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rch 29,Friday

바이러스와 인간

대한민국,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의 한국의 상황은 어느 연속극에서 농담 삼아 던지던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니야” 정도로 표현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물론 잘 아시다시피 메르스 바이러스(Mers Virus)라는 불리는 중동 호흡기 증후군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나라 전체를 송두리째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오늘은 그 메르스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미생물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미생물과의 전투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래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미생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생물과 인류는 본질적 공존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성 미생물은 경우가 다릅니다. 공존이 아니라 서로 죽이는 악연을 갖고 있죠. 인류가 탄생한 이래 병원성 미생물은 인류의 보이지 않는 주인으로 행세를 했습니다.
17세기에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이라는 네델란드 과학자가 현미경을 이용해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할 때까지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수많은 생명을 영문도 모른채 잃어야 했습니다. 그런 미생물의 공격은 인류의 역사를 제멋대로 바꿔 놓곤 했습니다.

옛 기록에 의하면 로마 제국의 멸망도 미생물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165년부터 15년 동안 퍼진 안토니우스 역병(전염병)은 당시 2억 명의 세계 인구 중 5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541년부터 750년 사이에 퍼진 유스티아누스 역병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전 유럽에 퍼지며 유럽 인구를 반 토막 냈다고 합니다. 이 역병의 정체는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 일종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리고 이 페스트는 다시 14세기에 몽골군에 의해 유럽으로 본격적으로 전파됩니다. 몽골군이 적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페스트에 죽은 시신을 적진에 날려 보내자 그에 따라온 페스트 바이러스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3천 만 명의 인명을 삼켜버립니다.
그러나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골군에게는 들쥐가 옮기는 페스트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몽골군은 쥐의 식량인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았고 몽골식 주거용 천막인 게르는 너무 두꺼워 쥐가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고, 괜히 그 근처를 어른대다가는 게르를 지키는 개들에게 잡혀먹이기 일수라 들쥐가 몽골군 진영에서는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쥐들에게는 농경 사회인 유럽이 안성맞춤의 거주지가 된 것이죠. 이 페스트는 그 후에도 18세기까지 꾸준히 유럽에 창궐하며 도합 7천 5백 만 명의 유럽인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자, 일 할 농민들이 부족하여 귀족들의 부와 권력이 줄어들면서 봉건주의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페스트 퇴치에 실패한 교회의 위세가 약화되면서 중세의 몰락을 불러옵니다.
결국 바이러스가 세계의 정치 판도를 새롭게 짜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시 지구상의 주인은 인류가 아니었습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과연 총칼로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다 도륙하고 점령했을까요? 아무리 원주민들이 무기가 열등해도 고작 수 백에 불과한 유럽인들에게 다 죽었을까요? 역사학자들은 유럽인들의 신대륙 정복의 최대 공헌자는 과학적 무기가 아니라 천연두와 홍역 그리고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 성 질환이었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옮겨 온 바이러스성 질환에 면역력이 없어 그런 병으로 거의 전멸을 했습니다. 역시 미생물의 눈부신 활약입니다.

베트남 호찌민 1군에는 파스퇴르라는 이름의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친근한 이름이라, 생소한 베트남 인명을 딴 다른 거리보다 정겨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바로 그 파스퇴르(1822~1895)가 대략 20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탄생 이래 19세기, 그때까지 미생물에게 공격만 당하던 인류에게 인공적 면역성을 심어주는 백신을 개발하며 인류와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처음으로 인류로 하여금 제대로 된 방어를 하게 만듭니다. 파스퇴르의 백신 개발로 이제 인류가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이 바이러스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또 다른 변이를 시작하며 새로운 공격을 해옵니다.

그런 변종 바이러스들이 바로 최근 들어 유행하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사망률 50~90%에 이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MB 정권초기, 대규모 촛불 시위를 유발한다며 정권의 뿌리를 흔들어 버렸던,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한 번도 해당되지 않았던 사망률 100%의 광우병을 유발한다는 프리온, 고작 며칠 만에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30개국에서 환자를 만들어낸 사스 바이러스, 2009년에 시작되어 세계적인 공포를 불렀던 신종 플루, 수 천만 마리의 닭 오리를 묻어야 만 했던 조류 독감 바이러스 등이 있는데, 이번에 사스와 조류 바이러스와 같은 종류로 구분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설은 바이러스가 먼 중동에서 이곳까지 날아와 변종을 일으키며 전파되니 사람들은 일종의 듣보잡 바이러스라는 것 자체로 공포에 시달립니다.
그런 불안감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가 봅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 진짜 이렇게 유난을 떨 만큼 무서운 것일까요?

2009년 8월에 발생한 신종 플루의 경우, 그해 연말까지 4개월 동안의 한국의 통계를 보면 총 환자 수 74만 명, 1일 평균 5천 명이 발생되었고, 매일 5명이 사망했다고 나왔습니다. 미국에서는 2009년 일 년 동안 6천 만 명이 확진되었고 이중 12,469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평소 계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매년 2,360여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신종 플루 환자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메르스는 지금까지 한 달여 동안 누적 환자 140여명, 사망자 11명 그리고 환자 증가세는 한 풀 꺾이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직도 초기 대응에서 놓친 의심환자의 추적을 계속하고 있으니 당분간 환자는 늘어나겠지만 전파는 현저히 줄어 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너무 난리 칠 일은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손 발을 깨끗이 씻고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하며 개인 건강에 유의하도록 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 메르스 바이러스는 그동안 중동 지역에만 있다가 어떤 친절한 한국인의 몸에 옮겨져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그들에게는 처녀 인종 집단인 한국인을 만나자 지금까지 보이던 패턴과는 다른 행보로 처녀지 공략을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만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겁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바이러스가 먼저 인간을 공격하여 곤경에 빠트리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곧 인간이, 이번에는 한국인이 그들을 정복할 것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가 세계를 대표하여 이런 고통을
겪지만 이 고통이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의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리라
굳게 믿으며 정부의
조치를 기다려봅니다.

작성자 : 한 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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