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4,Saturday

[관심] ‘3대 교역국’ 베트남에 “국민들 게으르고 마약” 발언한 거제시의원

국민의힘 소속 거제시의원이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10명 중 1명꼴로 마약을 하고 게으르다는 취지의 혐오 발언을 공식 회의 석상에서 쏟아낸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이주민들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자칫 외교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한겨례지가 2일 보도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20일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 회의에서 ‘거제시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면 외국인노동자 노동조건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국민의힘 양태석 시의원은 “베트남 애들 10명 중에 1명은 뽕(마약)을 한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원한다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베트남인들은) 능률이 안 오르고 게으르다”, “외국인 4~5명이 모여 다니면서 침 뱉고 슬리퍼 끌고 시내 다니면 우리(거제) 관광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나”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조례 제정에 반대했다.

이어 “쟤들이(베트남인들이) 나중에 세를 불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기들끼리 노조를 만들어서 일을 안 할 수도 있다” 등 노동자와 노조 활동에 대한 비뚤어진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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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외국인노동자 지원조례안’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돌아가기 힘든 거제 지역경제 현실을 반영해 나온 조례안이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같은 당 김선민 의원은 “조선업의 영향으로 거제시에 외국인 노동자의 지속적 유입이 예상되며, 외국인 노동자의 상당수가 국내 노동자가 기피하는 제조업과 어업 등에 종사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복지 증진 등의 정책을 수행해 당면한 조선업 인력난 해소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조례 제안 이유를 밝혔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거제시 관계자 역시 “전국적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거제시는 조선업에 내국인들이 근무하다가 많이 빠져나가면서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조례가 꼭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1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거제시가 포함된 경상남도에 12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았다. 또 정부는 조선업 분야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지난 1월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양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외국인이 들어와서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1일 성명서를 내고 양 의원의 발언을 “객관적 근거 없는 시대착오적 인종차별, 타국 모욕, 외국인 노동자 혐오 비하 막말”로 규정했다. 이어 “타국을 모욕, 폄훼해 자칫 외교 분쟁, 무역 감소, 산업 위기로 번질 우려까지 제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최대 무역 흑자국(2022년 기준)이자 3대 교역국이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실시한 ‘2019년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답했다.

당시 인권위는 “정치인과 같은 공인의 혐오표현은 사인에 견줘 더 넓게, 더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고, 그 파급효과도 크다”며 국회의장·각 정당대표·선관위 위원장이 나서서 혐오표현 자정을 유도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성명을 내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대상자에게 더욱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며 정치인의 혐오표현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등에서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민주당 경남도당은 국민의힘 당협 책임자인 서일준 국회의원에게 해당 시의원에 대한 강력한 책임 추궁과 공개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경남도당 역시 1일 입장을 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차별행위를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겨례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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