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0,Saturday

공급망 재편에 베트남 떴듯 한국도 무역출구 새로 뚫어야…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한 세계 공급망 균열 조짐에 대해 무역 분야 경제 석학들은 과거의 보호무역주의와 구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자유무역주의가 한창이던 2000년대에 비해 세계화가 느려지는 것(Slowbalization)이지 반세계화(De-globalization)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치 논리가 세계 공급망 재편 구도를 움직이고 있는 만큼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20년 전과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따랐다고 매일경제지가 10일 보도했다.

로렌초 칼리엔도 예일대 교수는 최근 15년간 세계화 속도가 둔해지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 개방성 측면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규모 비중을 보면 2020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는 56.5%, 중국은 56.0%인 반면 한국은 80.5%로 높은 편”이라면서 “최근 15년간 전반적으로 수치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유일하게 베트남 개방도가 186.5%로 해당 기간에 폭발적으로 높아진 점을 보면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칼리엔도 교수는 앞으로 한국이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으로 크게 두 가지, 즉 에너지 정치와 공급망 규제를 꼽았다.그는 “러시아는 석유·가스 글로벌 공급망 덕에 국제 영향력을 갖게 된 사례”라면서 “다만 친환경 시대 배터리와 관련해 리비아와 리튬 보유량이 높은 볼리비아 등이 새로운 주자로 등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 등 과거의 분쟁 해결 기구만 바라보면 안된다”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국가별 공급망 관련 규제를 파악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스티븐 레딩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 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노력을 보호무역주의로 치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자무역을 하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면서 “그 결과 공급망을 비롯한 국가 간 네트워크가 보다 대체 가능하고 탄력적으로 변한다면 매력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피터 숏 예일대 교수는 “기존의 세계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는 동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다른 부문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무역 질서가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에 휩싸이는 것이 필요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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