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July 19,Friday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시련의 의미 –

시련을 간단히 정의해 본다면, ‘지금, 이 순간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어떤 것,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쉽게 벗어날 방법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 입시 시험을 1~2년 앞둔 입시생들에게는 수능 시험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가 시련입니다. 어떤 젊은이는 취업을 못 해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어떤 젊은이는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식을 갖고 싶은 마음에 시련을 겪고, 어떤 이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 때문에 시련을 겪습니다. 여자라서 받는 차별이 시련이 되고, 남자에게 강요되는 부담이 시련이 되기도 합니다. 건강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자신이나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어 고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끝없는 사례의 나열을 피하기 위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시련은 개인적인 경험이며,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의해 겪게 되고, 삶에서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같은 교실, 같은 사무실, 같은 집 안에서 모두 각자의 시련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태인 대량 학살의 장소로 알려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정신분석학자가 쓴 체험담이자, 자신의 심리치료 이론인 ‘로고테라피’의 소개서입니다. ‘1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 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3부 비극속에서의 낙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강제 수용소의 체험 부분이 유명하고, 책의 학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946년 초판엔 1부 체험담 부분만으로 출판되었고, 1962년에 2부 로고테라피 부분이 소개되었고, 3부는 1984년에 보충이 된, 이 책의 역사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딱딱한 이론보다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던 개인의 체험담이 일반 독자들에게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내용은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저자가 강제 수용소라는 공간에서 만난 여러 개인들과 겪은 이야기를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담담하게 풀어내는 화법 때문이기도 하고, 1부 시작 부분에서 저자가 직접 밝힌 이 책의 저술 목적 때문이기도 합니다.
“끔찍한 공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은 고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일상이 평범한 수감자들의 마음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것이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병원, 식당, 학교, 시장도 없고, 가족과 모두 헤어지고, 이성도 만날 수 없으며,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는 수용소라는 공간에서도 일상이 존재한다는 저자의 증언이 이 책이 가장 핵심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를 감싸주고, 모멸감을 느끼고, 배가 고프고, 예술을 즐기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얼마만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절망적일 수 있는지, 얼마나 희망적일 수 있는지, 얼마나 잠을 안 잘 수 있는지, 얼마나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배고플 수 있는지, 얼마나 운이 좋을 수 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고, 그 어떤 철학자의 말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개념에서 저자는 시련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잠재력은 한 개인의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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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중에 ‘대국민 고민 자랑 – 안녕하세요’라는 유명한 토크쇼가 있었습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참가자가, 친한 친구들끼리 은밀하게 나누던 고민을, 방송에서 패널과 방청객들에게 나누고, 가장 심각한 고민을 가진 참가자가 우승하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9년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으며 얻게 되는 위안과 공감으로 인한 힐링 효과’를 시청자들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은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의 마음과 비슷합니다. ‘어딘가에는 나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고,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다’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받고 힐링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책의 독일어책 초판(1946) 제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Say “Yes” to Life: A Psychologist Experiences the Concentration Camp 삶에게 “Yes” 라고 말해라 : 한 심리학자의 강제수용소 체험에서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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