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7,Saturday

골프 칼럼 – 골퍼의 엄살과 거짓말

 

엊그제 필드에서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동반자가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오늘은 잘 못 칠 것 같다는 엄살을 들으며 생각난 것이 있는데, 골퍼들은 필드에서 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실제로 우리 아마추어 골퍼들은 수많은 거짓말로 엄살을 부리며 골프를 즐깁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거짓말이란 남을 속인다는 말입니다. 골프에서 거짓말이란, 얼핏 생각하기에는 스코어를 속이거나 룰을 몰래 위반하며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행위를 우리는 거짓말이라고 말하기보다 속인다는 말로 대처하지요. 영어로는 cheating 정도가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얘기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거짓말이란 상대를 속이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자신의 미흡함을 감추기 위해 그럴듯한 변명을 앞세워 자존심을 세우고 스스로의 위로를 얻기 위한 엄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엄살은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는 허허실실 작전일 수도 있고, 자신의 실력과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 비책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자신의 실력이나 환경에 대한 과도한 비판을 통해 지금의 상황이 실제 자신과는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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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잠을 못 자서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말로 시작하여, 어제 과음을 했더니 아직도 술기운이 있다 등의 일상에 묻혀 사는 아마추어 골퍼의 애환을 핑계로 제 실력이 드러나지 않는 변명을 미리 늘어놓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허리나 무릎의 통증 등 신체상의 불균형을 이유를 내세우는 변병도 있고, 골프 클럽이 자신과 맞지 않아 제 실력이 안 나온다는 푸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모든 엄살은 자신의 본 실력이 오늘의 스코어보다는 양호하다는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하는 말인데, 안타깝게도 그런 요소들이 모두 포함된 것이 골프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실과 다른 허상을 지닌 슬픈 군상이 바로 우리 아마추어 골퍼입니다.

사실 골프는 어려운 운동입니다. 그 작은 공을 주먹만한 해드가 달린 가느다란 작대기로 드넓은 필드의 한구석에 숨어있는 작은 구멍을 찾아 고작 3-4차례 타격으로 홀인을 시킨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고도의 정확성과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입니다. 따라서 일상에 빠져 사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마음처럼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 힘든 운동이라는 것을 먼저 수긍하고 받아 들어야 골프 실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공정한 자기 평가가 이루어지면 엄살을 할 필요가 없어질 듯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골퍼의 엄살은 골프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골퍼들이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클럽을 지금처럼 자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글 못 쓰는 사람이 연필 탓을 한다는 말처럼, 골프가 안 되는 이유를 많은 골퍼들이 클럽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골프 클럽이 주는 실력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습니다. 아마도 거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새로 나온 클럽들이 거리를 더욱 길게 나가게 만들어 골퍼들을 유혹하지만 거리가 많이 나는 클럽으로 바뀐다고 스코어가 좋아지는 경우는 별로 못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골퍼들은 자신의 미흡한 골프 스윙을 클럽의 교환으로 보충하려 하기 때문에 그 많은 골프 클럽 제조사가 매년 새로운 모델을 내 놓고 또 엄청나게 팔려나갑니다. 골퍼들의 스윙에 대한 엄살이 없다면 아마도 골프 클럽 제조회사는 대부분 문을 닫을 것입니다.

이렇게 골퍼의 엄살은 타인에게 별다른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자기 얼굴을 세우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요소가 있고, 또 골프 산업을 부흥시키는 순 작용도 있으니 그리 지탄받을 일은 아니지만, 남의 동정을 구한다는 점에 권장할 일도 아닙니다.

반면에 거짓말은 사정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스코어를 속인다던가 룰을 교묘하게 어기는 심각한 치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가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코어를 의도적으로 달리 알려준다던가, 경기 결과를 왜곡하여 타인에게 자신의 성과를 과장되게 포장하는 경우도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짓말은 남을 속이기 위함이라기보다 스스로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거나, 남에게 인정을 얻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말의 허구를 인지하는 데 있습니다. 결국 기대와는 달리 작은 거짓말로 평판은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거짓말은 결코 순기능이 없는 행위가 분명합니다.

엄살과 거짓말은 선善과 어둠 사이에 모호한 경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엄살은 과장된 표현으로 보고 대부분 웃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거짓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골프처럼 정직과 공정을 내세우는 운동에서의 거짓말은 골퍼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인성에 대한 평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엄살과 거짓말은 누가 선이고 누가 어둠이고를 떠나서, 이런 행위를 통해 골퍼들은 일시적인 위로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진정한 자기 발전과 만족을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머리가 희끗한 시니어 골퍼에게 엄살이나 거짓말은 절대로 어울리는 구도는 아닐 듯합니다.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군소리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가는 세련된 노익장이 바로 시니어 골퍼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엄살이 줄면 실력이 늘고, 거짓말이 사라지면 진정한 친구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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