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September 26,Sunday

기다림의 미학을 간직한. 베트남과 한국의 망부석(Hòn Vọng Phu)


베트남과 한국 각 지역의 명산과 해안가에는 비슷한 전설을 간직한 망부석(HÒN VỌNG PHU: 홍봉푸)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망부석은 주로 높은 산 정상이나 바닷가 등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오랜 세월동안 물과 바람에 의해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호에는 양국 고대가요에서 현대의 문학작품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망부석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단순한 돌에 불과한 망부석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사람들이 바로 작가들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 지리상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퇴로가 막혀 오랜 세월동안 외적의 침입을 끊임없이 받아오면서 생이별하는 가족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들의 작품속에 자국민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처럼 그리움과 기다림을 상징하는 망부석은 오랜 옛날부터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면서 다양한 장르에서 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아내가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가 죽어서 화석이 되었다는 전설의 돌, 망부석에 얽힌 내용 중 베트남은 Tô Văn 과 Tô Thị이야기, 한국은 정읍사나 박제상의 아내 이야기가 널리 회자된다.

베트남의 망부석

베트남은 북부 Lạng Sơn지역에서 전해내려오는 망부석 설화인 Tô Văn 과 Tô Thị전설이 가장 유명하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의 격전이 벌어지던 곳이자 양국문화의 교류가 시작되는 지점인데 베트남 최초의 망부석 설화가 이곳에서 시작된 것도 이처럼 나름 이유가 있다. 이후 베트남이 남부로 영토를 확장함에 따라 Thanh Hóa, Nghệ An, Quảng Trị, Bình Định 등에도 이와 비슷한 망부석 설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설화의 주제는 대동소이한데 대체로 부부간 이별(vợ chồng chia ly)이며, 민요 또는 구전형식으로 전해진다.

Tô Văn 과 Tô Thị 전설
옛날 어느 곳에 가난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들판에 일 하러 나갈 때마다 오빠가 동생을 돌봐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는 동생에게 주기 위해 사탕수수 껍질을 벗겨주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칼이 동생의 머리에 떨어져 동생은 많은 피를 흘리게 되었다. 너무 무서워 어찌할 바 모르던 오빠는 동생을 내버려둔 채로 곧바로 도망을 쳤고 이후 영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20년 이상을 여기저기 유랑하다 랑성 지역에서 어느 어부의 양자가 되었다. 그는 거기서 그물을 만드는 일을 하는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곧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가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 돌아올 때가 되면 아내가 바닷가로 나가 남편을 맞았고, 거기서 고기를 받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갖게 되었고 가정은 날로 행복해져 갔다.

하지만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어느날 남편은 우연히 아내의 머리 위에 있는 흉터를 보게 되었고, 아내에게 그 흉터에 관해 물어 보자 아내는 흉터에 얽힌 지난날의 슬픈 사연을 말해주었다. 남편은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친동생을 아내로 두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마음이 너무나 아파 어찌할바를 몰랐다. 혼자 고민하던 남편은 결국 집을 나가기로 결심하고, 여느때와 같이 바다로 나갔다. 저녁나절 아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안고 남편을 맞으러 바닷가로 나가 바위 위에 서서 남편을 기다렸지만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아내와 아이는 바위가 되었다.

한국의 망부석

절개가 굳은 아내가 집을 떠나 멀리 있는 남편을 고개나 산마루에서 기다리다 죽어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 설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신라 때 박제상의 부인이 치술령(鵄述嶺)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남편이 상인이냐 군인이냐 어부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제주도 일대, 안면도, 부산 태종대 등등 전국 섬과 해안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다.

망부석이 된 박제상의 아내
박제상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간 왕의 동생을 구하러 가면서, 집에는 알리지도 않고 길을 떠나 왕의 동생을 구한다. 하지만 자신은 왜왕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신라의 신하임을 고집하다가 죽는다. 결국 남편을 기다리던 그의 부인은 죽어 돌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치술령산신으로 섬김을 받게 된다. 또한 이와 비슷한 설화에 경상북도 포항 지방의 〈망부산 솔개재전설〉이 있다. 신라 경애왕 때 소정승(蘇政丞)이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자 부인은 산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리다 죽었다. 그뒤 그 산을 망부산이라 하고 망부사(望夫祠)라는 사당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장자못설화〉는 악덕한 장자(長者)가 신에게 벌을 받아 집터가 못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착한 며느리는 이 징벌에서 제외되지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뒤를 봐서는 안된다는 신의 금기를 어겨 결국 돌이 된다. 이 전설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전설 속의 인간이 돌로 변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이 동질적(同質的)인 것으로 생각되는 신화적 차원에서 가능한 이야기이다. 박제상과 소정승의 부인, 그리고 장자의 며느리는 죽어 돌이 되지만 신성시되고 신앙화되는 차원으로 승화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얻고 있다. 사실상 사람이 돌로 변한다는 화석(化石) 모티프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돌’이라는 단어에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찬양받을 만한 기념물이라는 뜻이 있다. 특히 이러한 돌로 후에 인공으로 기념비를 세우거나 죽은 장소에 있던 자연석을 기념하는 대상물로 삼게 되면, 그곳 주민은 망부석(기념비나 자연석)을 대할 때 신적인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양국의 흥미로운 망부석 이야기를 비교해 봄으로써 서로 간에 정서적 공감대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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