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3,Friday

카운터 시그널링(CounterSignaling)

베트남에 들어온 지 한 1년여 되는 인사를 만나서 명함을 교환했다. 그 명함에는 그 분의 경력과 이력이 꽤 상세하게 적혀 있다. 몇개의 회사의 경력과 몇개 기관에서 역임한 직책들이 그 작은 명함에 빼곡하게 기록 되어있다. 그 명함만 봐도 이분은 높은 학력에 화려한 경력을 누린 분이라는 것이 한눈에 드러난다.
그는 무슨 생각에 그런 명함을 만들었을 까? 아마도 베트남에 들어 온지 얼마되지 않으니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고 싶은 마음에, 구차한 설명이 없어도 명함 한 장으로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의문이긴 하다.

전통 있는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임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명품으로 치장하지도 않고 돈 자랑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남들은 그가 부자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는 자신이 돈이 많음을 나타내기 위하여 갖은 애를 쓴다.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쓸데없는 곳에서 호기를 부리고 돈을 뿌린다.
그렇게 열심히 자신을 드러내 보지만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니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다.

진정한 배움을 익힌 현자는 자신의 모자람을 알기에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골프고수는 남이 청하지 않은 가르침은 먼저 흘리지 않는다. 두 달 배운 골퍼가 한 달 배운 골퍼를 지도하려 든다.

세상을 살다 보면 위에서 말한 졸부와 같이, 드러냄으로 의도와 다른 역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또한 역으로 진정한 정통적 부자 가문처럼 드러내지 않음으로 오히려 은근히 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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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손흥민이 축구 게임에서 이기고 맨오브더 매치(MOM) 상을 수여받는데 그는 “주는 상이니 감사히 받겠지만, 사실 이 상은 나보다 골을 두개나 넣었던 동료 히살리송이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며 겸손을 드러낸다. 과연 겸손인가 아니면 고도의 처세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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