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July 25,Sunday

호찌민에서 민간인으로 제2의 생을 시작하는.오재학 전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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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호찌민 총영사의 임기를 마치고 38년간의 직업 외교관 생활을 마감한 오재학 전 총영사. 제 2의 인생을 이곳 호찌민에서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재 출발을 시작했다. 그가 새롭게 상임 교수로 근무하게 될 Nguyen Tat Thanh 대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서 대화를 나눠봤다. 대담_한영민 주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총영사로서 공직 생활에서의 행동은 저희가 늘 뉴스를 통해 들어왔지만 이제 옷을 벗고 나신 후, 이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시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말씀하신 대로 공직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거의 40년 동안 주로 유럽 관련 외교관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에 관한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에 왔었지만 가장 많은 보람을 느낀 근무지였다는 것을 밝히고 싶습니다.

우리는 은퇴를 retire라고 합니다. 타이어를 다시 갈아준다는 말이죠. 은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영어의 졸업이나 학위 수여식 등을 뜻하는 commencement 역시 시작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우리 삶에서 있어서 한 단계가 지난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죠. 이제 다시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그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 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 공직이라는 제약이나 틀에 묶여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제 자유로운 신분으로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우리 국가와 교민사회가 함께 발전하는데 힘이 될만한 곳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게 되는지?
두 군데에 적을 두고 일합니다.
하나는 Nguyen Tat Thanh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한국의 문화와 긍지를 알려 이들이 국가의 지도층으로 활약할 때 양국의 관계가 더욱 긴밀하고 공고해지도록 만드는데 그 밑거름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또 한 가지는 베트남의 거대 기업 중의 하나인 CT그룹에서 저를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영입을 했습니다.
CT그룹이 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들의 사업이 더욱 확대되기 위하여 한국기업을 포함하여 여러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관계 형성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데, 제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 상업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알렉산더 그라헴 벨이 남긴 말 “한쪽 문이 닫힐 때 또 다른 한쪽 문이 열린다.” (WHEN ONE DOOR CLOSED, ANOTHER DOOR OPENS)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공직 생활을 닫고 이제 다른 문, 민간인으로 하실 일을 찾으신 셈이군요.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조기 은퇴를 하고 은퇴 후 할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우리 사회가 이런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 전 총영사님의 행보는 개인적으로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운인 셈이죠. 특히 NTT 대학의 경우는 이 대학에서는 한국의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발굴하여 공급하는 일을 팔 걷고 나서겠다는 대학 당국의 의지가 저를 움직이도록 하였고, 이를 통해서 젊은 후배 양성을 사명으로 알고 일할 생각입니다.
또한 CT그룹의 경우 역시 한국기업의 진출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들의 상업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제 역할이 있으리라 생각해서 응했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CT그룹과 한국의 이랜드 사와의 구체적 협력 방안을 위해 실무진들끼리 만나 토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와 같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양국의 기업이 만나서 상생하고 발전할 기회를 만드는데 밀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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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 교민사회를 이끌어가는 수장으로 3년여를 근무하셨습니다. 보람과 아쉬움이 없으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대한 얘기를 한 두 가지 말씀해주시죠.
먼저 이곳에 와서 놀란 것은 제가 행사에 참여하면 축사를 한 후에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제가 유럽에서 외교관으로 훈련받은 상식인데 이곳에서는 그런 당연한 행동마저 감사하다는 칭송을 여러 번 듣고 나니 이곳에서 제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고 그런 기본 예절이나 글로벌 기준에 합당한 자세를 보여줌으로 공관원들과 교민들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 보람이라면 보람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에 진출하는 기업인이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단순히 생산기지나 경제 협력을 위한 기회의 땅으로만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러다 보니 양국의 경제 협력은 계속 발전되고 성장하고 있지만, 국민 감성적 부분에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한동희 신임 코참 회장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제 젠틀맨 정신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제 한국은 선진화된 국가로서 그에 걸맞은 선진화된 문화와 매너를 익혀야 할 때입니다.
제가 공직 생활을 그만두면서 전 세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3천 5백여 명의 한국 외교관에게 “내공을 키우는 법” 이라는 글을 편지 형식을 빌려 모두 보냈습니다.

선배 외교관으로의 경험이 남기고 싶었던 것이죠.
좋은 글이 힘이 되었다고 연락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 글을 쓰면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이와 같이 호찌민에서도 제 경험이나 외교관으로서 익힌 여러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민사회를 세계 최고의 교민사회로 발전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우리 교민들의 글로벌 예절 습득을 위한 강의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언제든지 마다치 않고 가서 제 경험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평소에 생활의 좌우명으로 갖고 있으신 말이 있다면 잠시 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로마서 8장 28절에 보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삶이나 단체 사회, 국가가 다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에는 잘못되고 부족하고 실패하고 실수하는 것이 많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합해져서 완벽한 퍼즐을 이룹니다. 잘못한 부분이라고 빼놓아버리면 퍼즐 완성이 안 되는 것이죠. 우리가 한 모든 일들은 우리의 역사이고 경험입니다. 작은 파편 하나하나 다 소중하게 간직하여 자신의 삶을 이루는 것이니,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수나 잘못마저 자신의 것으로 안고 가야만 자신에 대한 기대와 미래의 희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신이나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사랑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교민사회에 전해 줄 메시지를 하나 주신다면.
저는 교민들께 이 두 가지를 일러드리고 싶습니다.

一飛沖天 (일비충천), 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

일비충천은 말 그대로 뜻을 크게 품고 준비를 한 후 한 번을 날면 하늘에 닿는다는 말로 이왕 이국에 나와서 고생하는 것인데 한번 크게 비상해보자는 의미이고, 일체유심조는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있다는 불교 화엄경의 말씀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데 마음을 어떻게 간직하는가 하는 것이 이곳 생활의 행 불행을 좌우한다고 믿고 이 말씀을 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도가 높은 바닷물을 보고 일본의 쓰나미와 같은 끔찍한 일을 생각한다면 우울한 마음을 거둘 수 없지만 젊은 시절 연인과 바다를 여행하며 즐기던 일을 떠올린다면 환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피어나오지 않습니까? 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 느끼는 바가 달라진다는 것이죠.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항상 희망과 보람이 가득한 생활을 이끌어가시길 기원합니다.

귀한 시간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고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더욱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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