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18,Saturday

삼국지 – 인간 백과 사전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말고, 삼국지를 3번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말고, 10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마라.
   삼국지,  어려서는 읽고 나이들어서는 읽지 말아라.

<삼국지>와 관련된 유명한 말입니다. 첫번째 말은 삼국지를 읽을수록 대인관계에 경쟁력을 갖추게 되겠지만, 지나친 ‘권모술수’는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 말은 삼국지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원대한 포부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에게는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오지만, 나이가 들어 본인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괴로움으로 다가올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위의 두 문장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해석하건 간에 삼국지를 읽는 행위가 사람을 지혜롭게 하고, 웅장한 포부를 느끼게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요지인것 같습니다.

삼국지는 ‘황건적의 난’으로 군웅할거의 시기가 시작된 서기 184년부터 사마염이 건국한 서진이 중국을 통일한 280년까지의 시기를 다룬 역사 소설입니다. 삼국지를 역사 소설로 한정짓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 할때는 진수가 지은 역사책 ‘삼국지’가 아니라,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 ‘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조금 더 한정짓자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184년 황건적의 난에서 시작해서 유비의 죽음을 이끌어낸 222년 이릉전투를 거쳐, 출사표로 유명한 제갈량의 북벌시기 및 제갈량이 사망한 234년까지의 50년의 기간이 실질적인 삼국지의 역사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이후에는 소위 말하는 유비,관우, 장비 삼형제, 조자룡, 조조, 하후돈 등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급 인물들이 사라져서 이야기의 흥미와 긴장감이 확 떨어집니다. 그래서, 제갈량 사망 이후의 삼국지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 있는 독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조조가 세운 위나라에서 제갈량의 라이벌 사마의가 권력을 잡고, 그의 후손이 결국 삼국을 통일한다는 이야기가 이후 50년의 이야기 입니다.

삼국지가 재미있고 유익한 이유는 50년이라는 시간적 배경동안 다양한 인물들의 성공과 몰락을 지켜볼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시골에서 돗자리를 짜서 팔던 유비라는 사람이 황건적의 난이라는 ‘난세’를 만나, 이리 저리 떠돌며 고생을 하면서도, 마치 용이 거센 비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듯이 결국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는 성공 스토리는 독자들에게 대리만족과 함께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생을 참고 견디면 나중에 올 성공의 밑바탕이 될것이라는 용기를 줍니다. 자기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관우, 장비라는 동업자를 만나 성공적인 조직을 만들고, 조직이 성장 한계에 부딪힌 순간 제갈공명이라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여 조직을 다음 단계로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는 창업 스토리의 전형적인 모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황제가 된 성공의 정점에서, 의형제 관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한다는 사적인 명분으로 무리하게 시작한 이릉전투에서 패배하고 결국 죽음을 맞게된 유비의 몰락 역시, 리더의 판단력이 기업의 흥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됩니다.
환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나긴 했지만, ‘원소’같은 명문가 자제들에 대해 열등감을 느꼈던 조조라는 젊은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은인도 해치는 냉정한 결단력과 자신의 모든 신하들을 압도하는 명석한 두뇌, ‘동탁’ 암살을 시도하다 들키자 그를 찌르려고 했던 칼을 선물로 바치며 위기를 모면하는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을 통해 황제 위에 군림하는 실세 승상이 됩니다. 전세대의 실세였던 여포를 꺽고, 자신에게 열등감을 줬던 원소를 ‘관도 대전’에서 크게 꺽음으로서 중원을 장악하고 위나라의 천하 통일 기반을 세웁니다. 8년후 오나라 침공을 시도한 ‘적벽대전’에서 대패하여 비운의 영웅이 되지만, 그 이후 그의 성공 신화를 보면, 커다란 실패 이후 꺽이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큰 교훈을 줍니다.
손권이란 인물은 삼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기가 없어서, 유비나 조조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손견’이라는 유비, 조조와 같은 세대의 이름난 영웅으로 집안의 기반을 닦았고, 그의 형 ‘손책’ 역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잠시 몰락했던 집안을 자신의 실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창업형 리더였습니다. 반면 손권은 아버지와 형이 만들어준 기반을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으로 물려받은 인물입니다. 등장 장면에선 극적인 요소가 부족하지만, 그는 조조와 유비라는 불세출의 영웅 사이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그가 기반을 닦은 오나라는 208년 적벽대전 이후 280년까지 70년이 넘게 나라를 유지합니다. 그가 수성형 리더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창업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미 있는 조직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존속시키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더 어려운 일이 될수도 있습니다. 반발과 저항, 타성이라는 내부의 적과도 싸워 이기고 전 세대의 성공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젼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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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1,000명이 넘는 인물을 논한다는 것은 지면 관계상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에 가장 대표적인 3명의 인물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것 같습니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다양한 등장 인물들을 재미있게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상황 상황에 맞춰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목이 금방 날아가고, 어떤 사람이 오래 살아남고, 어떤 사람이 귀하게 쓰임을 당하고, 어떤 사람이 몰락하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제후는 아니었지만 ‘신’으로 살아남은 ‘관우’라는 매력적인 인물도 있고, 전략가의 대명사 ‘제갈공명’이라는 인물도 지속적인 영감을 주는 캐릭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삼국지의 가장 큰 매력은 읽을때마다 새로운 점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책은 똑같은 책인데 내가 처한 인생의 단계에 따라 전에 주목하지 못했던 인물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경험이 쌓임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선과 악에 근거한 흑백 논리가 아니라 좀더 복잡한 감정으로 보게 됩니다. 그게 바로 몇번 읽었던 삼국지를 다시 한번 더 읽게 되는 이유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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