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9,Friday

한주필 칼럼- 힘 빼기

지난 주 지인들과 골프 라운드를 돌다가 15번 홀쯤 왔는데 갑자기 다리에 쥐가 오릅니다. 종아리 경련이 일어나면 고통이 밀려옵니다. 수년 전부터 가끔 그런 경험을 한 터라 당황하지 않고 온몸을 쭉 펴면서 근육 경력을 막고자 노력했지요. 하지만 금방 사라지는 현상이 아닙니다. 그 후 2개 홀은 신발을 다 벗고 게임에 참여도 못 하고 그냥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조금 나은 듯하여 다시 한번 쳐보자는 생각에 동반자의 양해를 구하고 맨발로 티 그라운드에 올라 드라이버를 쳐보기로 했습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다리에 힘이 가서 다시 쥐가 올라올 터이니 다리를 넓게 벌려 몸의 움직임을 잡고 힘을 뺀 채 팔의 휘둘림으로만 드라이버를 들었다고 내려놓듯이 던졌습니다. 그런대로 타구음이 좋습니다. 한 150 야드는 갔겠지 싶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드라이버를 팔의 힘으로만 친 공이 다른 이들 보다 훨씬 길게 나갔습니다. 무려 220야드 정도는 나갔습니다. 평소 정상적인 스윙을 할 때도 가장 잘 맞는 경우에나 나오는 장거리입니다. 물론 런이 많았던 탓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긴 거리였습니다.  

그 후 연습장에서 시험해봤지요. 그때 느낌을 살리며 힘을 안 쓰고 드라이버를 공 넣듯이 가볍게 던져봤는데, 역시 기대보다 잘 나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강하게 휘두를 때보다 멀리 나가진 않지만, 힘들여 치는 것에 90%는 나가는 듯합니다. 느낌으로는 한 60%의 힘으로 치는데 거리는 90%가 나간다면 가성비가 엄청난 스윙인 셈입니다. 그때 느낀 점이 몸을 쓰지 않고 손으로 가볍게 클럽을 들어서 놓듯이 던지니 헤드가 잘 달린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연습을 하면서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연습장에서도 드라이버를 연습할 때 몇 번 치고 나면 힘이 들고 숨이 차서 고작 열댓 개 정도 치고 말곤 하는데, 이 스윙은 백 개를 쳐도 숨이 안 찹니다. 그래서 한번 권해 봅니다. 시니어 골퍼분들, 힘 안 들이고 부드럽게 던지는 스윙, 그러나 나름대로 거리가 나가는 드라이버, 이것이 진정한 힘 빠진, 릴렉스한 세련된 스윙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번 해보세요 새로운 경지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 스윙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골프는 힘을 빼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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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스윙에서 힘을 빼라고 하면 대부분 그립을 너무 헐겁게 잡아 스윙 궤도가 흔들립니다. 특히 숏 어프로치 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납니다. 골프에서는 어떤 경우도 그립을 잡은 손은 클럽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도록 견고해야 합니다. 퍼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립을 견고하게 잡고 어깨나 허리를 가볍게 도는 스윙 동작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힘 빼는 스윙은 장타하고는 거리가 있습니다. 장타자 치고 힘 빼고 스윙하는 사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있는 힘껏 공을 때려야 멀리 가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도 힘을 빼라고 하는 것은, 스윙 쾌도를 따라 돌아가는 클럽헤드에 과도한 힘을 가해서 쾌도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헤드면이 열리거나, 닫히는 일을 만들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골프의 이론이 하도 많아 쉽게 얘기하기가 망설여지는데, 제 개인적 생각으로 스윙시 힘을 빼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백스윙을 가볍게 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골프가 재미있는 것은 골프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운동입니다. 마스트가 없는 운동인 듯합니다. 끊임없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생기고 나름대로 한고비를 넘긴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며칠만 멀어지면 까맣게 잊어 버리는 것이 골프입니다.

그런 수많은 골프 과제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 힘 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프에서 힘을 빼는데 수년이 걸린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사실 골프에서 힘을 빼는 것은 평생이 걸려도 완성되지 않는 과제입니다.

골프에서 진정한 힘 빼기란 마음의 힘을 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골프에서 마음의 힘이란 무엇인가요? 공을 누구 못지 않게 멀리 보내기 위한 열망이 그것이고,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경쟁심이 그것이고, 싱글 스코어를 자랑하고 싶은 공명심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간 힘이 욕심입니다. 그 욕심은 긴장감을 불러와 억지 스윙을 만들고 전체 게임을 그르칩니다. 결국 마음의 힘을 빼 줄 알아야 스윙에서도 힘을 뺄 줄 알게 됩니다.

맞습니다, 진정한 골프 고수는 마음의 힘을 뺄 줄 압니다. 무리한 기대도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과신도 없습니다. 잘 쳐도, 잘 못 쳐도 모든 게 자신의 골프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 오비가 나와도, 더블보기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는 여유로운 골퍼가 진정한 고수입니다.  

아마 우리의 인생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열심히 살지만, 열심히 한 만큼만 기대하고, 행여 기대에 어긋나도 실망하지 않고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의 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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