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비리 단속했더니 국민 일상’고통’심화…베트남의 아이러니

베트남 정부의 부패단속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뉴스핌지가 9일 보도했다. 입찰비리로 홍역을 치른 공공의료 현장은 의약품 부족으로 붕괴 직전이고, 뇌물 스캔들이 터진 자동차 검사소는 대부분 가동을 중단해 곳곳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보도를 종합해보면 베트남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외과 병원인 비엣 득은 의료 장비와 약품이 부족해 지난달 환자들의 수술 일정을 이달로 모두 미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진통제를 먹고 버티고 있다.

하노이 박마이 등 대형 병원들도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하노이의 주요 암 시설인 K병원은 주사바늘과 카테터 등을 환자가 직접 구매해 오도록 했고, 동나이성 군 병원에서는 암 환자에 처방할 몰핀 주사제가 없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공공의료 시스템 마비는 베트남 정부가 납품 비리에 연루된 의사와 관료들을 구속하고 의료장비 등에 대한 입찰규정을 강화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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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당국은 지난해 6월 코로나19 진단키트 납품비리와 관련해 응우옌 타인 롱 전 보건부 장관과 쭈 응옥 아잉 하노이시 전 인민위원장을 제명하고 90여명 이상을 구속했다. 현재도 공공의료 기관 등의 의약품, 바이오제품, 테스트키트, 백신, 의약품 등에 대한 납품·입찰비리를 수사 중이다.

또 의료 장비 등의 구매 시 반드시 3개 이상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질병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봐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무사안일·복지부동의 분위기가 팽배해 졌다. 위급한 환자에 맞는 장비와 약품이 있더라도 엄격한 정부 규정에 맞지 않으면 아예 구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호찌민시 보건부 부국장은 “(정부가) 사상 초유의 전염병에 대응했던 의사들의 신뢰와 열정, 의욕을 떨어뜨렸다”며 “앞으로는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의사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베트남 정부는 이달 초 의료장비 등에 입찰 요건을 불과 1년여 만에 완화했다. 베트남 정부는 1개 업체의 견적만을 받아도 장비와 약품의 입찰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에는 의약품이 부족하고, 심지어는 품절돼 다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기조차 어려웠다”며 “전국적으로 1~2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는 장비도 무조건 3개 이상의 견적을 받으라고 하면 (엄한 처벌을 감수하고) 누가 규정을 어기겠느냐”고 비판했다.

자동차 등록·검사 시스템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하노이 시내 자동차 검사소 31곳 가운데 24곳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한다. 문을 연 7곳이 이달 내 검사할 수 있는 물량도 최대 3만780대로, 대상 차량(7만5700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호찌민시 등 베트남 대부분의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등록기관 역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근무인력 수백여 명이 도주하거나 무더기 휴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공안 당국은 지난 3개월여 동안 이들 기관의 뇌물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공안부 소속 28개 지방경찰은 그동안 검사센터 62곳과 등록부서 4곳을 압수 수색해 무려 379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차량의 조명, 브레이크, 배기가스 등의 오류를 무시하고 인증서를 발급해 주거나, 등록해 주고는 수십에서 수십만 베트남동(VND)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대대적인 수사에 “인력이 도주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현지 언론에 보도될 정도다. 한 자동차 등록기관 관계자는 “언제 체포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휴가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등록·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검사 유효기한 만료일을 앞두고 검사소 앞에서 꼬박 이틀을 대기하는 운전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신차를 등록하지 못해 운행할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기한이 만료돼 상당수 운전자들이 벌금폭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베트남 정부는 아직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국민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어떤 해결책도 없다”고 꼬집었다.

뉴스핌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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