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6,Friday

독서 모임 ‘자작 공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출근후 급한일을 끝내놓고 잠시 머리를 식힐겸 신문을 봅니다. 세상은 온통 걱정거리 투성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지나도 덜떨어진 정치인과 사고치는 연예인, 사악한 범죄자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 정치인을 뽑아준 사람들까지 욕하면서 사회를 걱정하고, 저렇게 경력이 끝나버릴 한 연예인의 인생에 안타까워하고,  짐승과 같은 범죄자에게 너무나 가벼운 형량을 내린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비난하며 분개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기적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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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리! 내방으로 들어와요 ”

세상에 대한 걱정은 어느덧 사라지고 내가 숨을 쉬고 있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 아 저인간, 또 시작이구나 ”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사람’이 제일 힘들다고. 눈을 감고 곰곰히 다시한번 생각해봐도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작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신문에 나오는 대단하거나, 유명하거나, 흉악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나를 진정으로 힘들게 하는 사람은 내가 술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울분을 토하며 말하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모를,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체로 얘기를 들어주는 상대방은 평생 그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리스트업을 해볼까요?

5위는 칭찬을 안해주는 부모님입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갑니다.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우리는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을 시작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일도 아닌 단지 ‘걸었다’는 이유로 칭찬을 받았고, 남들보다 조금 빨리 ‘말을 했다’고 혹시 천재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칭찬 듣기가 힘들어집니다. 나는 진짜 머리가 나쁠수도 있는데 엄마는 이모한테 ‘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 문제야’ 라고 말합니다. 사고쳐서 유치장에 들어가 있는 아들을 빼내기 위해 한 아버지가 경찰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합니다. ‘ 저희 애가 정말 착한 앤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됐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요’. 옆방에선 아들 친구 아버지가 다른 경찰관에게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말일까요? 대학에 떨어져도, 취업이 안되도, 결혼이 늦어져도 우리는 ‘부모님께 죄송합니다’ 라고 먼저 말합니다.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칭찬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힘듭니다. 딱히 부모님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서 칭찬을 안해주는 부모님이 5위가 되었습니다.

4위는 얄미운 형제 자매입니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원초적인 투쟁입니다. 먼저 나온 녀석은 나중에 나온 녀석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싫고, 나중에 나온 녀석은 당신은 이미 다 겪은 일이니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죠. 혼자 있으면 절대 평가인데, 함께 있으면 상대 평가가 되니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보다 더 뛰어난 형제 자매가 있으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칭찬을 듣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형제가 많아질수록 칭찬 경쟁이 전국 체전에서 올림픽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칭찬 뿐만 아니라 집안의 경제적 자원도 한계가 있으므로 부모님의 기준에 따른 배분 결과가 어떤 자녀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됩니다. ‘누구는 대학 보내줬고, 누구는 유학 보내줬고, 누구는 결혼할때 집사줬고, 누구는 애났을때 키워졌잖아요’ 하며 부모님께 항의하는 다 큰 ‘어른이’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수 있습니다.  얄미운 형제 자매를 통해 경쟁과 차별이라는 인생의 쓴맛을 최초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보기 때문에 4위가 되었습니다.

3위는 잘난 내 친구입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우리의 관심은 나에게서 너에게 옮겨갑니다. 나보다 공부잘하는 친구, 싸움 잘하는 친구, 노래 잘하는 친구, 잘생긴 친구, 예쁜 친구, 인기 있는 친구, 돈많은 친구가 세상에 너무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보다보면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런 친구와 ‘좋아하는 이성’이 겹치게 되면 자신감과 함께 밥맛도 떨어집니다. 친구가 아니라 재수없는 놈이 되버립니다. 살면서 계속 듣게 되는 ‘ 누가 코인으로 돈벌어서 사표 냈다더라’, ‘누가 제네시스 뽑았다더라’, ‘누가 재벌집 막내아들하고 결혼했다더라’  ‘ 누구 딸이 서울대 갔다더라’ 라는 소식들은 고요한 내마음의 호수에  던져진 바위 덩어리가 되어 나를 잠못들게 합니다. 그래서 잘난 내친구가 3위!

2위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입니다. 인생은 참 복잡합니다. 나좋다는 사람은 내가 싫고, 내가 좋은 사람은 나를 싫어합니다. ‘왜 나는 안돼?’ 눈물을 보여도,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도, 술먹고 꼬장을 부려도 안돼는 것은 안돼는 것입니다. 사랑을 하면 삶이 흑백 영화에서 총천연색 파노라마  3D 영화로 바뀝니다. 운동을 안해도 가슴이 뛰고, 모든 대중가요가 찬송가가 됩니다. 삶이라는 극장에서 나의 배역이 ‘지나가는 사람 3’에서 주인공으로 바뀌게 됩니다. 대신 실패한 사랑은 실패한 주식 투자처럼 사람의 마음을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내려 놓습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가 2위입니다.

대망의 1위는 코드가 안맞는 직장 상사입니다. 맘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안볼수 있는 사람인데,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그 맘을 못 먹고 매일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사람입니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악당같은 상사를 만나,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고, 마음이 꺽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내쪽의 문제가 발단이 되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나를 흔들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만약 직장에서 악당을 만났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꺽이면 안됩니다.

 

그래도 사람을 떠날수 없는 이유는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 리스트업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정확히 위의 순서 역순입니다.

 

5위 든든한 직장상사

4위 나만 바라보는 내사랑

3위 기쁠때나 슬플때나 내곁을 지켜주는 친구

2위 영원한 우리편 , 형제 자매

1위 그냥 나만 믿어주는 엄마 아빠

 

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씩 연재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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