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April 18,Thursday

연세병원 이영식 원장

베트남에서 의사로 일한다는 건 삶의 보람을 두 배로 안겨줍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한국에서도 잘나가는 직업인데 왜 베트남에 진출하셨습니까?

의사라는 직업의 세계는 참 단순하고 그 생활도 단조롭습니다. 종일 환자를 보고 일과 후에는 피곤한 몸을 추 수리고 다시 아침에 병원에 출근하고, 집과 병원을 채 바퀴 돌 듯 하는 게 일반적인 생활입니다. 저도 한국에서 원당과 강남에서 개업의생활을 하다가 너무 단조로운 생활에 회의를 느껴 캐나다로 가서 좀 엉뚱하긴 하지만 일 년 동안 신학을 공부하기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에 엔도르핀 호르몬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연구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상구 박사의 자연 요법 연구소에서 1년동안 공부를 했죠. 그 후에 우연한 기회에 미얀마에 의료 봉사를 나갔다가 그곳에 좋고 또 사는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아 2년 정도 머무르며 현지 봉사를 하면서 의사로써의 보람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긴 거죠. 그런 생활이 저를 이곳 베트남에 진출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의사들보다는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을 지니신 분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에 정착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까 싶은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무엇보다 의원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개업하는 과정이 한국과는 다른 시스템이라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연세병원을 이곳에 개업하기 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개업을 하던 서울 병원의 요청으로 몇 개월 동안 일을 도와 준 적이 있는데, 상세한 것은 모르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병원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저에게 연락이 와서 관심이 있는가 묻길래 베트남이라는 지역에 욕심이 나서 인수를 하기는 했는데 저도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이곳에서는 이곳의 룰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일도 잘 풀렸습니다.

user image

 

-현재 환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겠죠?

예 대부분 한국인이 많습니다만 이곳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의 의사들의 진료에 믿음이 있는지 예상보다는 많은 베트남 인들이 내방을 합니다.

 

-현재 진료과목이 어떻게 됩니까?

저는 전공이 내과입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시는 이희정 의사는 외과 전문의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진료나 치료는 대부분 커버하지만 대형 병원에서 갖추고 있는 대형 의료 설비들이 없는 관계로 그런 설비에 의한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현재 FV 병원과 협의를 거쳐 그 곳으로 보내드립니다. 일차 진료 후 좀 더 정밀한 검사나 여러 의사들의 조직적인 협력이 필요한 병 질환에 관하여는 제 소견을 첨부하여 종합병원으로 넘기는 것이죠.

 

-이곳 베트남은 한국에는 없는 질환들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질환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계신지요?  

물론입니다. 어느 지역이나 다 지역적 특성에 따른 풍토병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현지의 특징적 질환에 대한 공부를 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보내 됩니다. 열대 지역에 맞는 각종 병환이나 질환에 대한 대처를 위한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합니다. 그런 공부가 소홀할 때 이방인 의사로 남아 현지 동화를 못하고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겠죠. 아무튼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합니다.

 

-혹시 소문을 들으셨나 모르겠는데 이곳에 진출한 의사에 대한 교민들의 신뢰가 한국과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왜 한국에서 잘 나가는 의사가 이곳 베트남까지 오겠는가? 혹시 의료사고 같은 사유로 한국에서 의료행위가 힘들어진 경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지요?

지난번 서울 병원에 잠시 임시 근무할 때 그런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뭔가 한국에서 받던 대접과는 미묘한 차이를 느끼곤 했는데 제 개인적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제 생각에는 이곳에 진출한 의사들의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자주 모여서 새로 진출하는 의사들에게 도움도 주고 현지 풍토병에 대한 정보나 연구결과도 서로 나누며 친목을 도모한다면 한국에서 의료사고나 혹은 감추고 싶은 일이 있는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또한 현지 질환에 대한 정보도 폭 넓게 나누면 진정한 현지화 된 의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임을 이용하여 베트남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의료 봉사활동도 한다면 베트남의 삶에서 많은 보람을 찾을 수 있게 되리라 봅니다.

 

-이곳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의료보험이라는 혜택에서 제외된 채 방치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언어상의 문제로 베트남 병원에서의 진료도 쉽지 않고 해서 대다수의 교민들이 한국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에 다니게 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병원들의 의료비가 과다하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지요?

물론 의료보험이 없으니 한국보다 과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도 그런 사정을 감안하여 가능하면 교민들에게 크게 부담이 가지 않은 한도 내에서의 의료비를 책정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진출하면서 이익을 구하기 위한 의도는 없습니다. 단지 이곳이 좋고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는 보람으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귀한 의술로 고통에 빠진 많은 환자들에게 미소를 되찾아주시길 기대합니다.

30여 분의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도 환자들의 내방으로 2번이나 인터뷰를 쉬어야 했다. 홍보를 위한 인터뷰보다 환자를 제대로 챙기려는 이 원장의 노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