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0,Saturday

학교의 목적은 교육이다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 김원균 교장

1998년 베트남의 호찌민에 주 베트남 대한민국 총영사관 부설 한국학교가 개교를 했다. 당시 고작 5천여명에 불과한 교민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교육은 우리의 손으로 시키자는 한국인 특유의 교육열로 교민들의 성금과 한국 정부의 지원자금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당시 87명의 학생들로 한국 국제학교의 역사가 시작된 후 지난해 2014년까지 3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대형 학교로 성장했다. 이렇게 호찌민 교민 사회와 함께 성장한 우리 교민의 자랑거리인 한국국제학교에 지난 2월 새로운 학교장으로 김원균 교장이 부임했다. 이제 근무를 시작한지 3개월이 되는 그를 만나 한국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하여 함께 대화를 나눠봤다. 대담_ 한영민 주필

반갑습니다. 학교장 부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 국제학교에 부임하시기 전에 베트남을 다른 이유라도 방문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베트남은 이번에 2월 교장으로 부임하며 처음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왜 베트남으로 오시게 되었나요?
제가 직접 신청을 하여 오게 되었는데 특별히 베트남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한국의 환경과 다른 교육 환경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여기로 부임하기 전에 한국에서 서울시 장학관으로 근무하던 중에 호찌민 한국 국제학교의 교장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하지 않고 베트남으로 온 이유는, 한국에서는 학교장이라고 해도 사회의 틀에 의해 짜여진 교육 환경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관계로 교육자로서 오랜 세월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한 창의적인 교육 철학을 실현하는데는 아무래도 외국에 있는 한국학교에 근무하는 것이 그런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지 않을까 해서 호찌민 한국 국제학교를 지원했습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우리와 정서적 감성이 유사해서 그런지 유난히 많은 베트남인들이 한국인과 결혼을 하는 덕분에 베트남은 한국의 사돈의 나라로 불리는 각별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자연히 많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탄생되는데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은 관계로 한국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일들이 이곳에서는 각별히 살펴봐야 하는 일로 변환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의 근무가 귀한 경험으로 작용을 할 것이고 그런 경험이 또 한국에서 조만간 나타날 수 있는 다문화가정의 교육 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 철학을 펼치실 생각입니까?
저는 3가지 트랙으로 이를 분류했습니다.
먼저 글로벌 교육입니다. 최근 IT 산업의 발달로 지역적인 제약이 많이 해소되면서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세계화라는 신·구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소통에 사용되는 언어 습득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눌 언어를 익히지 않고서 글로벌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외국어 교육에 더욱 무게를 둘 생각입니다.

둘째로 정체성 교육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현지 특성상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많은 관계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관념이 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국가관을 심어주고 또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교육을 시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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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사회 인성교육입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인성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고 지도 하려 합니다. 사회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교육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인성의 변화가 생겨납니다. 그러나 그런 빠른 세상의 흐름을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 한민족이 한반도에 자리한 후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립된 우리의 문화와 가치관 (가정, 가족간의 유대, 효, 공동체 문화) 등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납니다. 이에 따라 우리의 교육 방법도 시대의 속도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믿고,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직업 교육과 사회 봉사 활동의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실용 교육들은 특히 외국에 지내는 학생들에게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력과 현지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방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2월에 오셨으니 이제 3개월이 되나 봅니다. 베트남에 오실 때의 기대와 직접 현지에 와서 근무하며 경험한 베트남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대보다 더 큰 희망을 만났습니다. 현지에서 본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밝고 순박한 편이고 특히 개인적으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드러내는 분위기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봤습니다.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만났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무엇을 보셨습니까? 학교의 당면한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현재 우리 학교에서 시급한 문제들은 학급 수가 모자라서 입학 대기자를 120여명이나 두고 있는 입학생 정체문제를 해소해야 하고 학생들의 종합교육을 위하여 복합교육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역시 돈이 결부되는 문제인가 봅니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좋은 결실을 기대합니다. 이렇게 학교가 외형적인 성장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이 학교가 갖고 있는 특수 지위, 즉 외교공관의 부설학교라는 지위가 2018년에 종료된다고 합니다. 그 후에는 일반 국제학교같이 교육법인으로 전환을 하던가 해야 하는데 아직 학교 당국에서는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기본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교의 법인화 문제 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사 증축이나 학교복합교육관 문제는 자금이 들어가는 일이라 정부는 물론이고 어디라도 필요하다면 도움을 청할 생각입니다. 우리 자녀들의 교육을 위한 일이니 저도 부끄럽지 않게 도움을 청해도 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제가 맡고 있는 교장이라는 직분은 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전체 학교의 운영은 이사진의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 학교의 기본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교장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의 장래 문제인 교육법인화 문제는 제가 개인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사진에서 현지 정부의 법률에 따라 잘 처리하리라 기대합니다.

이 문제는 현재 이곳 교민사회의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17년 전 급하게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주 베트남 호찌민 총영사관 부설학교라는 특수 자격을 획득하여 설립하였는데 이제 3년 후인 2018년 10월이 되면 그 자격이 상실됩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계속 공부 할 수 있도록 학교가 유지되어야 하니 학교를 유지할 방법을 시급하게 찾아야 합니다. 거의 유일하게 가능한 방법이라고는 다른 국제학교들 처럼 교육법인을 만들어 정식 국제학교로서 운영하는 것인데 이 문제 역시 의견 통일이 안되고 있습니다. 교육법인으로 바뀌면 누가 학교의 주인이 되느냐부터 시작하여, 교육법인이 되면 현지 법률에 따라 각종 공과금과 세금, 인건비 등을 납부해야 하는데 그 상승률이 높아 학생들 학비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등의 분분한 의견으로 학교 법인화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는데, 교장 선생님 역시, 이 학교 이사진의 당연직 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압니다. 학교 이사진의 자격으로 말한다면 한국학교의 법인화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임기가 3년입니다. 학교의 정체성 문제가 대두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제가 베트남을 떠날 것 같은데, 떠나기 전에 이 문제가 현명하게 매듭되는 것을 보고 가리라 기대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제 희망과 기대를 말씀드렸지만 어느 누구도 손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민들의 성금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학교니 만큼 각종 교민 단체들과 학교, 영사관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 충분한 토의를 거친 후에 적절한 조처가 내려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너무 불거져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지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지 운영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교육을 하는 곳 답게 이런 난제를 만날 때에도 어른들이 서로 진지하고 치열한 토의를 거쳐 만들어진 결론으로 현명하게 처리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 학교라는 단체의 품위를 행동으로 알려주시길 기대합니다.

한국학교의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학교는 물론 다른 일반 학교와는 완연히 다릅니다. 학교 정체성을 기존의 국공립, 사립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수 학교입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위한 특례 입학제도가 있는 탓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대학 진학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것은 학부모들에게는 학교를 선정하는데 좋은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많습니다. 그런 현상은 저학년으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져서 유치부의 경우 학생 수 40명 중에 14명의 학생이 다문화 가정입니다. 거의 40%에 육박합니다. 최근들어 다문화 가정이 더욱 많아 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학교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외국에서 한국의 교육과정에 맞춰 공부하고 또 외국어를 한 두가지는 기본적으로 배워 타국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한다는 장점이 있는 학교입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 입시 지옥에서 조금은 물러나 있는 형편이라 학생들에게 전인교육이나 인성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교육 환경이라는 것도 특색으로 들 수 있겠죠.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많다는 것이 학교 측에는 어떤 영향으로 작용합니까?
다문화 가정의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닌, 소통이 한가지입니다. 부모들이 사용하는 모국언어가 서로 달라 소통에 지장을 주고 그런 지장이 대화를 망설이게 만들고 결국 부모 자식 그리고 가족간의 대화 부족으로 갈등을 겪는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니 만큼 이런 학생들을 위한 특수 교육 시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교육을 통해 한국에서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정교육이 이곳에서는 학교에서도 이루어지는 만큼 학교와 가정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서로 합심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우리 호찌민 한국 국제학교는 그야말로 호찌민 최고의 명문학교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렇군요. 사실 학생들에게 학교 외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면 가족의 일원으로 집안의 가풍에 따라 행하여지는 가정교육과 여행이나 친구 사귐을 통해 타국의 문화에 대한 경험을 얻는 것인데 그런 기회가 학교에서 제공된다면 그보다 유용한 교육 방침이 있을 수 없습니다. 부디 소망하시는 교육 철학을 이곳에서 마음껏 펼쳐주시길 기대하며 귀한 시간 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김원균 교장은 서울 영훈고와 서울 시립대학교를 나와 고려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덕수상고와 언남고교 등의 교사를 거쳐 교감과 서울시 교육 장학관을 지내다 올 2월 이곳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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