(Age Shooter)

우리 인생에 수많은 기념일이 있는 것처럼 골프 라이프에서도 적잖게 기념할 일이 있습니다.

처음 필드에 나선 일이 골프 라이프의 탄생일 입니다. 그리고 골프 라이프에서 일어난 일을 기념하며 축하하는 사안을 짚어보자면, 처음으로 100타를 깨는 일, 싱글 스코어를 기록한 일, 이븐파 스코어를 기록한 일, 언더파를 기록한 일, 처음 이글을 기록한 일, 홀인원을 한 일 등입니다. 그리고 사이클 버디를 기록한 일, 올 파 이븐을 기록한 일,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드는 일 등이 추가될 수 있는데, 마지막으로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또 다른 기념 사안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에이지 슈팅’ 입니다.

에이지 슈팅(Age Shooting)은 자신의 나이보다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기록한 것을 의미하고, 그 골퍼를 에이지 슈터(Age Shooter)라고 부릅니다.

골프가 잘 안 되는 이유는 101가지인데, 그 중 절대 대다수인 100가지 이유는 그저 변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가지만 진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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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근력이 떨어지고, 감각도, 몸의 유연성도 젊은 시절과 달라져 자연스럽게 골프 스코어가 안 좋아지는 현상만이 골프를 잘못 치는 진짜 이유로 인정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 기량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게 당연한 자연의 현상인데, 그런 자연 현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사람이야말로 골퍼로서 존경 받을 만하다 하여 그 일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일이 바로 에이지 슈팅입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파 72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파 스코어 72타를 넘어서서 이븐파나 언더파를 기록한다는 것은 골퍼로서는 진짜 영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븐파란 골프와의 싸움에서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얘기가 되고, 언더파는 승리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자연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은 일이니 인간으로서 기록하기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그런 기록을 가진 이들은 적어도 아마추어 골퍼로서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대단한 양반들입니다.

그렇게 이븐파 72타를 기록하는 것은 젊은 시절에서도 어려운 일인데, 70세가 넘어 골프와의 싸움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기는 스코어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70세의 골퍼가 70타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하면 에이지 슈터가 되는 것입니다. 90세의 골퍼가 90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젊은 친구들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지난 10월 한국에서는 골프 매거진의 주최로 충북 제천의 킹즈락 컨트리클럽(파72)에서 스마트 스코어 에이지 슈터 챌린지 대회가 열렸습니다. 골프 스코어를 관리하는 앱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스마트 스코어의 스폰으로 열린 대회입니다. 스마트 스코어는 정산 골프장에서도 채택하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77세 이상의 133명 시니어 골퍼가 출전하여 기량을 겨루었는데, 그 중 10명이 에이지 슈팅을 기록해서 정식으로 에이지 슈터 기념패를 받았습니다.

 중에 가장 고령자는 81세로 76타를 기록한 분이라고 합니다. 81세에 아직도 필드에서 골프를 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젊은이들도 기록하기 쉽지 않은 싱글 스코어 76타를 기록하고 에이지 슈터가 되었으니 프로 못지 않은 실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베트남 교민사회에서도 가끔 에이지 슈터가 출연합니다.

2년 전 정산 골프장 시니어 골프 연말 대회에서는 흥미로운 시상이 있었습니다. 시상의 주인공은 현재 정관장 인삼제품을 판매하는 강점석(74세) 골퍼인데, 그는 그 해 자신이 72세에 68타를 기록하였습니다. 무려 자신의 나이보다 4타나 적은 스코어를 기록한 것입니다. 기념할 만하지요. 그래서 정산골프장에서 그에게 에이지 슈터 기념패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또 다른 에이지 슈터가 나왔습니다. 베트남에서 저와 30년 교류한 친구인자 임진년 용띠생 골퍼 모임의 같은 맴버인 김흥수(71세) 골퍼가 성탄 전날인 12월 24일, 역시 정산 골프장에서 71타를 기록하여 에이지 슈터가 되었습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던가요? 이 자리를 빌어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마도 모든 골퍼의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골프 라이프를 따로 가질 만큼 골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골프에 대한 마지막 꿈이 있다면,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골프를 즐기는 일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꿈을 품자면 바로 자신의 나이 한계를 뛰어넘는 에이지 슈팅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에이지 슈터, 적어도 골프 라이트에 있어서는 성공을 거둔 인생이라고 박수 받을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골프 라이프의 마지막을 빛내주는 화환이자, 그 누구보다도 더 깊이 골프를 즐겼다는 증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 골퍼에게는 넘보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평범한 아마추어 골퍼의 꿈은, 넘보기 힘든 에이지 슈팅은 잊어버리고, 그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아무 걱정 없이 명랑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사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오늘 죽어도 호상이요’ 하며 후회 없는 삶을 누리는 행운아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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