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December 3,Tuesday

골프칼럼-골프가 피곤해질때

누가 손잡고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내 스스로 자청하여 들어온 베트남이니 베트남의 기존의 환경에 대하여 왈가불가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베트남에 오면 베트남의 환경에 순응해야 한다.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는 말 자체가 로마라는 지역이 낯설고 익숙지 못한 환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을 이곳에서 지내고 있지만 아직도 낯설은 상황을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만나곤 한다. 오늘은 베트남에서 만나는 황당한 상황에 대하여 말해보자.
지난 주 베트남 골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라 한국인이 많은 편이다. 꼭 집어 이름을 말해도 상관없지만 칭찬할 일이 아니라 그 정도만 정체를 밝히고 얘기를 시작하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동반자, 그것도 나와 카트를 함께 탄 친구가 지갑에서 300만동이 사라진 것을 골프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알았다.
사건을 좀 살펴보자. 그 친구는 골프를 시작하면서 골프 파우치에 공과 장갑 등 골프 용품과 더불어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함께 넣어 카드에 두었다. 그리고 라운드 도중 카트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라운드를 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파우치 안에 둔 지갑 속에 있던 돈의 일부가 사라진 것이다. 참 복장이 터질 일이다. 지갑이 통째로 사라지던가, 지갑 속의 돈이 전부 사라진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알 수 있었겠지만 지갑이 비어 있는 것도 아니니 무심코 돌아섰는데 나중에 집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정확히 300만동 사라졌다는 것이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캐디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이미 상황이 끝나버린 터라 지금에 와서 뭐라고 항의할 여지가 없다며 하소연한다.
사실 이런 일은 베트남 골프장에서는 흔한 일이다. 실제로 몇 개월 전에는 또 다른 한국인 소유 골프장인 튜윈도브스에서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지갑에 든 2000불이 사라진 것을 골프가 끝나고 바로 알아보고 클럽 하우스에 신고하고 클럽에서는 경찰에 연락하여 경관이 와서 그날 그 사람의 캐디가 감춰둔 현금을 찾아낸 사건이 있었다.
모든 캐디를 의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개중에 그런 행위를 하는 캐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함이 필요하다. 라운드 도중에 캐디만 카트를 타고 다니는 일이 잦은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가능하면 카트를 캐디에게 넘기지 않은 것도 방법 중에 하나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캐디만 탄 카트가 예상보다 늦게 나타나는 경우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있다.
하지만 애초에 사건이 일어날 소지를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현실적 방법으로, 필드에 지갑을 갖고 나가는 것을 지양하고, 캐디피 정도만 작은 지갑에 넣어 간수하거나, 지갑을 가지고 나갈 경우는 반드시 뒷주머니에 직접 보관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모든 귀중품은 따로 챙기는 번거로움이 도난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좀 가볍지 않은가?
게임에만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골프인데 캐디의 행실마저 염려해야 할 일이 생기면 정말 골 아픈 상황이 된다.
베트남의 골프 환경을 말하자면, 이용 요금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동반자 구성도 용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긴 하지만, 이국이다 보니 나름대로 신경을 써야 할 사안이 있다.
골퍼 당 한 명의 캐디가 있다는 것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캐디가 제 몫을 못할 때는 오히려 게임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캐디의 훈련 수준이 한국의 캐디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다르다는 점도 양해해야 할 점이다. 어쩌면 베트남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은, 그것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간에, 모두 캐디로 인하여 발생된다고 보면 될 정도다. 캐디가 너무 잘해서 플레이가 잘되는 경우도 있고 캐디가 제 몫을 못해서 그 날의 기분이 완전히 망치는 경우도 있다. 일인 일 캐디 시스템이 주는 그늘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날의 게임을 무사히 치르기 위하여는 그날의 캐디를 어떻게든 진정한 도우미로 만들어야 한다. 캐디를 제편으로 만드는 기술도 골프 핸디캡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고수들은 캐디와 관계도 좋다.
또한, 베트남의 필드 진행 관리가 한국과는 다르다. 필드에서 지나치게 느린 플레이를 보이는 현지인도 있지만, 필드 마샬의 힘은 주로 외국인에게만 작동한다. 현지인들의 느긋한 진행은 인내심을 훈련시키지만 현지 룰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떼쓰는 관광객들은 묘한 분노를 자아낸다. 일부 한국 관광객들의 자유분방한 행보는 현지인이나 교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 엄한 캐디 밑에서 관리 받으며 조심스러운 플레이를 하다가 베트남에 와서 자유를 느끼는 지 너무 해이해진 태도를 보이는 한국 관광객의 모습을 보면 보는 이의 얼굴이 붉어진다.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현지에서 방만한 행실을 남기고 가면 그 뒤치다꺼리는 현지 교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이렇게 한국과 다른 베트남 골프장의 환경이 있지만 같은 점도 있다. 모든 식음료비가 시중 가격의 3-5배 정도 비싸다는 점은 한국과 유사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신이 마실 음료수 정도는 미리 챙겨오는 것이 눈 빠지게 비싼 요금에 마신 물이 숨구멍으로 들어가 가슴이 미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의 하나다.
그래도 한국 방문객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지요. 맘에 들건 아니건 말입니다. 로컬 룰을 잘 지켜 주시고, 캐디를 함부로 대하지 마시고, 지나친 음식을 들고 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 그리고, 지갑은 꼭 몸에 챙기고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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