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May 4,Saturday

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내 머릿속이 궁금할때

수명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의 하나로 치매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삶을 마친다는 사실이, 암이나 어떤 질병으로 인해 겪을 신체적 고통만큼이나 두렵습니다. 특히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되지 않고, 최선의 방법이 진행을 늦추는 법밖에 없다는 사실도 치매를 두렵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치매에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은, 과학과 의술이 많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 인간의 뇌는 미지의 공간이라는 증거의 하나입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900년 ‘꿈의 해석’을 출판한 이래 인간은 ‘무의식’이라는 뇌 안에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무의식적’이라는 표현을 너무 흔하게 쓰고 있지만, 120년 전에 무의식이라는 개념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고, 프로이트가 발전시킨 정신분석학을 통해 무의식이라는 개념은 점차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인간은 타인은 물론 본인도 납득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순된 행동, 결정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고, 사회생활에 문제가 되는 정신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을 비롯한 프로이트의 많은 이론은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취했으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는 물론 아직도 많은 부분이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MRI(자기 공명 영상장치) 등 우리 두뇌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들의 발달과 함께 ‘뇌과학’이라는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등 뇌 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도 늘어나고, 정신 질환 치료, 효율적 학습, 마케팅 활용 등 뇌과학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출판한 120년 전과는 달리, 다양한 장비를 통한 실험을 통해 두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뇌 과학은 당당히 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인공지능)는 인간의 뇌를 연구한 뇌과학의 결과물입니다. 자율 주행, Chat GPT 등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AI 기술 없이 미래를 논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진 지금 뇌 과학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책도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는데, 뇌 과학 서적 중 가장 대표적인 책이 바로 미치오 카쿠 교수의 ‘마음의 미래’입니다.
이 책의 첫인상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결혼하여 낳은 자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미지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뇌는 우주와 비슷하고, 뇌과학은 생물학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그런 느낌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사실 어려운 책 맞습니다. 두뇌의 구조부터 ‘의식’의 정의, 텔레파시 등 초능력, 기억, 지능, 꿈, 마인드 콘트롤, 정신질환, 인공지능, 양자역학, 외계인까지 하나하나가 한 권의 책이 되기 충분한 광범위한 내용을 뇌라는 주제로 역어냅니다.

어려운 내용에 비해 내용이 재미있고 책장이 잘 넘어가는 이유는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열정 때문입니다. 이 책을 출판했을 때 뉴욕 시립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저자 미치오 카쿠는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최상급 두뇌의 소유자입니다. 고등학교 때 어떤 물리학자의 강의를 감명 깊게 듣고 스스로 MRI 기계를 만들었다는 일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사람인데, 인간의 정신과 ‘뇌’가 너무 궁금하다며 설레발을 치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나 같은 보통의 두뇌와 과학에 대해 보통의 흥미를 가진 사람도 그의 열정에 감염되어 반짝이는 눈으로 숨을 죽이며 책을 읽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 어딘가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동네 꼬마가 된 기분입니다. 기분 좋은 정신적 경험인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즐겁게 다 읽고 나서 한 달 후에 책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은 독서 후 관련 내용에 대한 유튜브 시청 등을 통해 복습을 해줘야 기억에 오래 남고, 어딘가에서 써먹기 수월해집니다.
책에서 인간의 두뇌는 안에서부터 바깥까지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1층은 파충류의 뇌(뇌간, 소뇌, 기저핵)이며 말 그대로 파충류의 뇌와 거의 구조가 같습니다. 생명 활동의 기본기능인 균형감각, 호흡, 소화, 심장박동, 혈압을 관장합니다. 2층은 포유류의 뇌(대뇌변연계)입니다. 두뇌의 중심부 부분에서 파충류의 뇌를 감싸고 있는 포유류의 뇌는 집단생활을 하는 포유류에서 발달했고, 적과 아군, 경쟁자를 구분하고 기억, 감정, 쾌락, 배고픔 등을 관장합니다. 3층은 영장류의 뇌(대뇌 피질)입니다. 읽고 쓰기, 추론 등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100여 년 전 프로이트가 인간 성격을 본능적인 이드, 현실적인 자아, 도덕적인 초자아로 구조화했던 이론이 현대 과학이 밝혀낸 두뇌의 물리적 구조와 너무 유사하여 새삼스럽게 프로이트의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단순히 ‘뇌’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자기학, 양자역학, 인공지능, 로봇 기술, 나노기술 등 현대 물리학의 최신 이론들이 소고기 모듬구이 세트처럼 제공되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아니 ‘시지비'(시간 대비 지식 비율)이 매우 높은 책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최신 트렌드인 뇌과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독자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금강공업 영업팀장 / (전) 남양유업 대표사무소장 / 베트남 거주 17년차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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