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5,Thursday

싫은놈 나쁜놈 죽일놈

싫다는 것은 상대적 감정일지 모르지만 나쁘다는 것은 일반적인 감정이다. 나쁜 놈은 정의롭지 못하기에 일반적인 사람은 공통적으로 나쁜 놈을 싫어한다. 나쁜 놈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 때문에 양지보다는 음지를 지향하고 밝음 보다는 어둠을 추구하기에 그가 체류하고 떠난 자리에는 항상 구질구질한 뒤끝이 남아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내가 알고 있는 이놈은 그와 그들의 가족 먹거리를 위하여 교활한 속임수와 간교한 술수로 수 많은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들었으며 나도 그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에 속하여 그에게 분노하고 있지만 정작 이놈은 그가 가해자 인지를 인식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진실을 숨기기 위하여 교활한 술수를 동원하여 그의 죄를 덮으려 시도 한다.

나쁜 놈은 보통, 그의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치밀하게 염탐한 후 행동하기에 보통의 사람들은 그에게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도 인지 하지 못하거나 한참 후에야 구질구질한 그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다. 만약 그가 이른 나쁜 행위를 하기도 전에 보통 사람이 그것을 인지 할 수 있었다면 그 놈은 나쁜 놈이 아니라 어리석은 놈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놈은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나쁜 행위를 반복하며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나는 지금도 세상의 구석진 거리를 양아치처럼 배회하며 호시탐탐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이놈들을 싫어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를 싫어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고 몸서리치게 싫어한다는 것이다. 난 그로 인하여 계산되는 재산상의 손해와 계산되지 않는 정신적 피해를 너무나 크게 보았기에 그를 만날 때마다 몸서리치게 놀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제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경멸하고 있으며 그의 모습을 어떤 형태로든 접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소름이 돋기에 또 다른 물적 정신적 피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안겨주고도 그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활보치고 다니는 놈이라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기에 난 이후에 벌어질 수도 있는 모든 사태를 감수하고서라도 그의 죽음을 위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 죽임의 작전명을 ‘쥬빗'(쥬엇을 빗자루로 죽이기)으로 정했다.

밤마다 사무실 건물을 무단으로 침입하여 무전취식 뿐만 아니라 각종 집기를 파손하고, 새벽이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 나쁜 놈, 싫은 놈, 죽일 놈을 잡기 위해 동나이와 빈증성에서 상주하고 있는 직원까지 동원하는 전 직원 동원령을 내렸다. 2층 사무실로 통할 수 있는 일체의 출입구를 봉쇄하고, 전 직원에게 발견 즉시 사살 할 수 있는 권한과 각종 무기를 1인 1점씩 지급하였으며 작전명 ‘쥬빗’에 대한 계획을 통역원을 통해 상세하게 하달했다. 작전시간은 아침 회의가 끝나는 08시 30분부터 직원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인 0850분까지 20분간으로 정했으며, 작전 수행 이전에 불미스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임신 중인 여직원을 옆 건물로 소개 시켜 놓는 치밀함도 보였다.

자기들끼리 베트남 꽃미남으로 부르는 본사 기사들로 구성된 1조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퇴로를 차단하라 명령했고, 치명적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수색 작업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용맹한 ‘귀신 잡는 베트멘’ 이라 불리는 외곽 기사들로 구성된 2조에게 맡겼다. 1조는 광의의 타격을 위하여 빗자루로 무장시켰으며 수색을 맡을 2조는 책상과 서랍장 그리고 대형 책장의 하단 깊숙한 곳까지 원활하게 타격할 수 있는 밀대 봉으로 무장시켜 작전에 투입했다.

물론 이놈을 제일 싫어하여,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것마저 두려워하는 나는 작전 수행의 지휘자이며,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적이 절대로 침범할 수 없는 안전한 3층 사무실 앉아 586컴에 들어있는 최첨단 무인 카메라를 통하여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최신식 스마트 폰으로 작전을 지시했다.

‘허우’ 두 번째 서랍장 하단부를 쑤셔라!, ‘린’ 첫 번째 서랍장을 깊게 찔러, 야! 1조 한 계단씩 올라오며 포위망을 좁혀!”
밀대 봉을 통한 서랍장 및 책장 하단부의 융단 폭격은 정확하게 8시 50까지 20분간 쉴 새 없이 지속되었고 작전은 완벽했으며 직원들은 지휘계통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기에 그 놈이 아직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다면 사살 또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작전 수행 중에도, 작전이 끝난 후에 실시한 살상물 확인 작업에서도 그놈의 시체는 고사하고 그놈의 꼬랑지도 보지 못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실패 했다.

소탕 계획이 어떻게 그놈에게 사전에 노출되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놈은 작전 수행 전에 이미 이 구역을 탈출하고 없는 것이 분명했다. 작전 실패에 대한 분노와 책임을 귀신은 고사하고 쥐새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귀신 잡는다는 2조 팀장에게 묻고 싶었지만 “작전의 모든 책임은 지휘자에게 있다” 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을, 어떤 책에서 본 기억 때문에 애꿎은 현장팀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우리 중 아직까지도 그 똑똑하고 나쁜 놈의 실체를 어렴풋이라도 확인한 이는 어제 제일 먼저 출근해 계단으로 도망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나에게 제보한 임신한 여직원이 유일하다.

그녀 증언으로는 어제 그녀가 본 것은 쥐의 꼬리 부분이라 했고 꼬리의 크기로 보아 생쥐가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시골에서는 밭에서 잡은 놈을 식용한다고도 했고, 그녀도 먹어 본 적이 있다고도 했고, 지금도 먹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여 통역원은 “피해 규모로 보아 절대로 생쥐의 단일 범죄가 아니며, 분명히 우리가 목격하지 못한 어미가 한 마리 있다” 라고 확신했기에 난 아직도 직접 목격한 임산부의 증언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그놈을 식용할 수도 있다는 통역원 말을 믿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피해규모는 전날 직원 생일 파티를 하고 냉장고에 넣지 않은 케이크 두 조각과 직원들이 점심 식사 후에 즐겨 먹는 베트남산 과일 두 개에 나 있는 그놈의 이빨 자국이 전부이다.

다행히 임신한 여직원이 그놈의 꼬리를 목격한 이후에도 그녀의 뱃속에 있는 태아에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정신적 피해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이제 겨우 4개월째라, 6개월 이후까지 기다려 보아야 명확한 정신적 피해 규모를 알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난 이런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머리 좋은 나쁜 놈이라고 칭하는 이 놈이 또 다른 교민 및 베트남 인민에게 물질적 정신적인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이놈들을 일망 타진할 때 까지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든 상관없이 소탕 작전을 지속할 계획이다.

작성자 : 최 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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