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4,Wednesday

한주필 칼럼 – 골프 친구

친구라는 존재는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가족보다 심적으로는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친구는 자신의 선택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심정적으로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친구 관계가 끊어진다 해도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일이 아닌 자유로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만큼이나 끈끈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친구라는 관계의 특별함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가족 없이 산다는 것이 끔찍한 만큼, 친구 없는 삶 역시 상상하기 힘듭니다. 진정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인생이 다시없는 축복이라는 것은 세상을 산만큼 산 어른들은 다 압니다.

친구란 무엇인가요?

친구(親舊)는 원래는 친고(親故)와 같은 말로 ‘친척과 벗’을 뜻하는 한자어였습니다. 친(親)은 친척, 구(舊)는 ‘오랜 벗’을 뜻합니다. 그러던 것이 한국에서는 친척의 의미가 빠지고 ‘벗’의 의미로 한정되어 쓰이게 되었고 지인과는 구분됩니다. 그러니 친구는 세월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오랜 세월 서로 알고 지내서 서로에 대한 의문점이 별로 없는 관계입니다. 별다른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고 뜻이 통하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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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라고 했습니다. 토마스 풀러는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다.” 라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됨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그러니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친구의 칭찬을 남에게 많이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듯합니다. 친구는 기본적으로 내 편이고 내 사람이라는 감정을 갖게 합니다. 내 사람, 내 편을 남들에게 흉을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너나없이 생면부지의 이국땅에서는 어떻게 친구를 만드나요?

베트남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골프를 치던가 종교활동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요즘은 각종 취미 동우회가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골프모임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 하는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의 골프장은 좋은 사교장이 됩니다. 물론 그대가 골퍼인 경우를 상정한 예입니다.

아무튼 골프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먼저 친구로 만나 골프를 치는 것보다, 골프를 치다 보니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그렇게 골프를 매개로 만난 친구가 발전하여 영혼의 친구가 되는 사례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골프를 함께 치지 않는 시간에는 그저 카톡 친구로만 남습니다. 그런 아쉬움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골프 모임을 만들어 그 이름으로 평소에도 자주 어울리며 친구로서의 연륜을 쌓아갑니다.

골퍼들에게는 그나마 자주 만나는 골프친구가 마음을 나눌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골프라는 매개체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한다면 친분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동향, 동문, 하다못해 동년배라는 공유점이 있다면 그 관계에 믿음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연결의 끈이 하나라도 더 이어지면 골프친구의 한계를 뛰어넘을 힘이 생깁니다. 더구나 함께 골프를 쳐보 그 성품이 대부분 드러나니 감춰진 뒷모습을 염려할 일도 적습니다.

베트남이라는 이국에서, 같은 시기에, 호찌민이라는 지역에서, 취미가 같은, 동향이나 동문이나 혹은 동년배를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옷깃을 스쳐도 억겁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데 그토록 귀한 인연이라면 친구로서 관심과 사랑을 주어도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친구는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자산입니다. 그 값어치에 맞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합니다. 친구관계가 좋은 것은 모든 것이 평등한 관계라는 것입니다. 이권도 필요 없고, 명예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집안이 좋거나, 가방끈이 길거나, 잘 생겼거나, 돈이 많다고 특별한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친구는 서로 존중하고 존중 받는 관계입니다. 취미도, 그 기능도 존중 받아야 합니다.

골프친구는 그것에 더해 골프를 잘 쳐도 못 쳐도 다 함께 웃으면 즐길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골프를 잘못 쳐서 재미가 없어 함께 골프를 치지 않는다면 애초부터 친구가 아닙니다. 설마 골프친구라고 골프장에서만 만나서 골프에 관한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믿는 분은 안계시겠지만, 골프장에서 오로지 골프에만 집중하며 동반자에게 관심을 끊다시피 하는 분을 보면, 골프에 대한 열정은 존경 할 만 하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집니다. 동반자 친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거나, 자신이 편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런저런 심려와 배려를 통해 관계가 깊어지면 골프장에서만 만나는 관계를 넘어섭니다. 다른 장소에서 만나기 시작하고, 또 가족과도 함께 만나며 서로를 더욱 깊이 알게 됩니다. 유난히 가족관계가 예민한 부분일 수 있는 베트남에서 가족 간의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제법 깊은 친구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비로소 그렇게 베트남에서 나의 친구, 내 편이 만들어집니다.   

나의 골프 친구들,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는 이국땅에서 맺어진 고마운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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