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10,Sunday

Book Column

– 인간 백과 사전, 두번째 이야기 –

삶이 즐겁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것은 결국 사람때문인것 같습니다. 뜻이 맞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그 약속 때문에 하루가 즐겁고, 만나고 있으면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하고, 만나면서도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됩니다. 대신 뜻도 안맞고 서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도깨비가 커다란 못으로 내 허벅지를 마구 찌르는 것도 아니고, 숯불로 달구어진 기름이 가득찬 솥단지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지옥에 있는 것처럼 괴롭습니다. 우리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가족으로 태어나 학교에 가고, 군대를 가고,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또 일을 합니다. 자기가 속한 사람들 속에서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하며(아기조차 귀여운 미소를 짓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입니다. 첫번째 가족과 중고등학교, 군대까지는 인간관계에 있어 나의 선택 보다는 뽑기 행운이 필요한 모임입니다. 그속에 문제가 있다 한들 내탓보다는 남탓을 마음껏 할수 있는 시절입니다. 대신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앞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수 있는 능력을 키울 소중한 시간이죠. 직장과 두번째 가족(배우자)은 자신의 성향과 능력에 따라 자신이 선택한 모임입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진지하게 자신의 선택을 탓하고 책임감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세번째 가족(자식)은 뽑기 행운과 자신의 능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만남인데, 문제가 있다면 공평하게 서로를 탓해야 할것 같습니다.

우리는 평생을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면서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사람 관계에 있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똑같은 상황이 데쟈뷰처럼 반복되는 일이 계속 됩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또 사기를 당하고, 나쁜 이성을 만난 사람이 또 다시 비슷한 사람을 만나죠. 우리 인생에 연륜있는 맨토의 조언, 꾸준한 독서, 사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읽을때마다 새로운 교훈과 영감을 주는 삼국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책은 전에도 한번 소개드린적이 있는데, 유비, 조조, 손권이라는 대표적인 리더 중심으로 소개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대표적인 악역 2명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동탁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폭군의 대명사죠. 황건적의 난이라는 사회 대변혁기를 만나 한나라라는 초거대 기업의 CEO가 된 인물입니다. 강족 지역(티벳 고원)에서 변방을 지키던 장수였던 동탁은 난세와 궁전내의 혼란속에서 기회를 잡아 황제를 교체시키는 일까지 벌이며 최고 권력을 잡았던 인물입니다. 워낙 미움을 많이 받는 인물이라 그의 무력과 리더쉽이 삼국지연의에서 폄하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역사 자료를 보면 나름 능력이 뛰어났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독재와 공포정치는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사도 왕윤의 미인계에 빠져 심복 여포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인물입니다. 살다보면 본인의 능력과 시대의 흐름이 잘 결합하여 높은 자리에 올랐으나 무례하고 욕심이 많고, 질투가 심한 사람을 만날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성공경험에 취해 주변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만 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한다는 교훈을 주는 인물입니다. 일종의 소시오패스죠. 그와 사실상 똑같은 경로를 밟았으나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몇번의 왕위승계까지 성공적으로 치룬 위나라의 창업자 조조와 비교해 보면 동탁의 리더로서의 준비부족과 의사소통 능력, 인격적 부족함은 더욱 도드라져 보입니다.

여포라는 인물도 있습니다. 유비 밑에 있던 위연과 함께 신의없는 능력자의 대명사죠. ‘마중적토 인중여포 (말중에는 적토마가 최고, 사람중에서는 여포가 최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국지 초반에는 무력에서 최고의 능력자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동탁과 각을 세우던 병주자사 정원에게 양아들 대접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동탁과 싸우던 와중에 동탁의 스카웃제의를 받고, 자신의 양아버지의 목이라는 선물과 함께 동탁진영에 합류하여 동탁과 함께 천하를 호령했던 인물입니다. 현대적 의미로 경쟁사 이직에 내부정보 유출, 산업스파이 활동까지 한겁니다. 반동탁 연합군과의 전투중에 유비,관우, 장비 삼형제와 3대1로 싸움을 벌이고도 호각으로 싸우며 살아남았고, 죽기 직전까지 조조, 유비를 어린 아이들이라 부르던 그였으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능력자는 맞는것 같습니다. 이후 그는 사도 왕윤의 미인계와 더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는 욕심에 빠져 자신의 두번째 양아버지 동탁을 살해합니다. 명분과 조직이 따르지 않았던 쿠데타는 오래가지 않았고, 이후 천하를 떠돌며 나름 한자리씩을 차지하지만 결국 조조에 의해 목이 잘리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아버지를 두번이나 죽인 배신자라는 오명은 그의 평생을 따라 다녔고, 모두들 그의 능력을 인정했지만 진정한 신뢰를 받지 못한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여포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온갖 고생은 내가 다 하는데 왜 나는 이정도 대접밖에 못받고 있는가?’ 아마 그것이 자신의 양아버지를 2번이나 살해하고도 그가 떳떳히 세상에 고개를 들고 다닐수 있었던 합리화의 명분이었을겁니다. 일종의 싸이코 패스죠. 삼국지 안에는 주인을 바꾸고 성공한 인물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소 밑에서 대접을 못받고 지냈지만, 훗날 원소의 패망후 유비군에 합류하여 이름에 남는 전투속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천수를 누린,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조자룡 같은 장수와 비교하면 여포의 처신은 그다지 현명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2명의 대표적 악역의 공통점은 능력보다 더 많은 욕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능력보다 더 많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규칙을 어기고,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이용하는데 능했습니다. 결국 그것을 깨달은 주변사람들에 의해 동탁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떠돌이 여포는 재기에 필요한 정상적인 사람들을 모을 수 없었습니다. 규칙을 어기면 당장의 작은 승리는 가져갈수 있어도, 결국 주변 사람들과 세상 사람들의 신뢰를 받을수 없기 때문에 큰 싸움에서 낭패를 볼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은 본인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오히려 자신에게 순순히 이용당하는 상대방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비웃지만, 결국 그 바보같은 녀석에게 또는 본인보다 더 나쁜 사람을 만나 좋지 않은 끝을 맞을수도 있습니다. 그냥 아무일 없더라도 자기가 통제하는 작은 우물안에서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 갈수 밖에 없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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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희극이 되는 것과 비극이 되는 것은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갑자기 내 인생에 들어온 사람하나가 내 삶을 비극으로 바꿔버릴수도 있는게 인생입니다. 능력보다 욕심이 큰데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부족한 능력부분을 거짓말과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채우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혹시나 그런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은 주변 사람들로 인한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결국 그런 사람들의 끝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다만, 악역들로 인한 개인의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손절할 수 있는 용기는 필요합니다. 인간 백과 사전 삼국지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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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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