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20,Saturday

코리안 비즈니스 마인드

얼마 전 본지 편집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최근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부동산임대사기로 인한 피해와 관련하여서 필자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함이 목적이었다. 다양하고 유용한 기사 기획으로 베트남 교민사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씬짜오베트남이긴 하나, 교민사회에 안전과 피해예방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베트남 법률자문의 연이 닿은지도 횟수로 6년이 지났다. 그사이 지난 몇 년간 부동산시장이 조금 주춤하였던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괄목상대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내었다.

특히 하노이의 경우, 신공항청사가 들어섰으며,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는 국제공항에서 하노이 중심가에 소재한 국내 대기업의 초고층타워로 빠르게 안내한다. 외국기업의 베트남에 대한 신규투자 또는 추가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호치민, 하노이 할 것 없이 좋은 공장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 M&A 시장은 현재 약 50억달러로 규모에서 3년 후인 2018년에는 200억 달러까지 4배이상 크게 성장할 전망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얼마 전 정식서명된 한-베 FTA 또한 향후 더 많은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대기업중심의 투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개인투자자, 나아가 소규모 창업투자자들까지 ‘비엣남드림’을 꿈꾸고 도전을 하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붐 속에서 과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법률가이다.
필자는 오랜시간동안 외국유학생활 후 국내 로펌 베트남사무소 대표를 거쳐 현재는 외국계 로펌에서 한국기업 관련 자문을 총괄하고 있다.
다년 간의 외국경험을 통하여 느낀 바는 우리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강한 저력이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역경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모질고 질긴 강인함이 있다. 참혹한 일제식민통치를 벗어나 자유로운 국가를 세우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잘 살아보자는 신념 하나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일구었다. 국민의 엄중한 심판에 따라서 언제든지 정권교체가 가능한 성숙한 민주주의도 정착되었고,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강국으로써의 위상은 굳건하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더 큰 도약을 하려면 우리 자신에 대해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한이 많은 민족이라서 인지 정 또한 많은 것이 우리 한국인이다. 정이 많다는 것은 따뜻하다는 뜻이다.

정은 통할 때 의미가 있고 상대방이 이러한 정을 받아드릴 수 있는 근본적인 자세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 우리 한국인이 일본에 보여준 선행을 기억하는가?

필자의 기억으로는 그 당시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에서는 하루 종일 일본 대지진피해복구를 위한 성금을 모금하여 수백억원의 모금액을 일본정부에 지원하였고, 민간단체는 물론 한국정부에서도 일본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정부는 독도침탈 야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역사왜곡과 노골적인 전쟁야욕을 추진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와 일본의 차이점이다. 정은 쌍방이 통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방적인 정은 공허함만 가져올 뿐이다.
이러한 민족적 특성과 더불어서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유교적 습성은 법치주의보다는 덕치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사회적 특징을 자리잡게 하였고, 이러한 유교적 사상은 아직까지도 현대 한국인 정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미국 같이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원칙주의에 입각한 강력한 법치주의가 일반화 되어있고, 일반시민들의 사고 또한 법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함에 있어서 대통령도 대기업 회장도 차등을 두지 못한다는 철두철미한 사회적 인식이 있다.

이에 반해 우리 한국인은 정에 약하다.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데에 있어서 보다 정상참작의 폭이 넓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대승적 시점에서 건강악화로 인하여 휠체어를 타고 기일에 참석하는 대기업 회장을 배려하여 집행유예를 하거나 사면을 고려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방식이 옳고 한국 방식은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고유의 문화와 사회적 합의, 시대적 소명을 반영하여 한국만의 독자적인 법치주의를 실현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독창적 법치주의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국민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전제로 말이다.

본 칼럼에서 필자가 전달코자 하는 요지를 설명하기 위해 부연설명이 길었다.
전 세계에 우리 한국인의 발이 안 닿은 곳은 거의 없다. 그만큼 지금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는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넘어서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사활을 건 전쟁이다.

베트남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 순방국으로 정할 만큼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교역국이다. 베트남인의 저력은 우리 한국인 못지 않게 강하다.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정이 많은 민족이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치밀함과 더불어 프랑스식민시절의 영향을 받은 계약문화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베트남인들 특유의 계약서 중심 비즈니스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기업의 대표와 베트남기업의 대표간의 구두합의 이후라도 결국 실무자간 계약서작성 시 예상치 못한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베트남인의 계약중심문화는 두드러진다. 베트남 현지직원들은 대부분 본인들의 근로계약서 내용을 매우 잘 숙지하고 있으며,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여 사용자측에서 부당한 대우 또는 근로계약에 반하는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즉각 대응을 한다. 한국회사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본인의 의무를 얼마나 잘 준수하는 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과 계약서에 근거한 본인의 권리를 명확하게 주장하는 점은 관행과 인간관계가 지나치게 크게 작용하는 우리가 배울 점이다.

베트남에서 어떠한 업무를 진행하든지 가장 중요한 점은 치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조에서는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대사관 직원들과 외교관들은 주어진 여건하에서 재외국민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인력부족과 국가 재정상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련 분쟁 및 사기사건에 대하여 일일이 해결을 돕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점은 베트남의 특성을 파악하고 분쟁 발생 후 일을 해결한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현지파트너와 일을 추진하는 그 과정 속에서 상대방의 신뢰도를 확인한 후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고 난 후에는 베트남 법원에서 해결하는 데에 많은 수고가 따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베트남 법률에 정통하지 않는 이상 해당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사기 및 비즈니스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라도 사료된다. 우리 한국기업들이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기상을 가지고, 베트남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따뜻한 열정과 냉철한 치밀한 준비성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영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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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듀앤모리스 베트남의 주간 법률 & 투자 뉴스레터를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이경수 과장 (KLee@duanemorris.com)로 신청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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