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ly 29,Thursday

처음 듣는 팝송의 가사가 다 들려요

한국인이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데 소위 “콩글리시”라고 부르는 “한국식 영어”를 극복하고 영어를 영어답게 배우고 사용하는 원칙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공부하면서 국제회의통역사(동시통역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과 수 년간의 강의 현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한국인이 영어를 마스터하는데 효과적인 원칙과 영어 사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통역번역대학원 입학시험은 소위 “통대고시”라고도 부를 정도로 통과하기가 어려운 시험입니다. 통번역사로서의 자질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합격시키므로, 영어만 잘 한다고 합격할 수 있는 시험도 아니며, 매년 뽑는 인원도 30명 내외로 많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도 높은 시험입니다. 따라서 대학 생활을 음악, 사물놀이, 영어연극 등 “교과 외 활동(?)”에 집중하며 보냈던 필자가 대학 3학년 말에 “통역대학원에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무시한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친구는 물론이고 선후배, 지도교수님, 심지어 가족들 까지도 허황된 꿈이라고 손사래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통역대학원 입학시험을 응시했을 때는 말 그대로 “경험상” 한번 쳐 보았던 시험이었습니다. 준비한 기간도 충분치 않았고, 아직 실력이 형편없었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풀타임 입시생” (백수의 다른 말) 생활은 제 인생에 가장 “성실한” 한 해였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토익시험 토플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던 것도 그 해였고, 학원 선생님도 저 스스로도 쑥쑥 늘어가는 실력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렇게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생각하고 치렀던 두번째 시험. 1차를 합격해야 2차 시험에 갈 수 있는데, 2차시험은 커녕 1차 시험에서 다시 고배를 들었습니다. 경험상 치렀던 첫번째 시험의 불합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두번째 시험의 불합격은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넌 안돼” 라고 저주(?)를 보냈던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원망이 들었고, 아무도 없는 “산골짜기”로 짐을 싸서 들어갔습니다.
아무런 의욕도 없이 근 3개월을 1평짜리 방에서 “벽지만 공부”하다가, 드디어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다시 공부에 열중하게 되었죠. 그 때 부터는 정말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시험도 합격도 생각지 않고 그저 공부만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하루 이틀 밤을 새가며 공부하는 일은 흔했고, 공부를 하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책상에서 일어나려는데 두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려 있는 상태였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그대로 방바닥에 넘어져 한참을 저린 다리를 혼자 주물러서 풀고 일어났던 경험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 날 밤도 늦은 시간까지 듣기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mp3 플레이어도 없던 시절, “찍찍이”라고 부르는 싸구려 카세트플레이어로 뉴스 받아쓰기를 주로 하며 공부했었죠. 새벽 3시가 넘었을까? 좀 쉬자는 생각에 FM 라디오를 켰습니다.

낭랑한 목소리의 DJ가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의 “히어로 Hero”라는 노래를 틀어준답니다. 요즘이야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지만 당시엔 나름 신곡이었죠.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들어보기로 하고 눈을 지긋이 감고 벽에 기댔습니다. 이어폰으로 전해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삼수생 처지를 잊고 편안함을 만끽하던 필자는 어떤 놀라움에 어느덧 감았던 눈을 부릅뜨고 다시 꼿꼿이 앉았습니다.

처음 듣는 팝송의 가사가 다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놀라면서도 노래가 끝날 때까지 모든 가사를 다 들어내리라는 욕심에서 온 신경을 바싹 켜고 노래에 집중했죠. ‘난생 처음 듣는 팝송의 가사가 들리다니…’ 라는 놀라움에 더해 가사 자체가 삼수생에게 주는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이 노래는 힘든 고통의 시간에도 두려움을 떨치고 내 안을 보면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동과 환희 속에서 한껏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던 필자는 그러나, 다음 순간 발을 동동 구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후렴구가 들리지 않았던 것이죠! 여러 번 반복되는 이 구절이 도대체 들리지 않으니 안타깝다 못해 약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노래 줄거리 상으로도 그렇고 바로 이 부분만 잡으면 “처음 듣는 팝송의 가사가 다 들렸다”라는 자랑거리(?)라도 생길 참인데 2절도 지나고 노래가 다 끝나 가는 데 결정적인 후렴구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습니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즈음 노래가 끝나는 순간 속도가 서서히 늦춰지면서 마무리 되는 소위 페이드어웨이(Fade-away)의 순간, 바로 그 후렴구가 잡혔습니다! 그 가사는 바로 이랬습니다.

“Look inside you and be strong, and you’ll finally see the truth that A HERO LIES IN YOU
“당신 안을 바라보고 강해지세요. 그러면 결국 당신 안에 영웅이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될 거에요.”

밑줄 친 부분이 들리지 않고 그렇게 애를 태웠던 것이죠. 당시에는 이 부분이 마치 He realizes…처럼 들리는데 (이런 현상을 연음이라고 하죠) 분명히 앞에는 관사 a같은 소리가 들리고, 동사 realize 와 뒤에 들리는 you 사이에 들리는 다른 소리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었죠. 이런 연음현상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은 듣기를 잘 하려면 연음 현상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만, 사실 저 문장이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연음 현상을 몰라서가 아니라 lie라는 동사의 쓰임을 알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lie라는 동사가 뒤에 다양한 전치사적 부사(여기서는 in)와 함께 다니며 소위 1형식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구조를 알고 있었다면 저 가사는 연음을 따지기에 앞서 단숨에 이해가 되었을 것이며,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도 실전에서 자신 있게 써먹을 수 있습니다.

A serious problem lies in the execution of this plan.
이번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A solution lies at the very first step of the process.
해결책은 이 절차의 제일 첫번째 단계에 있습니다.

어떤 문장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해서 그 문장이 항상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나아가 잠자고 있는 그 단어들을 원어민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습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작성자 : 이성연 원장 – 팀스 2.0 영어학원 대표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교 경영학석사
(전) 한성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겸임교수 및 시간강사
(전) 산업정책연구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육부문 이사
(전) 한국경제신문사 글로벌커뮤니케이터 과정 주임교수
(전) 한국리더십센터 성공을 도와주는 영어 과정 주임강사
(전) 삼성 SDI 전속 통번역사
(전) SK TELECOM 전속 통번역사
종로/대치동/삼성동/역삼동 영어학원 강사경력 총 10여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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