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21,Tuesday

사례의 힘 – 숫자로 경영하라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 관리자의 자리에 가게 되고 결국 ‘회계’라는 문제와 만나게 됩니다. 직장 생활 초기부터 경리팀이나 기획부서에서 업무를 시작한 사람들은 숫자에 익숙하고, 오히려 숫자의 세계에서 더 큰 안정감을 느끼지만, 영업이나 개발, 엔지니어 출신의 관리자들은 회계 용어가 낯설고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서점에 가면 ‘ 회계 천재가 된 X대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책’, ‘지금 당장 회계 공부 시작해라’ 류의 책들이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그런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팔린다는 것은,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하철에서 들고 읽다보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시선이 조금은 걱정되는 민망한 제목의 책들 중에서도 의외로 좋은 책들도 있고, 도움을 받게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숫자로 경영하라’ 라는 책도 회계책이라고 하기에는 가벼운 느낌의 제목이지만 내용이 정말 알차고, 적당히 어려우며, 낯선 회계 용어들을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수 있는 멋진 회계책입니다.

2009년에 1권이 나온후, 2권(2012년), 3권(2014년), 4권(2018년), 2022년에 5권까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출판되었습니다. 저자인 서울대 최종학 교수가 잡지나 일간지 등에 기고한 내용을 모아서 책을 만드는 형식으로 출판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또한 그 내용이 유통기한 지난 우유처럼, 날짜가 지난 신문 기사처럼 짧은 생명력을 갖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2023년 지금 2009년에 나온 1권을 다시 봐도 그 내용이 시사성이 있고,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그렇다고 이 시리즈를 소설 읽듯이 1권부터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매체에 쓴 원고를 모은 책이기 때문에 어떤 권수부터 읽을 필요가 없고, 한 책에서도 반드시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가 없는 책입니다. 책마다 20 page 정도 되는 글들이 20~25개정도 모여 있는데, 옆에 두고 마음이 끌리는 주제를 하루에 한개씩 읽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삼성, 두산, 엔론, 골드만 삭스, 한화 등 익히 아는 대기업들은 물론 화제가 되었던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회계적 관점에서 깊게 분석하고, 시사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의 글이기 때문에 흥미도 있고, 그 때 신문기사나 뉴스에서는 알기 힘들었던 뒷이야기들을 알게되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며 느끼는 재미도 느낄수 있습니다. 5권의 책중에서 굳이 추천을 드린다면, 가장 최신 사례가 있는 5권부터 시작해서 4권, 3권 ,2권,1권식으로 카운트다운 독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회계책으로서 이책의 장점을 몇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례중심의 책입니다. 경영학에서는 Best Practice(모범사례)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일등 성과를 낸 사례를 공부하며 응용하는 방식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에서도 Case Study 라는 방식으로 실제 기업의 사례를 공부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처럼 사례를 통해 공부하는 방식은 이론 중심의 공부보다 더 흥미가 있고, 현실성이 있어 배우는 이에게 있어 효과가 있는 검증된 방식입니다. 물론 크게 성공한 기업인들이 사석에서 성공은 ‘운칠기삼(운이 70%, 기술이 30%)’이라는 말을 진지하게 하시는 경우도 봤고, 과거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실패 사례를 절대 신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고, 내 경우에 응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는 한순간의 의사결정이 훗날 그 기업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취향에 따른 독단적 결정도 있었고, 지속적이고 고의적인 눈속임도 있었고, 모르고 저지른 실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런 의사결정들이 기업의 흥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회계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회계의 유연성을 알려줍니다. 비회계인의 입장에서 회계는 매우 딱딱하고, 완벽한 룰에 움직일것이라는 환상을 갖기 쉬운데, 이 책을 보면 회계에도 무대뽀 영업인의 마인드를 뛰어넘는 잘 보이지 않는 유연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회계 속의 숨겨진 이면을 보라’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는데, 고의적인 분식 회계는 물론, 법적인 회계 기준 안에서도 얼마든지 ‘기준변경’과 ‘가정’을 통해 다른 ‘숫자’를 만들어 낼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딱딱한 네모상자안에 있는 ‘대차 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절대적 진실을 갖고 있다는 환상을 버리게 해줍니다.

user image

이 책을 읽는다고 바로 ‘회계천재’가 되거나 재무제표를 술술 읽어내는 투자 전문가가 될거란 기대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의 책장에 꽂혀 있는 사놓고 10페이지 읽다가 그만둔 ‘기초 회계 원리’, ‘재무제표 보는법’ 같은 책에 있는 암호 같은 회계용어들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 쓰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되는 기분좋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교과서 같은 회계책을 다시보면 최소한 50페이지는 더 넘길 수 있는 내공이 쌓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에 안들어가본 사람이 수영교본을 백날 본다고 수영을 잘하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이 책은 회계의 ‘물’과 같은 책입니다. 회계가 필요하신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