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September 26,Sunday

고정 관념 깨기 – 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호치민 시내에 수많은 모사화(模寫畵)를 쌓아놓고 파는 길이 있는 걸 보고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길을 지나가다가 더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유명한 명화들 뿐만 아니라 현재 살아있는 중국의 현대 화가 ‘위에 민준’ 의 그림까지 모사해서 버젓이 팔고 있더라구요. 아무리 베트남이 지적재산권의 무풍지대(無風地帶)인 것은 알았지만 생존해 있는 화가의 작품까지 아니 사인까지 모사해서 파는 걸 보고 놀람을 넘어 불쾌감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모사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창작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예술에서 모사화는 남의 것을 베껴서 팔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기선 질이 좋지 않은 물감에 사진만 보고 얼추 비슷하게 그려내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작가의 감정이나 생각이 담기지 않은 남의 구성만을 베끼기 급급한 죽은 그림들이죠.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겠지만 항상 그 거리를 지날 때면 그리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작품들은 ‘어 제법이네. 그럴듯하게 베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몇몇 작품들은 ‘아이구 차라리 베끼질 말지. 쯧쯧’ 하는 수준의 작품들도 많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을 뒤로 하고선 모사화 파는 길을 지나가다 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키스(kiss)’ 라는 작품입니다. 인기 많은 작품이라 술집에서나 식당에서나 미용실에서나 어느 가게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쯤 되면 오늘의 주인공을 눈치채셨죠? 소개합니다. 이번 칼럼의 주인공,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키스’ 를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입니다.

지난 호 칼럼에서 쉴레의 스승으로 잠시 등장했었던 ‘클림트’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화가입니다. 쉴레가 노골적인 에로티시즘이라 얼굴을 찌푸리는 분이 많은데 반해 클림트는 싫어하는 분을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고흐만큼 한국인들에게 인기 많은 화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화가이지만 클림트가 살던 시대에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클림트의 그림도 그리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강하고 날카롭기 보다는 아름다운 색들의 조합과 함께 부드럽게 표현이 되어있습니다. 미술을 시작하기 전, 제가 어렸을 때 사실 크림트의 그림만 보고서 저는 클림트라는 화가가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림의 선이 여성스럽고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있어서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지 턱수염 덥수룩한 아저씨가 그렸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친자 소송을 낸 여자가 14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림만큼 매력적인 아저씨였나 봅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렇게 모두가 다 아는 클림트의 사생활 이야기 말고,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그 유명한 ‘키스’ 그림 말고 다른 그림들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클림트의 대표작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그림은 너무 많은데 다 소개할 수는 없어서 그의 그림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을 위주로 소개하려 합니다.

대부분의 그의 그림을 보면 수많은 별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의 특징인 황금을 많이 쓴 그림이든 인물화든 풍경화든 간에 그의 그림들에서는 별처럼 쏟아지는 몽환적인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그림을 보던 중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여인들은 길쭉길쭉한 캔버스에 길쭉길쭉하게 그린 데에 반해 그의 풍경화들은 정사각형의 캔버스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보통 풍경화는 주로 가로가 긴 직사각형 모양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는 평범하지 않은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정사각형에 여백 없이 빼곡히 그의 스타일과 색으로 그려진 풍경화들을 보고 있는데 문득 클림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여자들이 등장한 그림을 볼 때마다 ‘클림트 화풍이다.’ 라는 느낌이 든다면 풍경화에서는 ‘엇, 그냥 클림트 그 자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화상도 아닌데 그의 얼굴이 겹쳐 보이며 잘 아는 사이처럼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여인들을 그릴 때에는 클림트가 원하는 이상(理想)과 그의 의도가 들어가 그에 어울리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풍경화는 좀 더 여유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꾸밈 없이 그려서 그의 내면이 잘 느껴 지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해봅니다.
그럼 진짜 그의 자화상은 어떨까요?

아쉽게도 클림트는 자화상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하지만 쉴레가 그린 그의 초상화는 있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내 자화상은 없다. 나는 회화의 대상으로서 나 자신에 전혀 관심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 특히 여성에 관심이 있고, 그보다 다른 형태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나는 스스로를 특별히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며 인물과 풍경 그리고 가끔 초상을 그린다.” 클림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클림트에게 그림에 대해 직접 물어볼 수 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책으로 남기지도 않았고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와 말하기에 별로 자신이 없으니 그림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그림을 보라고 했답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이미 자기 그림 속에 다 담아놨으니 직접 보고 느끼고 이해하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유명한 작품의 모사화를 한 점 사서 집에 걸어 놓고 만족하는 것도 좋지만 이름없는 화가의 순수한 창작물을 구입하여 감상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여유가 된다면 유명한 작가의 진품을 구입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겠지만 그도 안 된다면 모사화 보다는 무명 작가의 진품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일상이 되기를 작게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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