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한주필 칼럼 – 고수와 동행

골프를 하수와 치는 게 좋습니까, 아니면 고수와 치는 게 좋습니까?

실력은 차치하고 좋은 사람과 치는 게 좋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동반자의 실력과는 관계없이 결이 같은 사람과 함께 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결에 대한 얘기 말고 단순히 골프 동반자로 고수가 좋은가, 하수가 좋은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고수와 치는 게 당연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고수와 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어느 유튜브에서 언급한 것이 있는데 공감이 가는 터라 그 영상을 참고하여 제 의견을 적어봅니다.

하수와 치면 스트레스를 덜 받기는 하지요. 자기 위안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적으로 고수라는 입장에 서니 함부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수를 하게 되면 일반적 느낌보다 더 깊은 자책을 하게 되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별로 다르긴 하지만 어떤 분은 하수와 치면 성적이 더 나빠진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수에게 뭔가 보여주려는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하수와의 게임은 좀 편한 기분이 들며 긴장감이 높지 않으니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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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고수와 라운딩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골프에 대하여 한 수 배운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고수를 통해 발견합니다. 고수의 스윙을 배우는 것도 있지만, 필드 매니지먼트를 배운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러프에 들어갔을 때 레이업을 어떻게 하는지, 그린을 놓쳤을 때, 짧은 어프로치 할 때의 자세나 클럽 선정 등을 배웁니다. 그 외에 매너, 에티켓, 골프룰 등을 배웁니다. 하다못해 캐디를 상대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배우지 않는 편이 좋은 고수도 있을 수 있으니 스스로 알아서 취사선택하시길. 그런 저급한 고수에게는 타산지석의 자세로 내가 고수가 되면 저런 일은 하지 말자고 역시 배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골프에 대한 열의도 커지고 목표도 생겨납니다.

내 스윙과 별로 다르지 않은데, 홀 아웃 할 때는 꼭 한 두 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고, 연습의 목표가 생겨납니다. 골프 좀 친다고 행세하는 고수의 모습이 눈에 거슬리면 나도 얼른 공을 잘 쳐서 그 산을 넘어보자는 열의가 피어납니다. 고수라고 청하지도 않은 레슨을 일방적으로 하지만 하수라는 죄수복을 입은 탓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겠다며 연습장을 자주 가게 됩니다. 그리고 늘 내기 돈을 과다하게 지불한다는 기분을 감수해야 하는 하수 노릇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요.

세 번째는 골프 라이프의 네트웍이 넓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점일 수 있습니다. 골프를 잘 친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쳤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골프 친구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 고수와 골프를 치면 자연히 그 고수를 통해 고사양의 골프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면 골프의 인적 네트웍도 좋아지지만, 골프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가 밝아집니다. 다른 골프장의 특징이나 각종 정보를 비롯하여, 골프 장비나 의상 등에 대한 상식도 늘어갑니다.  요즘 유행하는 골프 트랜드에 대한 상식이나, 타 지역의 동향도 파악하게 됩니다. 알게 모르게 골프 라이프를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하수들과 어울릴 때 접근할 수 없는 고급정보를 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짚는다면, 고수와 치는 게 실력 향상의 지름길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열의도 늘어나고 목표도 생기니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수와 주로 어울리면 명랑 골프를 즐긴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힘듭니다. 뭐 이 나이에 실력이 늘어 뭐하겠어 하시는 분은 구태여 선택하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선택할 기회가 된다면 가능하면 고수와의 라운딩을 선택하시는 것이 보다 발전적인 골프 라이프를 위한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4명이 한 조를 이뤄 라운드를 도는데, 한 명이 탁월한 고수인 경우는 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고수는 자기 욕심대로 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골프의 가장 큰 덕목인 겸손이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핀이 그린 왼쪽 끝에 결려 있다면, 아무리 고수라 해도 그린 중앙을 보고 치는게 정상인데, 비교가 안 되는 하수와 치게 되면, 이럴 때 한번 쳐보지 하며 핀을 보고 위험한 샷을 날립니다. 그리고 생각대로 핀에 붙으면 으쓱한 감정을 즐기는 것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마추어는 고수라 해도 그린을 벗어납니다. 하긴 그래도 고수의 경우 어프로치로 붙여 파를 기록하는 확률이 높겠지만, 그것을 배운 철없는 하수는 혀를 차며 후회하게 됩니다. 그런 자세를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합니다. 원칙에 어긋나는 시도를 배울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

아무튼, 무엇보다 고수와 공을 치면 얻게 되는 가장 유익한 점은 아무래도, 골프 저변이 넓어지고 골프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가 밝아진다는 점일 것입니다.  

가능하면 지혜롭고 우월한 자와 교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골프뿐만은 아닐 듯합니다, 우리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졸졸 흐르는 냇물보다, 넓고 깊은 물가에서 놀아야 좋은 고기를 잡을 확률이 커지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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