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9,Friday

한주필 칼럼- 휴일의 단상, 용기

지난 토요일 평소처럼 사무실에 나갔더니 빌딩 정문이 닫혔습니다. 뒷문을 통해 들어가면서 그제야 연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도 흥왕 기념일, 통일절과 국제노동절이 몰려서 만든 5일간의 긴 연휴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하는 5일간의 연휴는 무서울 정도로 지루합니다. 고작 며칠을 보내는 것이 이리 힘든데, 나중에 소일거리 없이 지내는 세월이 오면 큰일이다 싶은 생각이 들며, 아직 일이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튼 흥왕 기념일을 시작으로 길고 긴 휴일을 갖고 있으니, 흥왕이 누구이고, 베트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흥왕 기일의 원래 명칭은 져 또 훙 브엉(Giỗ Tổ Hùng Vương)입니다. 져(Giỗ)는 제삿날, 또(Tổ)는 선조, 조상, 시조 등의 의미가 있으니, 조상들께 드리는 제삿날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흥(Hùng)은 영웅, 브엉(Vương)은 왕이므로 영웅왕 혹은 그냥 ‘흥왕’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흥왕은 기원전 2879년 베트남 북동쪽에 위치한 푸토(Phu Tho)에서 건국한 반랑국을 2600년 동안 다스린 18명의 왕을 이르는 말로써 베트남 건국의 시조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매년 음력 3월 10일을 공휴일로 정해서 쉬는데,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올해는 4월 29일이 그날이었습니다. 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입니다. 베트남이 문호를 개방한 후 민족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지정한 것이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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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날인 4월 28일, 우리 한국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신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를 기념하여 대한민국 해군에서는 호국 음악회가 서울의 장충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충무공 탄신 478주년이라고 하네요. 이순신포럼 회원인 친구의 권유로 유튜브를 통해 현장을 지켜보았는데, 충무공의 위용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그 당시 조선에 충무공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흥왕처럼 5천년을 이어갈 나라를 세우고, 충무공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지키는 이런 영웅들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들의 엄청난 재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하늘이 지정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들은 원래 그런 운명을 지니고 나온 것인가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용기와 재능을 있었나요?  아니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단지 그 순간, 그 자리에 그들이 앉아 있었기에 수행했을 뿐인가요?

스페인의 17세기 신부이자 작가였던 발타사르 그리시안은 이런 말로 그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자신을 내보여라 그러면 재능이 드러날 것이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용기입니다. 자신을 내보이는 용기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자신에게 닥치면, 내가 어떻게 해, 나는 그런 재능이 없어 하며 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하고 특별한 재능은 자신을 드러냄으로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니 먼저 자신을 내보이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조용한 내향적인 성격의 인물이 정작 큰일에 앞장서며 그동안 드러내지 않은 재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간디가 그렇고요, 종교 개혁을 주도한 칼빈 역시 평소에는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정작 종교 개혁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게 되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엄청난 재능이 드러납니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일종의 마음과의 전쟁입니다. 자신을 내보이고 난 후 찬사를 받는 설렘과 재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해 비난과 혹평을 받을 줄 모른다는 두려움과의 싸움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재능은 용기라는 통로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니, 먼저 자신을 내보이는 용기를 내세우면, 그대의 내면 깊숙이 잠자고 있는 특별한 재능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용기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사람은, 간디가 되고,  충무공이 되어 수백 년이 지나도 후손들이 탄신을 기념하고 찬양하는 영웅으로 영원히 살게 됩니다.

사람들은 재능을 가진 인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준 용기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재능이란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용기라는 마중물을 통해서 뽑아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능력일 뿐이니까요.

용기는 모든 가능성을 부릅니다. 용기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용기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밑천입니다. 능력의 출구이자, 사랑의 무기이고, 성공의 기본 조건입니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는 영화에서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고민하는 아들에게 멋진 배우, 맷 데이먼이 분장한 벤자민은 말합니다.

“미친척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봐, 단 20초야. 그러면 정말로 멋진 일이 벌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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