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2,Thursday

한주필 칼럼- ‘ 자기소개서’ 쓰기

오늘은 우리 젊은이들이 곧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데, 그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하나 쓰고자 합니다. 자기소개서 쓰기 입니다. 

그런데 평생을 자영업을 하며 지낸 주제에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싶기는 한데 두가지 이유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저도 자기 사업을 하기 전에 업무를 익히기 위해 작은 무역상에 들어가 3년 정도를 근무했으며 그 근무지를 찾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 본 기억이 있고, 또 그때 쓴 자기소개서를 받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모두 면접을 요청한 사례가 있으니 그런 소개서를 쓴 제 의견이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번째로는, 제가 자기 사업체를 4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수많은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봐온 탓에 어떤 소개서가 눈길을 끌고, 어떤 소개서가 하품을 만드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기소개서에 대한 디테일에 들어가기 전에 입사서류를 쓰는 기본에 대한 얘기를 하고 넘어 갑시다. 취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어느 한국 젊은이들의 푸념을 보면” 지원서만 수 백장 썼다. 한번도 면접조차 못했다. 아마도 지방 대학이라 그런 모양이다” 등 변명을 합니다. 먼저 지원서를 수 백장이 썼다는 것에 실망합니다. 이는 분명히 무작위로 지원서를 뿌린 것 입니다. 어느 하나 걸려라 하는 로또식 기대로, 지원하는 회사의 기본 정보나 필요한 직종을 불문하고 지원서를 냈으리라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기간에 기백장씩 쓸 수 없기도 하고, 만약 그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알고 그에 맞는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썼다면 기백장까지 쓰기 전에 이미 어떤 식으로든 취업이 되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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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제일 먼저 지켜야 할 일은, 지원하는 회사의 정보를 알고 또 필요로 하는 직종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과 어울리는가에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는 아주 기본 중에 기본 인데 의외로 전체 지원 서류 중에 30% 정도가 특정회사를 규정하지도 않은 체 엉뚱한 직종이나 필요로 하는 기능과 전혀 관계없는 전공자가 보내는 지원서입니다. 이런 지원서는 분류단계에서 사라집니다. 성의도 기대도 없이 보낸 서류는 이렇게 제일 먼저 휴지통으로 향합니다. 

두번째, 커버 레터를 작성하세요. 요즘은 대부분 지원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한다고 해도 정중한 커버레터를 하나 덧붙이면 받아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금번 귀사에서 게시한 사원 모집 공고에 응하고자 다음과 같이 서류를 첨부하여 지원하고자 합니다’ 회사 이름이나 지원하는 직종을 반드시 명기하시기 바랍니다. 동봉한 서류 목록을 명기하시고 맨 아래 날짜와 보낸 사람의 이름을 기록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단계입니다. 

자기 서술을 하기 전에 먼저 소개서 맨 위에 제목을 써야 합니다.  대부분 <자기소개서>라는 제목을 위에 쓰고 시작하는데 그렇게 식상한 제목 말고 자신만의 제목을 쓰세요.

긍정의 아이콘 아무개 라던가, 행동하는 바보 누구, 끊임없이 사고하는 청년, 세상을 바꾸고 싶은 아이, 뭐 이런 식으로요. 

자기소개서에 제목을 붙이는 것부터 남다른 관심을 끌 것 입니다. 

왜 이런 귀찮은 제목 붙이기를 하느냐 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할 기회가 생기게 되어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알게 된 자신을 남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작업의 하나입니다. 

누구나 그대를 자기 사원으로 뽑고자 한다면, 첫번째 질문이 ‘그대는 누구인가?’ 하고 묻지 않겠습니까? 그 물음에 가장 간단한 문장으로 답하는 것이 자기소개서의 제목입니다.  

요즘은 대학입시에 논술과목이 있어 글을 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예전부터 외국에서는 모든 공부에 에세이가 들어갔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글쓰기가 없고 그냥 외우기만 권장했었지요. 균형을 이루지 못한 교육방식입니다. 사고하고, 말하고, 쓰고, 행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저 외우고, 찍고, 행동하라는 교육을 시행한 셈이니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부실한 돌로 그나마 이빨이 빠진 다리를 놓은 셈입니다. 

읽고, 사고하고, 쓰는 것이 공부입니다. 그리고 그 공부를 몸으로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이죠. 특히 사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책을 읽고나서, 단지 인지하고 넘어가면 행동으로 전이되지 않습니다. 읽고 느낀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사고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라고 했습니다. 책 내용을 반복해서 숙지하면서 사고를 통해 그 지식을 스스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우리가 지식을 배우고 실천하는 루트입니다.

그런 면에서 논술 과목이 생겼다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뭔가를 쓸려면 반드시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논술과목을 통해 사고하는 버릇이 생기면 글쓰기도 자연히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익숙해진 글쓰기 솜씨로 소개서 내용은 각자 알아서 하시고, 저는 읽는 이에게 어필되는 요소에 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수많은 지원자가 내미는 자기소개서 중에 자신의 소개서를 정독하게 만들려면 첫 문장이 중요합니다. 첫 문장으로 그 글을 끝까지 읽을 건지 아닌지가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직원을 뽑을 때의 경우를 얘기해보지요.

소개서 첫문장에 ‘저는 어디서 태어나고 엄하고 자상한 부모님 밑에서 … 어쩌구 … ‘ 하는 글이 나오면 바로 넘어갑니다. 그런 내용은 이미 이력서에 다 기재되어있습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공개된 형식에 맞춰 규격화 된 소개서도 관심이 안갑니다. 창의력 부족을 바닥에 깔고 있는 지원자입니다. 

뭔가 달라야 합니다. 그 다름을 첫문장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제가 40여년 전 당시 다른 회사에 입사하기위해 제출하던 소개서에 첫 문장으로 주로 쓰던, 두가지 문장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가지는 “ 프랑스의 파리 토박이를 파리짱이라고 부른다면 서울 토박이는 아마도 서울깍쟁이라 부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서울깍쟁이가 맞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지역이 서울이라는 곳이고 성격 역시 까칠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보여줍니다. 

글을 쓸 때,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조언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글에서 그림을 보듯이 만들라는 것입니다. 깍쟁이라는 단어는 모양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도 떠오릅니다. 서울내기보다 서울깍쟁이가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나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와 ‘나는 거리를 어슬렁 거렸다’ 와 어느 것이 눈에 보입니까? 가능하면 눈에 보이는 단어를 써야 합니다. 

두번째로, 옛고전에서 자신을 표현할 만한 인용구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채근담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 채근담에 보면 神奇卓異 非至人 至人 只是常  (신기탁이비지인, 지인지시상) 이라 하여, 신기하고 탁월하고 남달라야 지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인, 즉 인격자는 그저 평범할 뿐이다 라는 문장을 참 좋아합니다.  아마도 남들보다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저를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닐 까 싶습니다. “ 하고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사장이라면 이런 첫 문장이 쓰여진 소개서에 관심이 가지 않을까요? 적어도 끝까지 다 읽고 싶은 흥미는 생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부디 작은 참고가 되셨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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