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3,Friday

한주필 칼럼-주객전도 

주객전도란 주인과 손님의 입장이 바뀌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객으로 와서 주인행세를 한다는 말과도 같은데 어디서 많은 듣던 소리아닌가요?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들어와 유세를 부릴 때 듣던 소리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사라진 듯한데 예전에는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일부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진출하여 그 알량한 돈 몇 푼으로 베트남 사람들을 종 부리듯 하며 위세를 떨치던 모습이 바로 주객전도입니다.  

이제는 이런 현상이 외형적으로는 많이 사라진 듯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은 단지 남의 땅에 와서 주인 행세하는 것만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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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드러납니다. 

골프를 마치고 나서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한 두잔합니다. 그리고 유쾌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친구가 집 근처 맥주집에서 한잔 더 하자고 합니다.  오늘의 일과는 이제 모두 마쳤다 하며 집에 가 쉴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친구가 일부로 청하는 걸 보니 뭔가 할 말이 있나보다 싶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함께 호프집에 앉습니다. 그리고 이미 취기가 올라 적당히 훌짝대며 친구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데 이 친구 술마시는 일에만 정신을 쏟습니다. 

결국 나에게 할 얘기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고 술을 더 마시고 싶은데 친구가 필요한 경우였습니다. 좀 씁쓸한 기분이 들지요. 친구와의 관계나 대화를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술을 마시기위해 친구의 관계가 필요한 주객전도입니다.  

술이 앞서기 시작하면 인생은 고달퍼집니다. 술은 항상 副부나 客객이 되어야지 主주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에는 알코홀 내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주객전도는 골프에서도 쉽게 발견됩니다. 골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가볍게 시작한 내기가 나중에는 골프는 사라지고 내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골프를 잘치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기에서 돈을 따기 위해 골프 연습을 하고 골프에 매달립니다. 이미 진짜 목표는 사라지고 돈만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또 선후배와 함께 라운딩을 하면 대게 선배가 음료수 값이나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한 두 번 이루어지면 당연히 그런 것은 선배의 몫으로 인정하는 생각없는 후배를 만나면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요. 

인간은 사회적 습관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고마운 일도 자주 겪다보면 고마움을 잊기 쉽고 자주 베풀다보며 베푸는 것이 의무인가 싶기도 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착각한다는 말이 생겨납니다. 대가없이 베풀어주고도 고맙다는 소리는 커녕 당연한 의무를 수행했다는 느낌을 부르는 대상을 만나면 내가 그동안 뭔가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받은 만큼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사회에서 받은 것이든, 가족이나 친구에게 받은 것이든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그게 사람의 삶이 됩니다.  

형편이 되면 돌려줘야지가 아니라, 돌려줄 형편을 만들어야 합니다. 

프랑스의 비평가인 폴 부르제(Paul Bourget)는 멋진 말을 했습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사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게 된다.’  

늘 생각하며 의식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 삶의 주인은 자신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의지를 주인으로 내세워 자신의 삶을 꾸려가야 합니다. 수천년 전의 공통부분을 모아놓은 사주팔자에 주인공의 역할을 넘기는 것은 삶의 주인 자격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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