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ly 30,Friday

가족여행

연말에 가족들이 단체로 베트남을 찾을 계획이다.
집안의 넷째 아들이 20년 전에 베트남에서 사업을 한답시고 떠나더니 아직도 그곳에서 호구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비록 한 두 달에 한번 꼴 이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집사람과 아들녀석 그리고 간간히 가족 중 한 두 명이 사업관계로 들린 것 외에는 그가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는 가족들이 이번에 동생의 제안으로 7명이나 되는 가족이 단체로 4박 5일 베트남을 찾기로 했다.

사실 걱정이 앞선다.
일반적인 한국인의 급한 성격보다도 더욱 거센 성격을 자랑하는 한씨 가족, 특히 한씨는 여성의 성격이 더욱 강건하고 억센 생활력을 자랑하는 집안인데, 이번에 들리는 가족 중에 5명이 여성이다. 다행인 것은 그 중 2명만 한씨 여성이고 나머지 3명은 한씨 집안에 들어온 며느리들이다.
워낙 강한 성격에 신체적으로도 강인한 한씨 집안의 남자들에게 기가 눌렸는지 상대적으로 늘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사는 며느리들이 오랜만에, 아니 난생 처음으로 시집 가족들과 단체로 관광을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가족 방문의 주목적은 넷째 아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이지만 그거야 한 두 시간이면 족할 일정이고 그 나머지 일정을 어떻게 7인의 가족 방문객을 모시고 안전하게 또 흥미로운 일정을 짜야 할 지 막연할 뿐이다.
호찌민에서 2박 3일 하노이에서도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가족들 대부분이 50대에서 70대까지 넓게 분포된 비교적 노령화된
손님들이라 어떻게 안전하고 편안
하게 피곤하지 않은 일정을 마련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먼저 숙소 마련도 만만치 않다. 한 번도 3~4명 이상의 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는 지라, 들어오는 가족 7명에 본인까지 8명이 되는 일행이 묵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어디 관리형 아파트를 이틀 씩 빌리면 될 것 같은데, 그나마 호찌민에서는 잘 아는 호텔도 있고 연말에 집을 비울 친구 아파트도 있어서 그런대로 넘어갈 것 같은데 하노이는 만만치 않다. 8명 이상이 승차할 수 있는 렌트카도 임대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하노이로 옮겨가서 이들의 최우선 관광지 하롱베이에서 하루를 보낸 후 다시 하노이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하롱베이 관광에는 여러 종류가 많아서 어떤 그레이드의 관광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한 번 가족을 위해 통 크게 쓰기로 하고 상급의 크루저를 예약하기로 했다.
요금이 만만하지 않다. 더욱이 8명이나 되는 멤버가 좁은 배 안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없으니 갑갑하기만 하다. 그래도 크루저에서 하노이 하롱베이 왕복 요금을 포함하여 식사도 3식을 주고 최고의 시설을 즐길 수는 있지만 그 선상에서 하루 밤을 보내는데 드는 요금이 웬만한 직장인 한달 봉급에 못지 않게 소요되니 그 또한 맘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평생에 한두 번 있을 까 말까 한 가족 여행에 참석한 모든 멤버가 좋은 추억을 남기고 돌아가기를 고대해 본다.
그리고 다시 하노이에서 하루 관광을 한 후 동생 집이 있는 홍콩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들이 베트남에 머무는 4박 5일 동안 소요되는 경비를 대충 꼽아봐도 숙박비와 여행비 그리고 기타 식비 등을 합산하면 대강 우리 집 한달 생활비가 넘는다. 단 4박 5일을 위해 사라지는 한 달 생활비, 집사람에게 이달은 가족에게 봉사하는 달로 삼고 내핍 생활을 해야 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는데 제대로 전달이나 되었나 모르겠다.
이 경비에는 동생이 지불하는 모든 비행기 삯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 그것까지 포함하여 여행 일정과 경비를 계산해보면 이번 여행 경비는 그야말로 우리 집안 사상 최대의 호화 이벤트로 남을 것 같다. 그런 만큼 알찬 일정으로 귀한 추억거리를 남겨놔야 할 텐데…

베트남에서 교민들을 위한 생활 잡지를 10여 년 이상을 발행했으니 관광지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가 있는 셈이지만 관광지 안내 기사를 게재하는 것과 직접 가서 지내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은 베트남 경험상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관광지 선정하는 일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잘못 선정했다가 불만이라도 사는 경우 20년 베트남 생활의 흔적이 고작 이정도야 하는 비아냥이라도 받을 것 같다는 공연한 걱정도 든다. 그래서 일단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어 선정이 잘못되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있다는 안전한 장소로 하롱베이를 선정했다. 거기에 사파를 넣었더니 일정상 도저히 무리다하여 사파는 빼고 대신 하노이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정작 본인도 베트남 생활 20년 동안 하롱베이도 구경하지 못했다. 특히 하노이 쪽의 관광지는 다녀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주로 일 관계로 하노이를 좀 다니긴 했지만 관광하고는 거리가 먼 일정이라 관광지에 대하여는 백지상태인 셈이다.
어떻게 베트남 생활 20년이 지났는데 그 유명한 하롱베이조차 구경을 못했는지 참 척박한 생활을 한 셈이다.

가족들이 오는 덕분에 나도 20년 만에 순수관광을 맛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원님 덕분에 나발을 부는 꼴이다.
비록 과다한 경비가 예상되지만 세상에 가장 좋은 소비 형태가 경험을 사는 것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아가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사려되는 일이니 후회는 없을 것이다.

가족이 전부 베트남에 온다는 것, 그것도 이제 늘그막에 들어선 형제 자매와 한씨 집안의 며느리들이 대거 함께 온다는 것은 넷 째 형제의 안부를 확인하고 그가 사는 생활을 확인하는 감사이기도 하고 더불어 피감자가 어떻게 감사들을 대접할 지 두고 보자는 의도도 담겨있는 방문일 수도 있다. 이번 여행의 결과가 어떻게 드러날 지는 아직 모른다. 다녀들 와서 어떤 이야기로 여행 무용담을 늘어 놓을 지 벌써 귀가 가려울 지경이다. 한씨 가족에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만들어 지는 셈이다.

회사에서의 반응은 더욱 직업적이다.
“잘 되었습니다, 신년도 새해 해돋이 사진이 필요한데 마침 연말에 가시니 잘되었습니다. 하롱베이에서 뜨는 해돋이 사진과 함께 모든 여행지를 들리면서 느끼신 소감을 기행문으로 적어서 실제 여행후기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도록 준비해 주심 좋겠습니다”
이건 권유인지 아님 오더인지 잘 모르겠다. 휴가의 기분은 사라지고 직업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이렇게 일이 추가되니 조금은 과다한 여행을 가는 미안함도 사라져서 좋기는 하다만, 에그, 그 놈의 직업병, 20년 만에 베트남 관광을 하는데, 어딜 가도 그저 놀러 가는 게 아니다.

그려,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일하러 가는 일정이나 잡자.

작성자 : 한 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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