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February 25,Sunday

한주필 칼럼- 생각만큼 늙는다.

요즘 대화하는 인공지능, 챗봇이 등장하며 세상을 뒤집어놓고 있습니다. 저도 며칠 전 시험 삼아 이 글 제목과 같은 주제를 던지고 인공지능으로 에세이를 써달라고 하니 단 수 초 만에 짧은 글이 나왔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아무튼, 인공지능이 쓴 글의 요지는 인지 활동 수준이 높은 동물이 그렇지 못한 동물보다 노화가 더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정신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활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정신을 자극하는 여러 활동, 즉 일과 취미 생활 그리고 여가를 충분히 즐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덜 늙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야 할 일이란 열심히 일하고, 일이 없다면 열심히 놀기라도 하란 얘기가 됩니다.

얼마 전부터 자신도 모르게 나이 탓을 많이 합니다.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결이 어긋나면 늙은 핑계를 대며 양해를 구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스스로 늙음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죠. 노화되는 신체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스스로 늙음을 인정하는 언행은 정신의 노화마저 부르는 멍청한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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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 볼까 하며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데, 주변의 젊은 인재들, 저 양반이 지금 저 나이에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나 하는 듯한 눈길을 보내며 애써 외면합니다. 뭔가 또 사단을 불러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경계하는 태도로 보입니다.

직원들이 평소에는 다 바쁘게 돌아가니 방해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최근에는 주말마다 혼자 회사에 나와 새로운 일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늙은이가 주말에 궁상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아무도 관심을 안 준다는 현실에 섭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긴, 젊은 시절 사업을 준비할 때 늘 혼자서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왔는데 새삼스럽게 나이가 좀 들었다고 누군가의 관심을 기대하고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것이야 말로 응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격주로 나오는 씬짜오베트남 잡지 제작만으로도 숨이 가쁜 직원들에게 다른 역할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저 저 인간이 또 심심하니 취미 삼아 뭔가 사고 칠 일을 꾸미는 듯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들이 어찌 생각하든 간에 이렇게 새로운 일을 향한 시도가 나에게는 절실하고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런 분주함을 통해 정신적 노화를 늦추고 활기찬 삶을 살아 갈 것이란 기대가 은연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아마 그들은 모를 듯합니다.

어느 갑장 친구가 저녁을 먹으며 이제 베트남을 떠날 생각을 한다고 말합니다. 마땅히 하는 일도 없이 베트남에 머무는 것이 뭔가 균형이 무너진 의자에 앉아있는 기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진짜 할 일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늙은이는 거의 죄인 취급을 하는 곳이니까요. 아무도 상대하기를 원치 않는 부담스런 잉여인간으로 남아, 안방도 아니고 건너방 늙은이로 하루하루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세상과의 싸움은 젊어서 한다고 하는데, 실상은 나이가 들수록 세상과 싸워야 합니다. 나이 든 인간은 고려장 시켜야 한다는 편견과 싸워야 합니다. 늙은이를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잉여인간이라는 편견은 나이 든 사람을 이미 고려장 시키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영원히 젊게 살 것이라고 굳게 믿는 젊은이의 우둔함을 꾸짖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못 할 일은 없습니다. 막노동처럼 힘을 써야 하는 일만 아니라면 젊은이들과 경쟁하여 뒤질 이유가 개뿔만큼도 없습니다. 개에는 뿔이 없다는 것을 아시죠.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행동은 느리지만 사고는 더욱 지혜로워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피카소는 80이 넘어서 젊은이들이 생각도 못 하는 추상파라는 새로운 미술 영역을 다듬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늙은이라 칭하고 손가락질 하는데 넘어가, 우리 스스로 자신이 늙었다고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젊다는 것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를 통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나이에 상관없이 변화를 구하고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는 젊은이입니다.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에 태만한 젊은이들이 진정한 늙은이입니다.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물러날 뿐이다”라고 말한 맥아더 장군은 젊음과 늙음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단순히 오래 산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늙어가는 이유는 목적과 이상을 잃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할 뿐이지만 목적이 없는 무관심한 생활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당신은 믿는 것만큼 젊어지고 의심하는 것만큼 늙는다. 당신은 자신감을 갖는 것만큼 젊어지고 두려워하는 것만큼 늙는다. 당신은 희망을 품는 것만큼 젊어지고 절망하는 것만큼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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