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July 19,Friday

자녀의 학교 갈등

이곳에 나와 있는 우리 자녀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가 아닌 부모의 직장이나 비즈니스로 인해 이곳에 오게 된다. 말도 통하지 않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모인 환경, 다른 언어를 쓰는 교사,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절친도 없는 교실, 알아듣기도 어려운 수업시간, 부모를 제외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뀐 환경은 그들이 적응하기까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과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의 감정과 내용 따라 한숨과 안도가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쌓아간다. 어쩌다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아이가 소외되는 상황, 갈등까지 생긴다면 부모의 마음은 너무 속상하다. 때로는 이곳에 부른 배우자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후회하기도 한다. 한국처럼 교사에게 편하게 소통하기에 부모 역시 불편하고, 그래서 자녀를 타일러도 보고 이런 방법 저런 방법 제안을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고비 한고비 넘기며 이곳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간다.

우리 큰아이는 입학 후 약 2달간은 쉬는 시간이면 책만 보고 있었다. 물론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매일 습관처럼 정해진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40분간 그 시간을 버텼 내는 듯했다. 다른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도 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낯설었던 아이에게 책은 어쩌면 도피처였을지도 모른다.

하루는 담임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아이가 책만 보고 있는데 괜찮냐 고? 아마 담임이 보기에도 외톨이 같아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여러 번 괜찮냐 고 물어봤고 그때마다 아이는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에서도 이 일로 아이와 대화를 나눴다. 여전히 아이는 괜찮다고 했다. 내 기준에는 적응 기간이 지났음에도 변화 없는 아이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부모) 기준이다. 아이가 ‘괜찮다’는 것에는 물론 이중 메시지가 있을 수 있다.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할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러 번 아이는 괜찮다고 했다. 그것을 아이의 마음에서 ‘어느정도 견딜 만 합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래서 그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물론 2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책은 뒷전이고 그 시간을 황금과 같이 생각하며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적응 이후에도 여러 가지 갈등들이 비일비재하다. 사실 갈등대상은 대부분 한국 아이들끼리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가끔은 부모 간의 분쟁이나 부모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부모 간에 얼굴을 붉히지 않기 위해 예의를 갖춰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학교를 옮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갈등의 경도와 빈도, 자녀의 연령에 따라 다르겠지만자녀가 학교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매번 부모가 개입한다면 아이는 절대 독립적 사고와 판단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IB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제학교에서는 핵심역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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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구하는 사람(Inquirers): 호기심이 많고 능동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는 역량.
  • 지식 있는 사람(Knowledgeable): 다양한 학문적 주제와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세계와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는 역량
  • 사고하는 사람(Thinkers):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역량
  • 의사소통하는 사람(Communicators): 자신감 있고 창의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역량. 여러 언어와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역량.
  • 원칙 있는 사람(Principled): 정직하고 공정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역량. 다른 사람들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역량
  • 마음을 돌보는 사람(Caring):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타인과 환경에 대해 배려하고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진 역량.
  •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Risk-takers):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나아가는 사람.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을 탐구하는 역량.
  • 균형 잡힌 사람(Balanced):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며 건강한 삶을 사는 역량.
    학업과 개인 생활 간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김.
  • 성찰하는 사람(Reflective): 자신의 학습과 경험을 성찰하며, 강점과 약점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자기 개선을 도모하는 역량.

이 역량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외워서 되는 것도 아니며 교사로부터 일일이 가르침을 받아서 되는 것도 아니다. 전인교육(holistic education)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들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겪는 모든 일들이 역량과 연결하여 발휘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돕는 연습을 해야 한다. 친구와 갈등, 소외됨, 실패, 좌절, 성적, 조별 활동, 리더십 발휘 등 학교 생활에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해당된다. 이것은 ‘문제’가 아니라 ‘이슈’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루는 큰아이가 잠자리에서 한숨을 연거품 쉬는 것을 캐치 했다. 물어도 정확히 답하지 않았다. 생각이 많은 신중형 인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었던 모양이다. 어렵게 꺼낸 내용은 방과 후 활동(축구) 시간에 한 학년 많은 형이 자신을 눕혀 목을 조르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충격이었다.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의 아들이기에 한 학년 형이라고 해도 아주 크게 차이가 날것인데 아이를 바닥에 눕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상상하니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어려워했던 것이 그 형의 아빠와 우리 남편과 오랜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부모의 관계가 불편해질까봐를 고민한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 아이도 잘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모든 일은 그렇다. 하지만 바닥에 눕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매우 잘못되었다. 그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마음 같으면 당장이라도 그 집에 전화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끝이 없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많은 일에 부모가 일일이 앞장서서 해결해줄(그렇다고 그것이 해결이 아님) 수 없다.

나는 용기 내어 말한 아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한 주간 고민했을 마음을 만져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이 일을 겪어 낼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엄마: 이든아~! 엄마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이든: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해주면 안돼?
엄마: 아!엄마가 말해주길 바라는 구나. 그런데 혹시 이든이가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려 보 는게 어떨까? 우리 에반스 선생님은 지혜로우신 분이시니까 아마 이든이가 난처하지 않게 도와주실거라고 믿는데… 어때?

아이는 아쉬운 표정이었지만(엄마가 번개처럼 해결해 줄 거라 기대한 듯한) 그렇게 격려하며 등교시켰다. 그리고 나는 아이의 담임에게 간단한 메시지를 넣었다. ‘이든이가 학교에서 갈등이 좀 있는 것 같다.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라고 했으니. 혹시 아이가 먼저 다가와 말하지 않는다면 선생님이 한번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피드백 부탁드려요.’

하교 후 아이를 만나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어땠어?
아이: 오늘 그 형이랑 나랑 선생님이랑 같이 만났어.
엄마: 그랬구나… 그래서?
아이: 그 형들도 사과 하고 나도 사과했어.
엄마: 아… 그랬구나… 잘했네… 이든이 마음은 어땠어?
아이: 답답했어!!
엄마: 어? 답답?? 어떤게?
아이: 자세히 다 말하지 못한게…
엄마: 아이구 ~ 속상했겠다…
니마음과 상황을 다 표현하지 못한게…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 음… 아무래도 영어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어.
엄마: …

결론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 모든 상황을 스스로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용기 내고 교사와 소통한 것에 무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이가 격은 일을 교사의 도움으로 아이들끼리 해결하니 부모 간에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아이들 역시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상호 의사소통 그리고 문제해결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이런 일상에 작은 성공 경험을 하나씩 쌓게 된다면 아이가 성장해서 겪게 될 어떠한 상황에서도 갈등을 관리할 수 있고 리더도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아이의 갈등을 알게 된다면…
가장 우선인 것은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 아이를 비방하거나 흥분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관점에 따라 우리 아이의 잘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이기에 내 자녀의 감정을 우선 안아주되 그 상황에 대한 평가, 판단, 추측, 예단은 하지 않길 바란다. 결국 팔은 안으로 기우는 법! 그르친 언행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아이와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아이의 생각을 우선 물어보길 바란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금방 관계를 회복한다. 그들의 관계는 그들이 제일 잘 안다. 만약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다면 상대 부모가 아닌 교사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교사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우리 아이가 조금 손해 본거 같다고 해도 아이가 용기 내어 교사와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한다면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좀 더 단단하게 극복해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녀를 양육하는 다양한 목적 중 하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세상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의 성장통을 견뎌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 2년간 호치민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부족하지만 부모코치이자 강사로써 글을 기고했다. 오늘로 이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을 쓸 때마다 어떤 글로 눈길을 사로잡을까 고민한다. 어쩌면 자녀들의 성적향상방법이나 공부에 대한 주제였다면 더 관심이 갔을 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장거리 마라톤으로 본다면 늘 강조했던 아이들의 정서와 감정 그리고 티칭이 아닌 코칭적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에 변함이 없다. 나와 내 자녀들은 또다른 타국에서의 삶을 결정하였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희망’ 이라는 단어보다는 그 반대의 단어가 더 떠오른다. 나는 아이들에게 꽃 길만 걷게 해주겠다는 말은 못해 준다. 하지만 험한 길에 부모라는 막강한 지지자가 옆에 있다는 그것 하나로 우리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고 반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는 이곳에 우리 대한민국 여러분의 노고가 녹아 있음에 자랑스럽다. 그 길에 잠시 함께 머물러 있을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이 길을 가는 여러분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내며 이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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