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July 23,Tuesday

한주필칼럼- 골프, 못 치는 게 정상이다.

골프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그 매력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자부심을 들 수 있습니다. 자부심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믿고 떳떳이 여기는 마음입니다.  

골프는 그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로 골퍼에게 묘한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왜냐하면 골프를 하려면 몇 가지 쉽지 않은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이 많이 소요되니 경제적 여유가 필요한 것이 우선이고, 필드에 한 번 나가면 하루 종일 걸리는 운동이니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또한 혼자 치는 운동이 아니니 함께 어울릴 나름대로 정제된 인적 네트워크도 필요합니다.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킨 사람들이 필드에 나서는 것이니, 골퍼들은 최소한 삶의 패배자는 아니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입니다. 덤으로 매번 넓은 자연을 거닐며 호연지기를 키운다는 자부심 역시 부여됩니다.

또한 골프는 실력에 따른 심리적 우월감을 맛볼 수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골프장에서는 골프 잘 치는 사람이 왕이 된다는 것을 익히 아신다면, 골프를 잘 치며 얻는 자부심은 상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골프를 잘 친다는 것, 생각처럼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요.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 남성 골퍼들의 평균 핸디캡이 16.8 이라고 합니다. 그 통계가 믿을 만한 것인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실력이 양호합니다. 다른 통계가 없으니, 그것을 사실로 본다면, 아마 한국의 평균 스코어 역시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 봅니다. 결국 보기플레이 정도를 하는 것이 평균치라는 이야기지만 그 대상을 시니어만으로 한정한다면 그보다 3-4타는 더 늘어 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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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평균치에 불과한 보기플레이조차 도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공을 제대로, 올바르게 치는데 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공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는 보기 플레이어가 되는데 통상적으로 2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개인마다 다양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평균치 골퍼가 되기까지 만만치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보기 플레이어가 된 후, 다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그동안 했던 노력보다 훨씬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운동이 그렇겠지만, 특별히 골프는 익숙해지면 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싱글 핸디캡퍼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은 고시 공부를 능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드는 비용은 아파트 한 두 채를 사고도 남을 정도라고 하니, 골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부심의 대가가 너무 비쌉니다.

아무튼, 골프는 그렇게 비싼 자부심을 심어주는 반면, 또한 자괴감도 함께 선사합니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따른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어떤 자괴감을 주나요? 맘대로 되지 않는 골프에 대한 자괴감이 하나고, 골프도 게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해 승부에 질 때마다 느끼는 자괴감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골프를 이왕 시작했고 이제는 손떼기 힘든 중독자가 되었다면, 비싸게 얻는 자부심을 자괴감으로 다 파괴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골프는 잘 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골프를 잘 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물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죠.

저는 골프에 대한 몰입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프를 잘 치려면 6개월 이상은 거의 미쳐야 합니다. 매일 연습장을 찾으며 유튜브, 티브이도 골프에 관련된 것만 찾아보며 자신의 생활이 온통 골프에 묻혀 버리는 상태가 되면, 골프에 몰입된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세상이 온통 골프로 덮입니다. 골프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대화에서도 골프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뭔가 비유가 필요하면 골프에서 그 비유를 찾아서 얘기하고, 길가에 늘어선 전신주 간격을 보면서 50야드니 60야드니 하며 논쟁을 하고, 높은 나무를 보면 9번 아이언으로 치면 넘어갈 듯 하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골프에 몰입된, 골프에 미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골프를 못 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몰입의 경험을 30-40대에 겪었더라면 1년 안에 싱글 핸디캡 골퍼가 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젊은 날에는 골프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호구책을 마련하고 인생의 행로를 정하느라 바쁜 시기가 바로 그때인데, 그 시기에 골프에 미쳤다가는 신세 망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젊은 나이에 골프를 즐긴다는 것은 하늘이 준 행운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보통의 경우, 충분한 사회생활을 마치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면 비로소 골프를 즐길만한 여건이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때가 되면 육체적인 핸디캡이 생겨납니다. 젊은 시절에는 1년의 몰입이면 가능한 싱글 핸디캡이 50-60대에는 5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그 긴 기간을 골프에 몰입된 상태로 버틸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평생 싱글핸디캡 골퍼라는 소리를 못 듣고 늙는 것이 보통입니다.

가끔 시니어가 되었어도 싱글 핸디캡을 유지하는 독종들이 있기는 합니다. 독종이라는 게 나쁜 일에서는 부정적인 말이지만, 좋은 일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초월적인 사람이라는 찬사입니다. 초월적인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찬사 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젊어서나, 나이가 들어서나 골프를 능숙하게 잘 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젊어서는 시간이 없어서, 늙어서는 몸이 따르지 않아서 상급의 골퍼가 될 여건이 안됩니다. 결국 보통 사람들의 골퍼의 게임이란, 잘 못 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고약한 운동으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셈입니다.

골프, 못 치는 게 정상이라는 당연한 사실에 토 달지 말고, 가끔 찾아오시는 그분이 오는 날, 자기답지 않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동반자를 놀라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지내는 것이 즐거운 골프 인생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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