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클레이 샘의 영어 정복기. “영어로 생각하라”는 가르침에 대한 세가지 오해

한국인이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데 소위 “콩글리시”라고 부르는 “한국식 영어”를 극복하고 영어를 영어답게 배우고 사용하는 원칙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공부하면서 국제회의통역사(동시통역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과 수 년간의 강의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한국인이 영어를 마스터하는데 효과적인 원칙과 영어 사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번째 오해, 영영사전

수 많은 영어 강사들과 교재들은 영어를 할 때 우리말과 영어를 일대일 대응시키지 말고 “영어로 생각하라”고 주문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이 빠져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로 생각하라”라고 가르치는 영어 전문가들의 말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영사전”, “번역금지”, “몰입교육” 등 세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분명히 바람직한 공부 방법입니다. 다만 이 세 가지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myths”는 해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오해 영영사전

“저는 영영 사전 만 봅니다”라는 분들을 가끔 접하는데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그 말을 대단히 자부심(?)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영영 사전 만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하기가 쉽지 만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한 듯 합니다. 영어 공부 제대로 해보자고 비싸게 구입한 영영 사전을 가지고 공부하다가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걸리는 경험을 해 본 독자들도 꽤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영어의 고수들이라고 평가 받는 통번역사들은 영영 사전도 물론 사용하지만 영한 사전, 한영 사전을 두세 종류 씩은 봅니다. 더 중요하게는 영영 사전 이외에도 동의어사전thesaurus도 반드시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어떤 단어의 ‘의미’를 한두 가지로만 국한시켜서 기억하고 있어서는 그 단어를 적재적소에 써 먹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필자가 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 미국인 영어 강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영어에 대한 열정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강하고 그래서 정말 존경스럽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어려운 단어들을 놀랄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나도 순간순간 놀랄 때가 많고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한국인들의 영어가 잘 늘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참다/견디다’라는 말을 하려 할 때 한국인 10명 중에 9명 이상은 ‘endure’라는 단어를 쓴다. 나는 진정으로 그 사실을 ‘견디기’ 힘들다.”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endure라는 단어가 좋지 않은 단어이냐?”
“그건 아니다. 다만, 미국인 10명이 ‘참다/견디다’라는 말을 하려 할 때 9명 이상은 endure를 쓰지 않는다. 나도 개인적으로 endure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미국인은 어떤 단어를 쓰느냐?”
“미국인들은 ‘stand’나 ‘put up with’라는 쉬운 표현을 쓴다. 내가 그런 표현을 쓰면 한국인들도 이미 그 뜻을 알고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endure’만을 쓰려고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친구와의 대화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20년이 지난 오늘 한영 사전을 들춰보니 해답이 보이는 듯 합니다.

한영 사전에서 “참다/견디다”를 찾아보면 endure나 bear라는 단어가 stand 나 put up with라는 단어보다 먼저 나옵니다.
이렇듯 우리가 ‘믿고 찾는(?)’ 영한/한영 사전은 우리를 그릇된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영 사전을 보라는 말들을 하는 영어 고수들이 많지 않나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영 사전을 활용하는데 시간만 많이 걸리고 의미는 오히려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영영 사전이 분명히 효율적인 도구는 아닐 것입니다.

기억할 점은 영영 사전은 모르는 단어의 ‘정의 definition’를 찾아보는데 쓰는 도구가 아니라 어떤 단어의 ‘쓰임 usage’을 이해하기 위해서 쓰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영영 사전에서 정말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부분은 단어의 뜻 definition이 아니라 ‘예문’입니다.

예를 들어 ‘참다/견디다’라는 말을 쓰고 싶은데 무슨 단어를 써야 할 지 모르겠어서 한영 사전을 찾았다면 재빨리 처음 눈에 띄는 단어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내가 원하는 상황과 맥락에서도 쓰이는 지를 영영 사전에서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영어를 읽거나 듣다가 잘 이해되지 않는 단어가 나온다면 그 단어의 ‘뜻’을 일단 영한 사전에서 찾아본 후 영영 사전에서 ‘예문’을 읽어봄으로써 그 단어가 문장 안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익히는 것이 가장 올바른 공부방법입니다.

또한 영영 사전의 효용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동의어 사전thesaurus을 병행해서 사용함으로써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들과 어떻게 ‘쓰임usage’이 다른지를 비교해가며 공부하는 방법이 바람직합니다. 어떤 단어가 내가 필요로 하는 맥락과 상황에서 쓰이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비슷한 대안을 동의어 사전에서 여러 개 찾은 후 각각의 단어들을 영영 사전에서 찾아 예문으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언뜻 들으면 영영 사전 하나만 가지고 공부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영 사전 만 보느라 좌절하고 스스로 고문하는 것 보다는 훨씬 보람 있는 시간이 됩니다.
스스로 알고 있던 단어의 쓰임을 확인하기도하고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들도 함께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지치지 않을 수 있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공부 습관이 됩니다.

작성자 : 이성연 원장(팀 스피리트 원장)
팀스 2.0 영어학원 대표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교 경영학석사
(전) 한성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겸임교수 및 시간강사
(전) 산업정책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육부문 이사
(전)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커뮤니케이터 과정 주임교수
(전) 한국리더십센터 성공을 도와주는 영어 과정 주임강사
(전) 삼성 SDI 전속 통번역사
(전) SK TELECOM 전속 통번역사
종로/대치동/삼성동/역삼동 영어학원 강사경력 총 10여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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