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2,Thursday

호기심

“열정이 식었을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위 제목의 글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라는 미국의 유명 철학자가 한 말입니다. 나이가 젊어도 삶의 열정이 사라지면 늙은이가 된다는 거지요.

이 소로우라는 철학자는 나이 20대에 윌든이라는 호수가 숲에 직접 집을 짖고 2년 동안 살면서 자연과 호흡하며 느낀 바를 정리한 책이 있는데 그 이름이 호수 이름을 그대로 쓴 월든( Walden: or, Life in the Woods) 입니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장 대신 이 책을 주는 게 좋겠다고 할 정도로 모든 이에게  존경 받은 철학자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45살의 나이에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세간의 안타까움을 남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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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남긴 사상은 삶에 있어서 자연과의 조화, 소비주의와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자유 등을 탐구하였고, 특히 시민 불복종 옹호자로 유명합니다. 부당한 법에는 저항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가 아니고, 개인의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당한 권력자에 대한 항거를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이런 그의 사상은 나중에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와 같은 불복종 운동가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불의에 대한 저항은 개인의 의무라는 말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불의한 일을 보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는가 하며 외면하는 우리에게 그것은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시민으로 산다는 것이 이리 힘든 일입니다.

아무튼, 그런 그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늙음에 대한 말을 한 듯합니다. 열정이 식으면 그것에 바로 늙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그가 얘기한 늙음이란 신체적 노화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늙음이란 정신적 열의가 식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하긴 그는 고작 45세의 젊은 나이에 이승을 하직했으니 신체적 노화에 대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신적 노화 현상은 경험했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과거를 비추어 자신을 비유할 때는 사람들은 늙음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나이가 차면 늙음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일반인이 늙음을 실감하는 것은 대부분 신체적 노화를 느낄 때입니다. 그리고 신체적 노화에 따라 삶의 의기도 힘을 쓰지 못하게 되지요.

그런데 나이에 상관없이 늘 열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그런 열정을 유지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열정을 담아내는 성품적 특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나이가 들었음에도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습니다.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아직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도 됩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며 알고 싶어하는 현상이 바로 호기심입니다. 이런 호기심은 인류 발전에 절대적 동기를 제공했습니다. 모든 과학 발전이나 새로운 지식은 다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만류인력이라 불리는 중력도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호기심을 느낀 뉴턴에 의해 발견되었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호기심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사라집니다. 그 원인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봐온 탓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수동적 태도에서 기인합니다. 호기심의 충족은 위험을 수반합니다. 시간의 낭비를 부를 수도 있고,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귀찮은 일을 만들 수도 있기에 기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리스트를 감수하지 않으면 호기심은 채워지지 않고 발전도 사라집니다.

나이가 들어도 삶의 열정을 유지하며 젊게 사는 방법의 하나는 호기심을 갖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 기이한 것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갖고 그것을 알기 위해 뭔가를 시도해보는 것입니다.

아마도 인간도 그렇지만,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가 기존의 아이템으로 문제없이 돌아갈 때, 그런 타성에 젖어 새로운 사업에 대한 호기심조차 잠재우고 있을 때, 설사 약한 호기심이 있다 해도 그것을 채우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을 때 그 회사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세상의 변화가 그야말로 마하의 속도로 달려갑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나타납니다. IT 산업의 발달은 도저히 인간의 지능으로 그 속도를 따라가기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러자 이제는 그에 알맞게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지적 욕구를 채워줍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호기심이 생기나요?

호기심을 갖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수명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실제로 한 심리학자가 7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호기심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피험자의 호기심 정도와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5년 후 그들의 생존율을 조사하는 방식이었는데, 놀랍게도 연령과 흡연 여부, 질병 상태 등과 무관하게 호기심 많은 대상자가 더 많이 살아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간만이 아닙니다. 비슷한 결과가 도출된 동물 실험 결과도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종양에 걸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호기심 많고 탐험적 행동을 보인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6개월 이상 더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호기심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심리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 나아가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욕구’란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호기심으로 자신의 지적 욕구를 유지할 때, 우리는 어젼히 나이만 늙은, 그러나 눈동자가 맑은 소년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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